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학파 : 인간은 충분히 똑똑하지 않기 때문에 규칙을 통해 의도적으로 선택의 자유를 제한해야 한다.
인간이 항상 합리적이고 이기적으로 행동한다는 신고전주의의 가정과 달리 행동주의는 인간 행동을 있는 그대로 연구하려 한다는 의미에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행동주의 시발점은 1940년대와 50년대 특히 1978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허버트 사이먼이다. 사이먼이 내세운 주된 개념은 제한적 합리성이다. 그는 인간이 무제한적인 정보처리능력 혹은 신과 같은 합리성을 가졌다고 가정한 신고전주의 학파를 비판한다. 사이먼은 인간이 비합리적인 존재라고 주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가 합리적이려고 노력하지만, 그럴 수 있는 능력은 너무도 제한되어 있고, 특히 이렇게 복잡한 세상에서는 더욱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본다. 우리가 결정을 내리는데 가장 큰 장애가 되는 것은 정보의 부족이 아니라, 가지고 있는 정보를 처리할수 있는 능력의 한계라는 뜻이다. 휴리스틱스heuristics 혹은 직관적 사고라고 부르는 이것은 여러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어림짐작, 상식, 전문가의 판단 등이 그 예이다. 엄청나게 많은 대안들을 무시하고, 우리 능력으로 다룰 수 있는 적은 수의 가장 유력한 몇가지 가능성만을 고려하게 만든다.
우리는 제한적 합리성을 보상하기 위헤 시회제도뿐 아니라 조직의 일상적인 규칙도 구축한다. 개인수준의 휴리스틱스와 마찬가지로 조직과 사회의 규칙도 우리가 누리는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지만, 더 나은 선택을 하도록 돕는다. 복잡한 문제를 단순화 해주기 때문이다. 신고전주의 경제학자들은 보통 현대 자본주의 경제를 ‘시장경제’ 라고 묘사한다. 그러나 행동주의 학파는 시장이 경제의 작은 부분일뿐이라고 본다. 1990년대중반 허버트 사이먼은 미국내 경제활동의 80%정도가 시장이 아닌 조직, 즉 기업이나 정부의 내부에서 일어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현대 자본주의 경제를 조직경제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행동주의 학파는 또 감정, 충성심, 공평함과 같은 인간의 성질들이 왜 중요한지에 대해 설득력 있는 이유를 제시했다. 사이먼에 따르면 우리는 제한된 정신적 자원을, 당면한 문제중 가장 중요한 것을 해결하는데 집중해야 하는데 감정이 바로 이런 집중력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행동주의 학파는 조직이 잘 돌아가기 위해서는 구성원의 충성심이 핵심이라고 주장한다. 구성원들이 충성심이 없으면, 그들의 이기적 행동을 감시하고 처벌하는데 너무 많은 비용을 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공평함은 중요하다. 조직이나 사회의 구성원이 불공평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느끼면, 그 조직이나 사회에 충성심을 갖기 어려울 것이다. 인간사회를 개인에서 시작해, 아니 그보다 더 낮은 단계인 사고 과정에서부터 거슬러 올라가면서 이해하려고 한 행동주의 학파의 시도는 강점인 동시에 약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미시적인 수준에 너무 초점을 맞춘 나머지 이들은 종종 더 큰 경제체제를 보는 눈을 잃고 만다.
다른 사람이 내린 결정의 수동적인 피해자가 되지 않으려면, 우리 모두 경제학을 이런 다양한 접근법을 이해해야 한다. 최저임금, 아웃소싱, 사회복지, 먹거리의 안전성, 연금 등등 우리 삶에 영향을 끼치는 모든 경제정책과 기업의 결정 뒤에는 어떤 경제학 이론이 있기 마련이다. 경제학 이론들이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은 부분적으로 서로 다른 도덕적, 정치적 기치관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임을 이해하고 나면, 경제학을 제대로 알게 된다. 다시 말해서 옳고 그름이 확실한 과학이 아닌 정치적 논쟁으로서의 경제학을 토론할 자신감을 얻게 된다. 현재 주류를 이루고 있는 신고전주의학파에서 보는 경제학은 선택의 과학이다. 이 관점에 따르면 모든 선택은 자신 혹은 기껏해야 자기가족 복지를 최대화 하는 데만 관심있는 이기적 개인이 하는 것이다. 소비자로서 각 개인은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에 관해 스스로 형성한 선호체계를 가지고 있다. 이 선호체계를 사용하고, 여러 물건의 시장가격을 고려해 효용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재화와 서비스의 조합을 선택한다.
개인소비자가 내린 선택은 시장메커니즘을 통해 모두 합산 되고, 그 합산결과를 보고 생산자는 자신이 생산하는 재화나 서비스의 수요가 가격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알 수 있다 (수요곡선). 생산자가 각 가격에서 공급할 의사가 있는 재화나 서비스의 양은 이윤극대화를 목표로 한 생산자의 합리적 선택에 따라 결정된다 (공급곡선) . 수요곡선과 공급곡선이 만나는 곳에서 시장은 균형을 이룬다. 소비자를 가계, 생산자를 기업이라 부르지만 본질적으로는 개인의 연장선 상에 있다. 개인주의적 관점은 우리 경제를 이론화 하는 유일한 방법은 아니지만, 1980대 이후 학계의 주류로 군림해 왔다. 개인은 적절한 가격만 지불할 용의만 있으면, 무엇이든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개인은 돈이 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이윤을 극대화 하는 방법을 사용해 생산할 수 있다. 무엇을 생산해야 하는지에 개입할 수 있는 권위를 가진 존재는 없다. 개인주의 관점은 시장 메커니즘에 역설적이지만 굉장히 강력한 도덕적 정당화 근거를 제공한다.
개인이 선하게 행동하지 않아도 경제는 효율적으로 돌아가고 모든 구성원이 혜택을 입는다. 개인이 선하지 않고, 효용과 이윤을 극대화 하는 가차없는 선택을 하기 때문에 경제가 효율적으로 돌아가고, 모든 사람이 혜택을 입는다고 주장한다. 애덤 스미스가 한 유명한 발언도 이 관점을 보여주는 고전적 선언이다. ‘우리가 밥을 먹을 수 있는 것은 푸줏간 주인이나 양조장 주인이 마음이 좋아서가 아니라, 그들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수많은 독재자가 극도로 자유시장주의에 경도된 정책을 사용한 반면,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처럼 민주국가이면서 높은 세금과 많은 규제로 인해 경제적 자유가 그다지 크지 않은 경우도 많다. 시장에서 아무런 규제없이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행태는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경제적 결과를 도출하는데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개인주의적 관점은 다른 관점, 특히 마르크스나 케인스의 관점처럼 계급에 기본을 두는 관점에 비해 돈과 권력을 소유하고, 따라서 더 큰 영향력을 가진 세력으로부터 훨씬 더 많은 지지와 인정을 받는다. 재산권, 노동권 등 기존사회 구조를 이미 주어진 것으로 받아들이고, 현재 상황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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