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물질적 생산과 소비활동이 기후변화의 주요인이고, 결국 인류의 생존 마저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게다가 원유나 광물 같은 재생 불가능한 자원이 빠르게 고갈되어 가고 있다. 농산물이나 임산물 등과 같은 재생 가능한 자원마저 생산능력이 수요의 증가를 못따라갈 가능성이 크다. 이런 것을 모두 감안할 때, 우리의 경제활동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제어할 방법을 찾지 못하면, 지구가 바닥나고 말 것이다. 로마클럽이라는 저자가 ‘성장한계’라는 책을 냈다. 1992년경이 되면 원유가 완전 고갈될 것이라고 했다. 원유는 고갈되었다. 1970년대 기술로 채굴할 수 있는 원유는 고갈되었다는 뜻이다. 기술은 우리가 이전에 손댈 수 없었던 자원을 손에 넣을 수 있게 해줄 뿐 아니라, 자원의 정의마저 바꾸기도 한다. 이전에 극복해야 하는 파괴적인 자연현상이었던 파도와 조석현상이 기술의 발전 덕분에 이제는 주요 에너지원이 되었다.
아무리 기술이 빨리 발전한다 해도 재생 불가능한 자원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가까운 장래에 주요 자원이 완전히 고갈되지는 않을지 모르지만, 점점 더 손에 넣기가 어려워지면서 가난한 사람들이 이런 자원을 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져 그들의 복지, 심지어 생존까지 위협할 수 있다. 깨끗한 물을 공급하는 비용이 점점 더 올라가면서 수인성 전염병이 늘고, 농적물 수확량이 떨어져 이미 가난한 사람들이 타격을 입고 있다. 식료품 가격이 오르면 기아와 영양결핍이 증가할 것이다. 연료가 비싸지자 부자나라에서도 가난한 노인들이 겨울에 사망하는 일이 늘고 있다. 이 모든 것을 감안할 때, 우리가 현재 영위하고 있는 생활방식에 커다란 변화없이 순전히 기술적인 해결책을 찾아내 늦지 않게 기후변화를 해결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가능성이 극도로 적다.무엇보다 개발도상국은 상위층 극소수가 모든 부를 차지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서 생산량을 더 늘려야 한다. 즉 경제성장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개발도상국에서 소득이 오른다는 것은 단순히 텔레비전 하나를 더 사는 문제가 아니다. 덜 위험한 환경에서 허리가 휘는 힘든 일을 덜 하고, 자녀가 어릴 때 죽는 것을 보지 않아도 되고, 더 오래 살고 병에 덜 걸릴 수 있는 삶의 기회가 주어진다는 의미이다.
개발도상국중 많은 나라가 기후변화에 거의 원인을 제공하지 않았음에도 기후, 위치, 지리학적 특성 때문에 지구온난화의 부작용을 가장 일선에서 크게 맞닥뜨릴 가능성이 높다. 최빈 개발도상국들에게 경제성장과 발전을 장려해야 할 이유는 압도적으로 많다. 그들의 경제를 특정 수준까지 끌어올린다 해도 기후변화에는 아주 작은 영향밖에 끼치지 않는다. 기후변화의 영향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이미 엄청난 자원을 소비하고 있고, 그 소비량을 더 늘릴 필요가 훨씬 적은 부자나라들이 소비를 줄여야 한다. 미국, 영국, 포르투갈처럼 불평등의 수준이 높은 나라에서는 불평등만 줄여도 더 많은 사람들이 소비할 수 있게 된다. 집단적 서비스의 소비를 늘리면 분산적이고, 개인적인 소비로 인한 자원낭비가 줄어 전체 복지수준을 높일 수 있다. 대중교통시설을 늘리면 교통체증 때문에 승용차 안에서 버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소비의 양을 줄이는 것과 더불어 에너지 효율 또한 높여야 한다. 여기에는 건물, 자동차, 전기장치 등에 더 엄격한 에너지 효율 규정을 부과하는 방법이 있다. 물건을 사는 것보다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는 데에 더 즐거움을 느끼려면 전반적인 문화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기후변화를 비롯한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부문의 생산능력을 늘리는 방법도 있다. 대체 에너지 기술향상, 더 효율적이고 친환경적인 농업기술 발달, 값싼 담수화 기술개발 등이 그 예이다.
현재 경제학의 주류인 신고전주의 경제학파에서는 생산부문을 심각하게 간과한다. 말하자면 대부분의 경제학자에게 공장문앞에서 끝나고 만다. ‘한 나라가 감자칩을 생산하느냐, 마이크로칩을 생산하느냐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경제활동의 방식이 다르면, 결과도 달라질수 있다는 인식이 빠져 있다. 즉 한나라가 단순히 무엇을 생산하느냐만이 아니라, 그것을 생산하는 것이 그 나라의 생산능력이 발전하는데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냐가 더 중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제조업부문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제조업이야말로 지난 2세기동안 새로운 기술과 조직능력을 만들어 낸 주된 근원이기 때문이다. 현대사회는 공장에서 만들어졌고 새로운 사회 또한 공장에서 만들어질 것이다. 산업화 후 사회에서도 새로운 경제의 동력이라고 여겨지는 서비스 산업은 역동적인 제조업부문의 뒷받침 없이는 융성할 수 없다. 부자나라들은 소비패턴을 바꾸는 것과 더불어 녹색기술분야에서 생산능력을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 개발도상국들은 기후변화의 악영향에 대처하기 위해서라도 기술 및 조직능력을 개발해야 한다.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장하준 지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투자은행과 새로운 금융시스템 (0) | 2016.07.19 |
---|---|
은행과 전통적인 금융시스템 (0) | 2016.07.18 |
산업화와 탈산업화 (0) | 2016.07.13 |
경제성장과 경제발전 (0) | 2016.07.13 |
소득, 행복 (0) | 2016.07.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