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탈리의 인생에서 1996년 봄과 여름은 스트레스로 가득찬 시기였다. 그해 3월 그녀의 16세 아들이 마약 재활시설에 6개월간 입소해 있다가 퇴소했다. 6월에는 남편 빌이 악성대장 종양수술을 받았다. 두달후 나탈리의 뇌 MRI사진에서 다발성 경화증과 관련있는 특이 소견이 보였다. 신경세포를 가득 채우고 있는 지방조직 미엘린(신경수초)이 손상되었거나, 상처를 입은 염증성 병소들이 발견된 것이다. 다발성경화증(mutiple sclerosis)은 중추신경계 세포들의 가능을 손상시키는 소위 디미엘리네이팅(신경 수초파괴)질환중에서 가장 흔한 질환이다. 다발성경화증에 대해 처음으로 임상적인 설명을 한 사람은 프랑스 신경학자 장-마르탱 샤르코였다. 그는 1868년에 했던 한 강의에서 환자들이 장기간 지속된 슬픔이나 화를 증상발현과 관련지어 생각한다고 보고했다. 그로부터 5년후 영국의 한 의사 역시 스트레스와 관련있는 어느 환자의 사례에 대해 설명했다.
부모와의 과도한 감정대립, 심리적인 독립성 결핍, 사랑과 애정에 대한 극단적인 요구, 화를 감지하거나 표출하는 능력결핍 등은 오래전부터 의학적 관찰자들에 의해 이 질병의 발병요인으로 확인된 바 있다. 스트레스 요인은 사랑하는 사람의 병이나 죽음에서 시작해서 갑작스러운 생계수단 상실의 위험, 혹은 인생에서 지속적인 변화를 초래하고, 해결능력을 넘어서는 유연성과 적응력을 요하는 가족내 사건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했다. 질질 끄는 결혼생활의 갈등도 스트레스의 한 요인이었으며 커져가는 직장내의 책임도 한 요인이었다. ‘공통적인 특징은.... 무능감이나 패배감을 불러 일으키는 ,,, 힘든 상황을 극복하는 면에서 자신이 정말 무능하다는 걸 서서히 깨닫는 일’이라고 연구진은 밝혔다. 언론인이었던 로이스는 1974년 MS진단을 받았을 때 24세였다. ‘ 제게 늘 특정한 옷을 입으라고 간섭 하고, 제 방을 당신 마음대로 장식하고, 처음부터 제가 해야할 일들을 제시하면, 제 삶을 통제하던 엄마를 그 남자에게 이입한 꼴이었습니다. 그런 태도는 인정받기 위해서 원하는 것과 필요로 하는 것들을 포기한다는 걸 의미합니다. 저는 늘 부모가 원하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했습니다.
심리치료사 바브라는 많은 만성질환 환자들을 치료한다. 그녀도 다발성 경화증을 앓고 있다. 그녀는 교정 시설에서 돌보던 소시오패스 남자를 2주동안 마무르게 한 후 발생했다. 그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어보자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 환자는 기회는 커녕 그녀의 가정과 결혼생활을 혼란에 빠뜨리고 파괴했다. 그녀의 입장에서 중요한 바운더리(개인이 심리적 바운더리, 허용하거나 참을수 있는 심리적 한계나 심리적 마지노선을 말하며, 종종 스트레스의 주요 원인이 된다) 문제를 불러일으키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아동기 시절 바운더리를 모호하게 얼버무리면, 미래의 성인기에 심리적 스트레스의 주요 원인이 된다. 이 경우 신체의 호르몬계와 면역계에 지속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이 존재하게 된다. 불분명한 개인적 바운더리를 가진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기 때문이다. 그들의 일상생활에는 다른 사람들에게 침해를 받는 일이 지속적으로 일어나게 된다. 로스너 박사는 어떤 사람이 자기조직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기 시작하면, 건강한 세포를 공격하는 항체를 만들어 낸다고 설명한다. 그는 자가면역 과정을 스트레스나 성격과 연관짓는 풍부한 의학 연구문헌들은 무시하고 있다. 도주-응전 반응을 방해받게 되면, 인공적으로 유발된 자기면역질환이 더 악화 된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쥐들이 이용 되었다.
아동기부터 길들여진 극심한 만성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었고, 필수적인 도주-응전 반응 능력이 손상 되었다면, 근본적인 문제는 여러 연구에 인용된 생활사건들같은 외부적인 스트레스가 아니라, 정상적인 도주 반응이나 응전반응을 허용하지 않는 환경적으로 길들여진 무력감이었다. 그 결과 초래되는 내면의 스트레스는 억압이 되고, 이후 눈에 보이지 않게 된다. 그렇게 되면 결국 충족되지 못한 욕구를 지니게 되고, 오직 다른 사람들의 욕구만 충족시키는 일이 더이상 스트레스로 경험되지 못한다. 그런 일이 정상적인 일로 느껴진다는 것이다. MS발병은 의심의 여지없이 상호작용을 하는 많은 영향들에 의존한다. 그러나 스트레스가 이 질환의 발병에 중요한 기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 과연 사실일까? 여러 연구 결과들과 우리가 살펴본 환자들의 인생사연들은 스트레스가 중요한 기여를 한다고 강력히 암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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