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생산자는 기업이다. 수십만 심지어 수백만명의 노동자를 수십개 나라에 거느리고 있는 대기업들 말이다. 현재 200개 대기업이 전세계 생산량의 10%를 생산해 내고 있다. 공산품 국제무역의 30-50%가 기업내 거래인 것으루 추산된다. 여러 나라에 지부를 둔 다국적 기업 혹은 초국적 기업내에서 투입물과 생산물을 서로 이전하는 것이다. 법적으로 따지자면 대기업이 내리는 결정도 CEO나 이사회 의장 등의 개인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기업이 내리는 결정의 가장 근본에는 주주가 있다. 주주는 주식을 소유함으로써 기업의 경영과 관련된 일정 권리를 갖게 된다. 주식에는 우선주와 보통주 두가지가 있는데, 우선주를 가진 주주는 기업이 유보하지 않고 주주들에게 나누어 주는 이윤, 즉 배당을 받을 때 우선권을 갖는다. 그러나 이러한 우선권은 기업의 주요결정에 관여하는 투표권을 포기하는 댓가로 주어진다. 다른 기업의 인수나 합병을 할 것인지 등을 결정하는 투표권 말이다. 이런 안건에 투표를 할 권리를 가진 주식은 보통주라 부른다.
과거의 자본가와 달리 요즘에는 주주 한사람이 과반수의 주식을 가지고 있는 대기업은 드물다. 하지만 지배주주가 있는 대기업은 지금도 상당히 많다. 기업의 미래를 결정하기에 충분한 양의 주식을 보유한 이런 주주들을 지배지분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투표권을 가진 주식의 20%이상이 지배지분에 해당한다. 대부분의 대기업에는 지배주주가 없다. 지분이 너무 많은 사람에게 분산되어 있어서 어떤 주주도 혼자서 효과적으로 통제 할 수 없는 것이다. 소유권이 분산되면서 세계유수의 대기업 대부분에서 실질적 경영권이 기업에 별다른 지분을 가지지 않은 전문경영인들의 손으로 넘어갔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라고 부르는 것이다. 대리인이 주인의 이익보다는 자기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기업을 운영할 수 있다. 그때 경영진을 쉽게 교체할 수 있다.
노동조합활동과 별도로 독일, 스웨덴 등 일부 유럽국가의 노동자들은 노동자 대표가 회사의 이사회에 공식으로 참여해 기업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독일의 대기업은 이사회가 두 단계로 나누어져 있다. 다른 나라 이사회와 같은 경영이사회가 중요한 결정을 할 때 감독이사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 감독 이사회는 경영진에서 선출한 의장이 캐스팅보드를 지고 있지만, 구성원 절반이 노동자 대표들이다. 정부 또한 주주자격으로 대기업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부가 민간기업 주식을 보유하는 경향은 널리 퍼져 있다. 노동자와 정부는 개인주주나 전문경영진과는 목적이 다르다. 노동자들은 실업을 줄이고, 고용 안정성을 높이는 한편 노동환경을 향상 시키기를 원한다. 정부는 기업이 법적으로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집단의 이익을 고려해야 하는데, 예를 들면 공급업체, 지역공동체는 몰론 환경운동단체까지 생각한다.
일부 대기업은 사용자나 고용인 혹은 독립적인 중소기업들이 소유한 협동조합 형태를 띤다. 소비자 협동조합인 슈퍼마켓 체인 코오프는 스위스에서 두 번째 큰 소매업체이다. 소비자 협동조합은 소비자들이 구매력을 한데 모아 공급자들과 가격을 협상해서 더 나은 가격으로 물건을 구매한다. 신용협동조합은 예금자들이 모여 만든 협동조합이다. 생산자 협동조합에는 두가지 형태가 있는데 노동자들이 직접 소유한 노동자 협동조합, 독립적인 생산자들이 자원을 한데 모아 특정한 활동을 같이 하기로 합의해서 만든 생산자 협동조합이 그것이다. 독립생산자들이 선택적으로 협업하는 협동조합의 가장 보편적인 예는 낙농가들의 협동조합이다. 협동조합은회원제로 운영되는 조합이기 때문에 기업들이 표방하는 1주1표원칙이 아니라, 1인1표원칙을 기본으로 의사결정이 이루어진다. 협동조합에서 경영직을 맡은 노동자-조합원의 보수가 일선에서 일하는 노동자 조합원의 최저임금의 3-9배를 넘지 않는다. 노동자들의 평균임금보다 적어도 300-400배나 많은 미국 최고경영자들의 보수와 비교해 보라. 어떤 협동조합은 직무순환제를 이용해 모든 노동자가 여러 단계의 직책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한다.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경제무대에서 정부가 가장 중요한 등장인물이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정부는 단연 가장 많은 수의 노동자를 고용하는 고용주이다. 어떤 경우에는 이 숫자가 국가노동력의 25%에 달한다. 평균적으로 국영기업이 국가생산량의 10%정도를 생산해 내는데 싱가포르와 대만은 15%가 넘는다. 정부는 또 시장을 만들고 없애고 규제함 으로써, 경제의 등장인물들의 행동방식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정부의 의사결정과정은 소유구조가 가장 복잡한 거대기업의 의사결정 과정보다 훨씬 복잡하다. 정치인과 관료는 툭정정책이 채택 되기를 원하는 온갖 종류의 집단으로부터 로비를 받는다. 주로 부자나라 장부가 소유하는 세계은행과 기타지역적 다자간 은행은 개발도상국에 돈을 빌려준다. 세계은행과 IMF 그리고 이와 유사한 다자간 금융기관은 대출을 해주는 나라에 특정경제정책을 채택할 것을 요구한다. 세계은행과 IMF는 대출받는 나라를 진정으로 돕기보다는 부자나라가 좋다고 생각하는 조건을 부과한다는 비판을 많이 받는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미국이 세계은행과 IMF에서 사실상 거부권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가장 중요한 결정에는 85%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는데, 미국이 18%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국제기구들은 규칙을 정할 수 있기 때문에 힘이 있다. 금융규제에 관한 국제규범을 정하는 국제결제은행이 그 한 예이다. 그러나 규칙을 정하는 국제기구중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중요한 기관은 세계무역기구WTO 이다. WTO는 국제무역, 국제투자는 물론 특허저작권 등의 지적재산권 보호에 이르기까지 국제적 경제상호작용에 관한 규칙을 정하는 기구이다. 어떤 국제기구는 특정사상에 정당성을 부여함으로써, 우리 경제생활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각종 유엔기관이 바로 여기에 속한다. 예를 들면 유엔개발계획UNDP는 세계적으로 빈곤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국제노동기구ILO는 노동자 권리를 고취한다. 이 기구들은 각자 맡은 영역의 문제에 대해 공개토론 하고 자신들이 지지하는 생각을 채용하고자 하는 나라에 기술적으로 지원하는 식으로 활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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