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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장하준 지음,

불평등

평등을 원하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인간의 감정이고, 인류역사를 움직여온 원동력이다. 수많은 파업, 데모, 혁명, 그리고 셀수 없는 갈등은 평등을 갈구하는 인간의 본성 없이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부자에게 세금을 더 내게 하거나, 금융계의 보너스 액수를 제한하려는 정치인들을 가리켜 질투심의 정치를 한다고 비난한다. 그들은 또 위에 있는 사람을 끌어내려 하향 평준화를 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지난 수십년동안 자유시장 옹호자들은 국민소득의 큰부분을 최고소득자들에게 몰아주는 것이, 사회 구성원 전체에게 이익이라는 논리를 널리 퍼뜨리는데 성공했다. ‘밀물이 들면 모든 배가 같이 떠오른다’ 라는 경구는 지유시장 옹호자들이 제일 좋아하는 슬로건이다. 지난 30년간 다수의 정부가 낙수효과를 믿고 부자에게 유리한 정책을 시행하였다. 그 결과 생산, 노동, 금융시장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어 부자가 돈벌기 더 쉬운 환경이 조성되었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불평등이 심해지면, 사회통합을 방해해 정치적으로 불안정성이 높아진다고 강조해 왔다. 정치적으로 불안하면 미래가 불확실해지고, 투자의 성과를 거두어 들여야 하는 시점인 미래가 불확실 하다는 것은 투지성과의 불확실성을 뜻하기 때문에, 투자가 줄어들 수 밖에 없어 결과적으로 성장이 감소한다는 논리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블평등의 심화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중요한 원인이었다고 지적한다. 특히 미국의 경우 1970년대 이후 최고 소득자들의 소득이 급격히 증가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실질 임금이 거의 오르지 않고, 제자리 걸음을 했다. 임금은 정체되어 있는데 계속 올라가는 최고소득층의 소비 수준을 따라가려다 보니 많은 빚을 지게 되었다. 또 다른 학자들은 불평등이 심하면, 시회적 계층 이동에 장애물이 생겨 경제성장을 저해한다고 주장한다.

 

사회적 자본이라 이름 붙였던 소수의 특권층 사이에 형성된 개인적 인맥, 심지어 비싼 사립학교 졸업생 특유의 말투와 태도 같은 엘리트 계층의 하위문화도 사회적 이동을 막는 장애물이 될 수 있다. 사회적 이동성이 줄어든다는 것은 가난한 계층 출신들이 고급직종에서 배제된다는 의미이고, 따라서 개인적, 사회적 양쪽의 시각에서 모두 재능의 낭비를 초래한다. 결국 엘리트 계층 안에서 문화적, 지적 근친교배가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다. 불평등 할수록 경제적, 사회적 지표가 더 부정적이라는 증거가 많을뿐 아니라, 다른 조건이 비슷하다면 더 평등한 사회가 불평등한 사회보다 경제성장을 훨씬 더 빨리 이룬 사례도 상당히 많다. 소득불평등이 너무 작으면,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거나 돈을 벌기 위해 새로운 것을 창조하려는 의욕이 저하될 것이다. 사회주의 국가, 그 중에서도 마오쩌뚱이 집권하던 당시 중국의 집단농장이 가장 악명 높은 예다. 불평수준이 낮다는 사회주의 국가는 소득불평등이 낮을지 몰라도, 이데올로기적 충성도나 심지어 개인적 인맥에 의해 좌우되는 다른 차원의 불평등이 여전히 존재했다. 가장 보편적으로 거론 되기는 하지만, 소득불평등은 경제적 불평등의 한 종류일 뿐이다. 경제적 불평등에는 부나 인적자본의 불평등도 있다. 여기에 비해 비경제적 불평등도 있다. 계급, 인종, 종교, 성별, 성적기호, 이데올로기 등의 이유로 정계나 학계 진출 혹은 위상이, 높은 직업에서 배제되는 일이 아직도 빈번하게 벌어지는 사회가 많다.

 

소득 불평등을 측정하는 방법에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은 지니계수와 로렌츠 곡선이다. 로렌츠 곡선은 한 경제체제 내에서 하위 X %의 인구가 번 돈의 누진량이 경제전체의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추산해서 그려진다. 소득불평등은 나와 함께 통계에 포함된 사람들에게 감정을 느낄 의미가 있다. 이를 준거집단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나와 같은 준거에 포함되지 않는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에 대해 서는 사실 별로 관심이 없다. 이론적으로 지니계수는 0과 1사이에 있다. 지니계수가 0이 되려면 모든 사람이 완전히 평등해져야 한다. 반면 1인 사회는 한 사람이 모든 것을 가져야 한다. 이 두 경우는 존재할 수 없다. 미국의 경우 OECD는  0.38, ILO는 0.45로 그 격차가 크다. 평등 정도가 가장 높은 사회는 주로 유럽에 있는데, 지니계수가 0.2에서 0.3사이 이다. 지니계수가 0.5이상인 나라는 매우 불평등하다고 볼 수 있다. 대부분 중남미 나라들이 이에 속하는 데 볼리비아, 브라질, 칠레, 콜롬비아, 코스타리카, 온두라스, 파라과이 등이다.

 

소득불평등에 관한 자료에 비해 부의 불평등에 관한 자료는 구하기 쉽지 않을 뿐 더러, 신뢰도도 그리 높지 못하다. 그러나 모든 나라에서 부의 불평등이 소득의 불평등부다 훨씬 심하다는 것은 확실하다. 1980년대 이후 대부분 국가에서 소득불균형이 심해졌다.  불균형이 가장 두드리지게 상승한 곳은 영국과 미국, 특히 미국이 두드러졌다. 두나라 모두 부자에게 유리한 정책을 사용한 대표적인 나라이다. 미국에서는 1940년대에서 1970년대 기간에는 상위층 1%의 소득점유율이 10%정도 이던 것이 2007년에는 23%로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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