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전 영국 흉부외과 의사 데이비드 키슨은 폐암환자들이 종종 ‘유리병을 밀봉하듯이 감정을 억압하는 특징적인 경향을 갖고 있다'고 보고했다. 키슨은 효과적인 감정표출 능력이 결핍된 사람들의 폐암 위험성이 대조군에 비해 4배나 더 높다. 폐암이 발생하려면 적어도 담배 한가지만으로는 충분치 않으며, 감정억압이 담배가 신체에 미치는 영향을 어떤 식으로든 더 강력하게 만들었을거라는 것이다. 심리적인 영향은, 몸의 스트레스 관련기관들인 신경계, 호르몬 선, 면역계, 감정이 감지되고 처리되는 뇌의 감정중심부 등을 연결하는 상호연결을 통하여 악성질환 발생에 결정적인 생물학적 기여를 한다. 뇌, 신경계, 면역기관, 면역세포, 내분비선은 여러 경로를 통해 서로 결합된다. 더 많은 연구가 진행 될수록 이런 연결경로들이 더 많이 발견될 가능성이 높다. 정신신경 면역 내분비(PNI)계의 공동임무는 생명체의 발달, 생존, 번식을 보장하는 것이다. PNI계 구성요소들 사이의 상호연결은 내부 및 외부의 잠재적 위협이 감지되면, 그 위협에 대해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안전을 보장하며, 행동이나 생화학적인 변화들을 조절하여 반응할 수 있게 해준다.
PNI슈퍼계의 다양한 구성요소들은 신경계의 연결작용에 의해 밀접하게 연결된다. 제1차 면역기관 이라고 불리는 기관이 골수와 심장 앞쪽에 위치한 흉선胸線이다. 골수와 흉선에서 성숙된 면역세포들은 비장과 림프선을 포함하는 제2차 림프기관들로 이동한다. 중추신경계에서 방출된 섬유물질이 제1차 림프기관과 2차 림프기관들에 공급되면서, 뇌에서 면역계까지 즉시 소통이 가능해진다.호르몬을 생산하는 내분비선들 또한 중추신경계와 직접 결속되어 있다. 이렇게 해서 뇌는 감상선과 부신 혹은 고환과 난소 및 다른 기관들과 직접적인 대화를 할수 있게 된다. 림프세포나 백혈구 세포들도 뇌와 신경계에서 생산되는 거의 모든 호르몬과 메신저 물질들을 제조할 능력이 있다. 심지어 신체내에 고유하게 존재하면서 어떤 감정을 다른 감정상태로 바꿀수 있는 모르핀성 화학물질 진통제인 엔도르핀조차도 림프구에서 분비될 수 있다. PNI슈퍼계의 다양한 구성요소들을 결속시키는 신경섬유 통합연결망 말고도, 그들 사이에서는 끊임없는 생화학적 교신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모든 기관들은 서로간에 주고 받는 무수히 많은 생성물질을 통해 동일한 분자언어를 말하고 이해할 수 있고, 나름의 방식으로 동일한 신호에 반응할 수 있다.
메신저 분자나 대부분의 호르몬들은 기본적인 단백질 구성원료인 어미노산으로 만들어진다. 이런 아미노산들은 더 긴 아미노산 연결체를 지칭하는 전문용어인 펩타이드라고 물린다. 이 화학물질들은 어느 것도 신체의 한 영역이나 한 기관에만 활동이 국한되지 않는다. 어느 유명한 신경과학자는 전체 펩타이드 집단을 설명하려는 뜻으로 ‘정보전달물질’이라는 용어를 제안했다. 각각의 펩타이드가 한 세포나 한 기관에서 다른 세포나 다른 기관으로 정보를 운반하기 때문이다. PNI계의 중심축은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연결체, 즉 HPA축이다. 이 HPA축의 활동을 통해 심리적인 자극과 신체적인 자극이 위협에 대한 신체의 반응을 작동시킨다. 심리적인 자극은 대뇌피질 부위와 더 깊숙한 곳에 위치한 뇌의 감정중심부- 대뇌변연계라 불린다- 등에서 가장 먼저 판단된다. 입력된 정보를 뇌가 위협이라고 해석하면, 시상하부는 뇌하수체를 자극하여 부신피질 자극호르몬(ACTH)을 분비하게 만든다. 뒤이어 ACTH는 부신피질로 하여금 코르티솔 호르몬을 분비하게 하고 순환시킨다. HPA축을 자극하는 강렬한 심리적 요인들은 생체가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해석할 가능성이 높은 것들이다. 불확실성, 갈등, 조절력상실, 정보결핍 같은 심리적 요인들은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유발하는 자극으로 여겨지며 HPA축을 가장 활성화 시키는 요인들이다.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자극은 포식동물이나 잠재적인 신체질병 같은 객관적인 외부의 위협만이 아니며, 그런 자극에는 우리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무엇인가가 결핍되었다는 내부의 지각도 포함된다. 이런 까닭에 조절력의 상실, 정보의결핍- 그리고 앞으로 살퍄보게 되듯이 충족되지 못한 정서적인 결핍도 HPA축을 자극하고 활동을 유발한다. 만일 그런 욕구의 충족이 완료되면 스트레스반응은 없어진다. 암발병에는 호르몬계의 교란과 면역방어 체계의 손상이 일정한 역할을 수행한다. 어떤 악성종양이든 그 전개과정은 여러 단계를 거쳐 진행된다. 그 첫번째 단계가 정상세포가 비정상세포로 변형되기 시작하는 발생단계이다. 암은 세포복제에서 생긴 병이라고 볼 수 있다. 정상적인 세포분열과 세포소멸 과정에 어떤 이유에선지 교란이 일어난다. 건강한 자손세포를 낳아야 하는 건강한 세포들이 통제를 벗어나 생체의 생물학적인 필요와 무관하게 자기복제를 하는 기형복제세포들로 분열한다.
사실 매일 수백만개의 정상세포들이 죽거나 형성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고 우발적으로 많은 수의 자발적이고 비정상적인 세포변형이 일어난다. 대부분의 주요한 기능장애는 일시적인 현상이며, DNA 복구나 세포소멸로 쉽게 사라진다. 암이 발생하는 실제의 경우는 틀림없이 DNA복구나 정상적인 세포소멸 과정중 하나에 잘못이 일어난 것이다. 오하이오 의과대학 연구진은 실리적 요인이 폐암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1999년 연구에서 이렇게 썼다. ‘ DNA복구 결함은 암발생 증가와 관련이 있다. 그리고 스트레스가 이런 DNA복구 메커니즘을 변형시킬 수 있다. 아포토시스(세포자살)이라는 용어는 건강한 조직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하며, 생리적으로 조절되는 세포의 죽음- 생리적으로 조절되는 -을 일컫는 과학용어이다. 아포토시스는 취약한 유전물질을 지닌 늙은 세포들을 솎아내고 건강하고 활기찬 자손들이 들어갈 공간을 확보함으로써, 정상조직 변형을 가능하게 해주는 기능을 수행한다. 그런데 이런 아포토시스는 잘못 조절되면 종양생성, 자기면역질환, 면역결핍성 질환, 신경퇴행성 질환 등 같은 수많은 병리적 이상 현상의 원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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