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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아니라고 말할 때 (게이버 메이

결핍의 생물학

동물과 인간은 뇌의 감정 담당 부위인 각자의 변연계를 통해 상호반응한다. 사람과 달리 동물은 변연계에서 나오는 메시지에 예리할 정도로 민감하다. 암, 다발성 경화증, 류머티즘 관절염, 그리고 우리가 살펴본 다른 질환들은 성인기의 삶에 느닷없이 발생한 것이 아니라, 평생에 걸친 과정이 절정을 이룬 결과물이다. 이런 과정을 형성했던 상호작용이나 생물학적인 각인작용은 의식적으로 기억하지 못할 수 있는 인생의 시기에 발생한다. 촉각접촉은 아기가 세상에 태어나서 가장 먼저 경험하는 일이다. 그것은 우리가 처음으로 사랑을 받아들이는 방식이다. 포유류의 어미는 새끼에게 반드시 촉각자극을 제공한다. 에슐리 몬태그는 그의 명저 ‘접촉: 피부의 인간적 의미’에서 이렇게 쓰고 있다. ‘신생아와 어린아이가 접촉을 받아들이는 다양한 방식은 그들의 신체발달과 행동발달에 무엇보다 중요하다. 인간에게는 건강한 정서관계와 애정관계의 발달을 위해 촉각자극이 근원적으로 중요하며, 그 결과 실질적인 의미에서와 비유적인 의미에서 모두 핥아주기와 사랑이 밀접한 연관이 있는듯 보인다. 요컨대 사랑은 가르침을 통해서가 아니라, 직접사랑을 받음으로써 습득할 수 있는 듯하다.

 

세상과의 상호작용이 우리의 생리적, 심리적 발달을 프로그래밍 한다. 정서적 접촉은 신체적 접촉 만큼이나 중요하다.  사회적-정서적 상호작용은 뇌발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모든 스트레스 요인들은 주변환경에 있어야 하는 필수요소들의 부재, 즉 우리의 신체가 생존에 꼭 필요하다고 느끼는 요소들의 부재를 의미한다. S. 리바인과 H. 얼신은 ‘스트레스란 무엇인가’에서 스트레스 자극은 .... 무언가가 생체와 깊은 연관이 있고, 생체에 바람직한 것이라는 사실을 말해 준다‘고 적고 있다. 온혈동물의 새끼는 부모 없이는 생존이 물가능하다. 인간의 아이는 직접적인 신체적 욕구를 넘어서는 이유들로 인해, 다른 종의 새끼보다 훨씬 오랜 기간동안 어른에게 의존한다. 양육을 담당하는 사람은 음식, 안식처, 생존기술정보, 약탈자에 대한 방어지식을 제공하는 존재 이상의 존재다. 부모는 아이의 미성숙한 생리체계와 감정체계를 조절해 주는 조절자이기도 하다.  부모의 사랑과 관심은 뇌 회로, PNI계, HPA 축의

최적의 성숙을 촉진시킨다.

 

뇌성장과 3/4과 뇌 발달의 거의 90%가 출생이후 처음 3년안에 대부분 이루어진다. 인간의 뇌는 포유동물중 유일하게 자궁안에서와 같은 속도로 계속 성장한다. 어떤 발달 과정이든 그 전개는 물려받은 유전적인 잠재능력뿐만 아니라, 환경적인 조건에도 의존한다. 가장 강하고 훌륭한 고급품종의 밀도 메마른 불모의 토양에서는 자라지 못할 것이다. 수십년에 걸친 신경과학계의 연구를 통해, 부모와의 애정어린 정서적 상호작용이 인간의 뇌 발달에 필수불가결한 조건이라는 사실이 분명하게 증명되었다. 정서적 상호작용은 신경세포와 신경회로의 성장을 자극하기도 하고 억제하기도 한다. 아기가 행복한 일을 경험하면, 보상성 화학물질, 엔도르핀이 방출된다. 엔도르핀은 신경세포의 성장과 연결을 촉진시킨다. 반대로 코르티솔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수치가 만성적으로 높으면, 뇌의 주요부위들이 위축되는 것이 동물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뇌의 신경회로들과 신경화학작용은 주어진 환경에 반응하며 발달한다. 적절한 환경의 자극을 박탈당한 존재들은 위축되거나, 죽어버리거나, 적절한 발달을 하지 못한다.

 

인간발달의 근본적인 목적은 사회내에서 동료인간들과 협력하며 살아갈 수 있는 자립적이며, 자기 조절적인 인간의 출현이다. 그리고 자기조절과 관련해서 아이의 건강한 신경생물학적 발달에 지극히 중요한 것이 부모가 아이의 감정을 이해하고, 아이의 감정 신호에 맞춰 공감하며 반응할 수 있는 관계다. 유아와 어린아이들은 감정상태를 조절하는 능력이 없으며, 이 때문에 부모와 상호작용을 통해 그것이 조절되지 않으면 생리적으로 고갈되거나, 심지어 죽음에 이를 수도 있다. 따라서 부모와의 친밀관계는 유아의 생물학적 균형을 유지하는데 기여한다. 뇌에서 가장 먼저 만들어지는 부위 그리고 가장 필수적인 부위가 뇌간이다. 파충류 뇌의 원시적 생존충동이 생겨나는 곳이 바로 이곳이고 기본적인 자율 기능들, 허기 갈증, 심혈관 작동, 호흡기 작동, 체온 같은 기능들이 조절되는 곳이다. 인간의 뇌에서 가장 나중에 만들어지는 부위는 뇌의 전부에 위치한 신피질이다. 피질은 주로 신경세포나 뉴런의 세포들로 구성되며, 뇌에서 가장 높은 차원의 활동을 담당한다.

 

피질은 무엇이 우호적이고, 적대적이고, 사회적으로 유익하고, 그렇지 못한가에 관한 정보학습과 관련하여 세상에 대한 우리의 반응을 조절한다. 피질 기능속에는 충동조절, 사회-정서적 지능 동기부여도 포함된다. 피질 기능중 가장 많은 부분은 행동의 촉발이 아니라, 뇌하부 중심부에서 발생하는 충동의 억제와 관련된다. 피질의 조절과정과 뇌간의 기본 생존 기능 사이에서 중재역할을 하는 곳이, 뇌변연계의 감정기관이다. 변연계는 피질과 뇌간사이에 위치한 조직을 포함하기도 하지만, 피질의 일부 부위도 포함한다. 변연계는 생존에 필수적인 부위다. 변연계가 없으면 피질의 조절능력과 사고능력은 마치 ‘천재 백치(특수한 재능을 지닌 정신박약자)의 뇌처럼 기능하게 된다. 즉 지적지식이 세상에 대한 실제 지식과 괴리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감정은 우리를 위해 세상을 해석한다.감정은 신호기능을 갖고 있어서, 우리 몸이 외부에서 유입되는 내용에 영향받게 될 때, 그 상태가 어떤지 말해준다. 감정은 현재의 자극에 대한 반응 -과거 경험에 대한 기억의 여과 장치를 통해 걸러진다- 이며, 과거에 감지했던 내용에 근거해 미래를 예측한다.

 

감정의 경험과 조절을 책임지는 뇌조직 -피질이건, 중뇌부이건-은 시각회로가 빛에 반응하며 발달하는  것처럼, 부모가 보여주는 내용에 반응하며 발달한다. 변연계는 부모의 감정메세지를 해독하고, 흡수하는 일을 통해 성숙한다. 의식적인 기억이든 무의식적인 기억이든 기억을 담당하는 기억중심부는 부모와의 상호작용에 의존하여 강화되기도 하고, 앞으로의 세상에 대한 해석을 하게 되기도 한다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도파민 같은 주요 신경전달물질들-안정된 기분, 흥분, 동기부여, 관심에 필수적인 물질들이다- 의 분비를 책임지는 회로들은 아이와 양육자의 관계라는 맥락하에서 자극 되고 조정된다. 애착욕구의 충족을 위해서는 물리적인 근접성이나 촉각접촉이상의 것이 요구된다. 애정으로 보살피는 정서적인 유대관계, 특히 동조의 질이 중요하다. 부모가 아이의 정서적 욕구에 맞춰주는 과정인 동조는 복잡 미묘한 과정이다. 동조는 지극히 본능적인 과정이며 부모가 스트레스를 받을때, 정서적으로나 재정적으로 또는 다른 이유로 정신이 산만해 질때, 쉽게 훼손된다.

 

동조는 부모가 아동기에 그것을 받아본 적이 없는 사람들일 때도 부재할 수 있다. 이유가 무엇이든 양육자가 스트레스를 너무 심하게 받고 있어서, 아이에게 필요한 동조접촉을 해주지 못하는 유아들은 자기감정을 혼자만 간직하며, 느끼는 경향을 가진 채 자라난다. 그리고 -옳건 틀리건 간에- 자기감정을 누구도 공유해 주지 않는다는 생각, 누구도 이해해주지 못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자라난다. 물리적으로는 근접해 있지만 정서적으로는 분리되는 현상은 '근접분리'라는 용어로 불려왔다. 근접 분리는 상호관계에서 부모의 관심을 빼앗는 스트레스로 인해, 부모자식간의 동조 접촉이 부재하거나 방해받을 때 발생한다. 근접 분리가 발생하면 부모는 물리적으로는 옆에 존재 하지만, 정서적 으로는 부재한 상태가 된다. 바로 이런 부모자식간의 상호관계가 스트레스 과잉인 현대사회에서 점점 표준적인 관계가 되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