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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아니라고 말할 때 (게이버 메이

좋은 스트레스도 존재하는가? (1)

한스 셀리에 박사는 ‘인생의 스트레스’에서 역사 이전의 바다에서 생명이 시작된 이래로, 살아있는 생명체와 생명없는 주변환경 사이, 그리고 하나의 생명체와 다른 생명체 사이에서 끊임없는 기브 앤드 테이크 관계가 존재해 왔다고 썼다. 다른 사람들과의 상호관계가 우리 인생의 거의 모든 순간마다 무수히 많은 미묘한 방식으로 우리의 생물학적 기능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의 심리작동방식과 정서적 환경과 생리적 기능 등이 맺고 있는 관계의 복잡한 균형을 이해하는 일은 건강한 삶에 지극히 중요하다. 의학적인 사고방식에는 대개 스트레스를 - 정신을 극심하게 교란시키지만 각각 별개의 사항인 사건들 - 갑작스러운 실직, 결혼생활의 파경,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같은 사건들을 예로 든다. 그러나 장기적인 생물학적 영향면에서 볼때 인간의 삶속에는 이보다 훨씬 더 잠재적으로 위험하고, 훨씬 더 해로운 일상의 만성적인 스트레스들이 존재한다.  정신적으로 유발되는 이런 스트레스들은 결코 비정상처럼 보이지 않으면서 값비싼 대가를 요구한다.

 

아동기부터 높은 수치의 정신적 스트레스를 습관적으로 접하면서 살아온 사람에게는 스트레스의 부재가 오히려, 권태감이나 자신이 무의미하다는 생각을 불러일으키면서 불안감을 조성한다. 한스 셀리에는 사람들이 아드레날린이나 코르티솔 같은 자신의 스트레스 호르몬에 중독될 수 있다는 사실을 주시했다. 그런 사람에게는 스트레스가 바람직하게 느껴지며, 거꾸로 스트레스의 부재가 피해야할 일처럼 느껴진다.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말할 때, 보통 그들이 말하는 스트레스는 대개 과도한 요구 -직장, 가정,

대인관계, 금전문제, 건강같은 영역들에서 흔히 가해지는 요구들- 가 가해지는 상황에서 경험하는 신경의 동요를 의미한다. 그러나 신경에 가해지는 긴장만으로는 스트레스 의미를 정확하게 밝히지 못한다. 엄밀히 말하면 그런 느낌은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받을 때 늘 감지하는 느낌도 아니다. 스트레스는 주관적으로 느끼는 대상이 아니다그것은 뇌, 호르몬기관, 면역계, 다른 기관들이 관련되는 신체내에서 일어나는 측정할수 있는 종류의 객관적인 생리현상이다. 동물과 사람 모두 스트레스의 존재를 인지하지 않고서도 스트레스를 경험할 있다.

 

셀리에는 스트레스를 원인이나 주관적인 인식여부와 상관없는 생물학적 과정, 즉 신체내에서 일어나는 광범위한 종류의 사건이라고 이해했다. 스트레스는 생체가 존재나 건강에 대한 위협을 감지할 때 발생하는 내부의 변화들로 구성된다. 셀리에의 비유는 핵심 요점을 설명한다. 어떤 생체에 가해지는 요구가 실행할 수 있는 생체의 합당한 능력을 벗어나면, 과도한 스트레스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생리적 스트레스 반응은 그런 위협이 의식의 인식을 벗어나 존재할 때나, 혹은 심지어 당사자가 자신이 좋은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믿고 있을지 모를 때도 발생할 수 있다. 신경계의 자율부위는 의식의 통제를 받지 않는 부위다. 그리고 자율 신경계는 신체의 수많은 자율기능, 예를 들어 심장박동, 호흡, 내장기관의 근육수축 등을 책임진다.

 

스트레스 경험은 세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첫번째 요소는 신체적이든 정서적이든 생체가 위협이라고 해석하는 사건이다. 이것이 바로 스트레스 자극이며, 스트레스 요인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두번째 요소는 스트레스 요인을 경험하고, 그 의미를 해석하는 처리 시스템이다. 인간의 경우 이 처리 시스템은 신경계, 특히 뇌다. 마지막 구성요소는 스트레스 반응이다. 이 반응은 감지된 위협에 대한 반응으로 나타나는 다양한 생리적, 행동적 적응양상들로 구성된다. 스트레스 요인의 정의는 그 요인에 의미를 부여하는 처리 시스템에 달려있다. 실직은 고액의 퇴직금을 받는 임원보다 한달벌어 가족이 한 달 먹고사는 월급쟁의에게 훨씬 더 큰 스트레스다. 우리들 각자에게 스트레스가 무엇이냐 하는 문제는 개인기질 문제이고, 더나아가 개인의 내력문제다. 셀리에는 스트레스라는 생물학적 현상이 신체내에서 주로 세가지 종류의 조직과 기관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호르몬계내에서는 부신에서 가시적인 변화들이 발생한다. 면역계에서는 스트레스가 비장, 흉선, 림프선에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소화기계통에서는 장기의 내벽에 영향을 미친다.

 

신체내에는 여러종류의 기관과 조직, 세포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가용성 화학물질과 호르몬들이 존재한다. 위협이 감지되면 뇌의 시상하부는 부신피질 자극 호르몬방출 호르몬(CRH)을 방출한다. 그 호르몬은 짧은 거리를 이동하여 작은 내분비샘인 뇌하수체까지 도달한다. CRH에 의해 자극받는 뇌하수체는 부신피질 자극호르몬(ACTH)을 방출한다. ACTH는 혈류를 타고 양쪽 신장위 지방조직 안에 숨어있는 부신까지 운반된다. 여기서 ACTH그 자체로 내분비샘으로서의 기능작용을 하는 얇은 외피 모양의 조직, 즉 부신피질에 작용한다. ACTH에 자극을 받은 이 샘은 이번에는 피질성호르몬(피질에서 나온)들을 분비한다. 이 호르몬 중에서 대표 호르몬이 바로 코르티솔이다. 코르티솔은 뇌에서 면역계에 이르기까지 뼈에서 내장기관에 이르기까지 이런저런 여러방식으로 신체내의 거의 모든 조직들에 작용한다. 시상하부, 뇌하수체, 부신으로 구성되는 이 기능적 연합체는 HPA축(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이라고 불린다. 이 HPA축이 스트레스 메커니즘의 중추다. 우울증에 빠진 사람들은 고농도의 코르티솔을 분비하는데 이런 이유로 스트레스를 받거나 우울증에 빠진 갱년기 여성들에게는 골다공증이나 엉덩이 골절이 쉽게 발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