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같은 사람이라도 상황이 달라지면 완전히 다르게 행동하는 것을 종종 목격한다. 사람들은 맡은 역할에 따라 기대되는 바도 다르고, 행동도 달라진다. 우리는 종종 뭔가를 나중에 하겠다고 결심하지만, 정작 그 시간이 되면 하지 않는다. 욕망앞에서 의지가 무너질 때가 많다. 이런 상황을 대비해 우리는 또다른 내가 목소리를 내지 못하도록 방도를 마련해 놓기도 한다. 오디세우스가 사이렌에게 홀리지 않도록 배의 돛대에 자기를 묶어 달라고 요청한 것처럼 말이다. 다중자아 문제는 개인이 원자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더 쪼개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개인이 다른 개인으로부터 완전히 분리될 수 없다는 점에서도 개인은 원자가 아니다. 환경은 우리가 누구이고, 무엇을 원하며, 무엇을 할지 선택하는데 강한 영향을 끼친다. 개인은 그가 속한 사회의 산물이다.
우리의 선호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환경뿐만이 아니다. 우리의 생각과 행동은 자신들이 원하는 식으로 형성 되기를 원하는 사람들의 고의적인 조작에 영향을 받기도 한다. 정치선전, 교육, 종교적 가르침, 대중매체 등 인간 삶의 모든 측면에는 어느 정도 이런 조작이 담겨있다. 일단 가난한 사람들에게 가난은 자신의 잘못이고, 돈을 많이 번 사람은 그럴만한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이며, 열심히 노력하면 자신도 부자가 될 수 있다고 설득하는 데 성공하면, 부자들이 훨씬 살기가 쉬워진다. 때때로 우리는 아무 이유없이 관대하게 행동하게도 한다. 다른 사람들을 걱정하고, 타인을 돕기위해 자신의 이익을 희생하는 행동도 한다. 자선단체에 기부를 하고 자선행사에서 자원봉사를 하며, 곤란한 처지에 처한 생명부지의 타인을 돕는다. 인간은 복잡한 존재다. 그렇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많은 경우 이기적으로 행동한다. 그와 동시에 애국심이나 계급 결속감, 이타주의 정의감, 정직성, 이데올러기에 대한 신념, 의무감, 희생정신, 우정, 사랑, 미의 추구, 쓸데없는 호기심 등등 다른 동기에 의해서도 움직인다.
개인주의 경제학 이론에서는 개인이 합리적이라 가정한다. 이 가정 역시 사람들은 자기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잘알고 행동하기 때문에, 간섭하지 말고 그냥 두는 것이 가장 좋다는 메시지를 품고 있다. 이런 이야기는 요즘같은 세상에서는 공허하게 들린다. 초합리성을 가정하고 만들어진 효율적 시장가설이라는 경제학이론을 믿는 정책입안자들이 금융시장에 아무 규제도 필요없다고 생각한 것이 바로 2008년 금융위기의 중요한 원인이다. 단순히 이야기하자면 문제는 인간이 그다지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는 결정을 내릴 때 본능과 감정에 너무 쉽게 죄우된다. 인간은 보통 직관적이고 휴리스틱한 방법으로 사고하고, 논리적 사고를 잘 하지 않는다. 위대한 소설과 영화에서처럼 현실의 경제사회는 복잡하고 단점이 많은 개인과 조직이라는 등장인물들이 살고 있다. 개인의 다면적이고 제한적인 본성을 감안하고, 복잡한 구조와 내부 의사결정 메커니즘을 지닌 대규모 조직의 중요성을 인식할 때만이, 비로소 우리는 실제 경제에서 벌어지는 선택의 복잡성을 이해하는 이론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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