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으로 휴가를 가고 싶다든지 평생 꿈꾸어 왔던 제과점을 열고 싶다든지 할 때, 대출을 받는 곳을 상업은행 또는 예금은행이라고 부른다. 이런 은행 말고 우리 눈에 뜨지 않는 은행이 바로 투자은행이다. 투자은행은 19세기부터 있었다. 간혹 독립적으로 운영되기도 하지만, 대부분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업무를 겸하는 종합은행 격인 유니버설은행의 일부로 활동했다. 1980년대 이후 투자은행은 전 세계적으로 금융시스템의 모습을 바꾸는 데, 선도적인 역할을 했다. 투자은행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것은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성하는 것을 돕는 일이 이들의 주업무였기 때문이다. 이들은 고객기업이 주식과 회사채를 발행하는 것을 돕고, 기업을 대신해서 판매한다. 고객기업의 주식과 채권을 판매할 때 투자은행은 개인투자자나 기관투자자를 상대한다.
펀드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들이 연금을 받기위해 모은 돈을 투자하는 연금기금, 한 나라의 국유자산을 관리하는 국부펀드 등이 있다. 이와 더불어 공개시장에서 소액 개인투자자들의 돈을 모은 뮤추얼펀드 혹은 단위신탁, 고위험고수익 자산을 골라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헤지펀드, 헤지펀드와 비슷하지만 기업을 사서 구조조정을 통해 가치를 올린뒤 되팔아 이윤을 남기는 사모펀드 등이 있다. 고객기업을 대신해 주식과 채권을 사고 파는 것 외에 투자은행은 이윤을 목적으로 자사 자금으로 주식과 채권을 사고팔기도 한다. 이를 자기자본거래라고 부른다. 투자은행은 M&A라고도 하는 기업인수합병을 도와 돈을 벌기도 한다. 1990년대이후 투자은행은 담보화 부채상품이나 파생상품과 같은 새로운 금융상품을 만들고, 거래 하는데 점점 주력을 하기 시작했다.
옛날에는 누군가가 은행에서 돈을 빌려 뭔가를 사면, 돈을 대출해준 은행이 그 결과 생긴 대출상품을 소유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났다. 그러나 몇십년 사이에 이루어진 금융혁신으로 인해 채무들은 자산담보증권으로 다시 태어났다. 자산담보증권은 집이나 자동차 담보대출, 신용카드, 학자금대출, 기업대출 등등을 망라한 수천개의 대출을 한데 묶어 훨씬 규모가 큰 합성채권으로 만드는 것이다. 대출자가 돈을 갚지 못하면 대출 상품의 상환급 수입은 없어지는 것이다. 가령 수천개의 주택담보대출을 한데 묶어 '주택대출담보부 증권'이라고 부르는 자산담보증권을 만들면, 채무불이행 위험대출자를 묶어놓은 경우 (미국에서 서브프라임이라고 부른다)라도 돈을 착실히 갚는 대출자가 더 많기 때문에, 위험부담이 줄어든다. 많은 수의 채무자를 한데 묶어 위험을 공동관리하는 것으로 다수의 보험가입자들에게 위험을 분산시키는 것과 같은 이치다. 집을 담보로 한 주택담보대출이나 자동차에 대한 대출 등 쉽개 팔수 없는 비유동적 자산이 이렇게 해서 거래하기 쉬운 상품으로 변신한 것이다. 자산담보증권이 나오기 전까지 채권은 정부나 굉장히 규모가 큰 기업만 발행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무엇이든 채권으로 변신 가능해졌다. 원래 보유하고 있던 대출상품을 자산담보증권으로 포장해서 판매한 대출기관은, 그렇게 번돈으로 더 많은 대출상품을 판매한다. 은행이 보유한 대출상품을 제3자에게 팔지 못하던 규제가 철폐되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자산담보증권을 구조화 해서 만든 부채담보부 증권이라는 상품이 나오면서, 금융상품은 더욱더 복잡해졌다. 여기서 구조화라는 말은 주택대출 담보부 증권(CDO)같은 자산담보증권 여러개를 묶어서 부채담보부 증권같은 또하나의 합성채권을 만든 뒤, 이 새 채권을 다시 몇게로 쪼개서 위험 등급별로 트랑슈 (얇게 저민 조각)라는 분할발급증권을 발행한다는 뜻이다. 손해가 발생할 경우, 하급트랑슈를 산 사람들이 손해를 흡수하게 때문에, 상대적으로 위험높은 자산을 모아 굉장히 안전한 금융상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 전통적으로 AAA는 소수 부자나라의 정부가 발행하는 국채나 굉장히 안전한 극소수 기업들이 발행하는 회사채에만 주어졌던 등급이다. AAA등급을 받은 상품은 안전한 자산을 운용할 의무가 있는 연금기금, 보험사, 자선단체 등에 팔려나갔다. 상업은행들도 이 상품을 대량 사들였다. 그러나 이런 채권상품이 궁극적 으로는 안전하지 않은 자산에 기본을 두고 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따지고 보면, 고용이 불안정한 노동자들이 받은 담보대출이나 신용기록이 좋지 않은 소비자들의 신용카드빚 등으로 이루어진 상품이기 때문이다. 미국 주택시장의 거품이 꺼지자 철통처럼 안전하다고 간주되던 상위 트랑슈 부채담보부 증권마저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실체가 드러나고 말았다.
파생상품이라는 이름은 그 자체로 본질적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라, 외적인 사건이나 사물에서 파생된 가치를 반영한다는 의미로 붙은 것이다. 전문도박사와 돈을 걸고 내기를 해, 그 시합에서 파생되는 가치를 누리는 것과 같은 의미이다. 즉 파생상품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다른 것들이 어떻게 되는지에 돈을 거는 내기라 할수 있다. 요즘 파생상품 계약은 그야말로 온갖 것을 대상으로 이루어진다. 쌀, 원유 같은 현물, 주식및 외환 등의 금융자산, 주가지수와 집값 등의 가격, 심지어 날씨까지도, 그러나 처음에는 그 대상이 현물시장에만 국한되어 있었다. 벼를 키우는 농부와 중개상이 미리 계약을 맺고, 농부가 벼를 수확하면 정해놓은 가격에 중개상에게로 넘기기로 한다. 이런 종류의 계약을 '선도계약 혹은 선도'라고 부른다. 파생상품에 선도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것이 파생상품의 원형이므로, 일단 여기서부터 풀어보자. 일단 계약이 이루어지면 파생상품 그것이 기초하고 있는 실제 물건에 대한 도박이 된다. 벼에 대한 선도계약은 미래의 벼 가격을 가지고 도박을 하는 것이다.
많은 파생상품이 맞춤제작이 된다. 위의 예에서 농부와 중개상처럼 특정한 두사람이나, 두단체 사이에 계약이 맺어진다는 뜻이다. 가령 23일 후에 미리 정해놓은 환율로 특정통화를 환전하겠다는 계약을 투자은행과 맺는 경우가 있다. 이런식으로 상황에 맞게 그때그때 맞춰서 만들어지는 파생상품을 장외거래 파생상품이라고 부른다. 파생성품 거래를 표준화 시키면 장내거래상품이라 부르고, 19세기 중반에 문을 연 시카고상품거래소 같은 곳에서 거래된다. 선도의 경우를 표준화시키면 선물로 이름이 바뀐다. 파생상품을 변호하는 논리로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은 경제주체들이 파생상품을 통해 미래의 위험을 방지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파생상품은 가령 원유가격변동을 놓고 투기 즉 도박을 할 수 있게 해준다. 다시말해 정유시설 관련자도 아니고, 소비자로서 원유가격에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들이 원유가격변동을 놓고, 판돈을 걸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선도/선물뿐만 아니라, 다른 파생상품도 진화했다. 새로운 파생상품 옵션은 계약자들에게 현재 고정된 가격으로 미래의 특정 일자에 무언가를 살 수 있거나, 팔 수 있는 권리를 준다. 옵션은 스톡옵션으로 잘 열려져 있다. 경영자에게 주식가격을 올리는 방향으로 기업을 경영하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방법이다. '선도'가 단일한 미래의 사건에 대한 도박이라면 '스와프'는 다수의 선도계약을 한데 묶은 것으로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일련의 사건에 대한 도박이라고 할 수 잇다. 온갖 종류의 상환변화가 원인이 되어 지불금과 소득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스와프의 종류도 여러 가지이다. 금리, 환융, 현물, 주식가격, 심지어 특정 금융상품의 채무변재 위험도 스와프의 대상이 된다. 새로 나온 금융상품들의 복잡성이야말로 바로 이 상품들이 위험한 이유이다.
1982년 금융규제기관인 증권거래위원회와 현물선물 거래위원회가 파생상품계약의 결제를 원래 근거가 되었던 제품으로 하지 않고, 현금으로 해도 된다고 합의한 것이다. 새 규칙 덕분에 현물이나 특정금융 자산 이외도 물리적 으로 절대 지급수단이 될 수 없는 주가지수 같은 명목상의 것들에서 파생된 파생계약이 엄청나게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2011년 IMF추산에 따르면, 전 세계 장외파생상품 시장은 미지급 가치로 따져서 648조 달러에 달했다. 파생계약 자체의 시장가치는 27조달러 였다. 반면 전 세계은행자산은 110조달러, 전 세계 국내총생산은 70조 달러였다. 금융부문의 상대적 크기는 미국과 영국에서 두드러졌다. 가브리엘 팔마는 영국의 국내총생산 대비 금융자산의 비율이 2007년 700%에 달한다고 추정한다. 미국 정부자료를 사용한 제임스 크로티는 미국의 총생산대비 금융자산비율이 1980년대초 금융규제 완화이후 급격히 늘어 2000년대에 들어서 900%선을 넘었다고 계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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