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법사회학 (김명숙 등)

법과 사회통제 (안진) 1

법을 사회통합의 수단으로 보든, 지배계급의 억압수단으로 보든, 현대사회에서 법의 사회통제 기능은 중요하다. 근대국가가 형성되면서 도덕이나 관습의 규범적 효력은 약화되는 반면에, 국가의 실정법의 규범적 효력은 커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근대 민족국가에서는 전통사회에 분산되어 있었던 공동체의 권력을 중앙집권화된 국가권력과 법체계속에 통합시켰다. 민족국가는 통치영역내에서 정당한 폭력을 독점하게 되었다. 근대국가의 제정법, 실정법이 사회구성원들에 대한 규율과 통제의 원칙이 되었으며 국가는 출생, 교육, 결혼, 이주, 직업, 범죄, 병력, 사망 등 일상생활의 모든 영역에 깊숙이 침투하여 감시와 통제를 행사하고 있다. 사회통제란 개인이나 집단이 사회적 규범이나 기대에 일차하는 행동을 하도록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말한다. 사회통제의 형태는 법률뿐만 아니라 관습, 여론, 교육, 이데올로기 등 다양하고 광범위하다. 국가의 사법체제에 의한 사회통제가 공식통제의 대표적 예이며, 가족, 지역사회, 학교, 직장 등에서의 법외적인 사회통제가 비공식적인 사회통제이다.

 

전문적인 국가사법기관에 의해 범죄를 통제하는 주요한 목적은 더 이상 범죄를 억제하여 범죄로부터 사회를 보호하는 것과 범죄자를 재사회화 시켜 사회로 돌려보내는 것 두가지다. 사회통제과정은 두가지로 이루어진다, 하나는 사회화로 사회의 규범과 가치, 이데올로기가 개인들에게 내면화 되는 것이다다른 하나는 규범의 준수나 위반에 대해 가해지는 제재를 말한다법이외의 사회통제역할이 클수록 법적 사회통제역할은 미미하며, 반대로 법이외의 사회통제의 역할이 줄어들수록 법적 사회통제의 역할은 커진다. 제지라 함은 일정한 행위에 대한 처벌의 위협 때문에, 그 행위를 하지 않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제지이론에 의하면 인간은 즐거움을 추구하고, 고통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처벌을 당하지 않도록 행동할 것이라고 가정한다.

 

1960년대 서구국가에서는 학생시위 및 소요, 노동자들의 파업 등 엄청난 사회적 동요가 발생했다. 유럽의 주요 도시들에서는 사회주의자들이 사장으로 선출 되었고, 미국에서는 시민권, 언론의 자유, 빈곤문제, 남녀평등, 감옥개혁, 베트남문제 등에 관한 사회운동의 발생에 의해 1950년대의 침묵이 깨어졌다. 그런데 이러한 사회적 동요에 대한 국가의 반응은 경찰력의 투입이나 억압적인 제재로 나타났고, 그러한 반응은 그동안 사회과학에서 군림해왔던 기능주의이론의 사회적 합의모델과 정치적 다원주의에 의문을 제기하게 만들었다. 비관적인 관점에서 보면, 범죄의 개념은 새롭게 규정되어야 한다. 실증주의 범죄학에서는 권력관계에 의해 통제의 역학이 성립하고, 통제와 사회반응의 산물로서 일탈이나 범죄가 만들어진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함으로써, 실제 범죄를 생산해낸다. 비판적 범죄학이나 법사회학은 범죄를 규정하는 실정법 자체를 문제시 한다. 미국의 급진범죄학자 퀴니에 의하면, 주류범죄학은 기존체제에 일탈자 및 범죄인을 통제하는데 유용한 기술적 정보를 제공하고, 실정법의 생성과 집행을 장악한 지배계급의 이데올로기를 묵인함으로써, 그들의 이해구현에 봉사하고 기존체제를 옹호하는 결과를 낳았다.

 

일탈이나 범죄형성과 그 원인을 사회전체의 구조적 모순과의 관련속에서 규명하지 않고, 일탈자나 범죄자 개인의 병리에 돌린다. 주류범죄학 이론가들은 범죄를 일으키는 것은 범죄자 개인의 저사회화를 주원인이라 한다. 범죄원인을 개인적인 병리로 돌리는 것의 당연한 귀결로서, 주류범죄학은 일탈이나 범죄의 해결책을 사회적 모순의 전반적인 해결속에서가 아니라, 개인적인 교정에서 찾는다. 개인의 교정여부를 평가하기 위해 통제기관 및 통제관료에게 더 많은 재량권을 부여함으로써 통제의 계급적 편파성을 야기하게 된다. 근대국가의 형사정책기조는 범죄를 발생시키는 사회환경의 변화를 추구하기보다는 일정한 양의 범죄를 꾸준히 재생산하는 사회체제는 그대로 둔 채, 범죄자들에 대한 개인적 교정을 강조한다. 비판범죄학은 법과 범죄통제 및 사회통제는 범죄의 결과로서 당연시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서 분석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비판범죄학자들에 의하면 사회통제기관들은 불공평하며, 권력층의 이해를 유지하는데 기여한다. 범죄나 사회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개개범죄인이나 문제집단에 대한 처벌과 통제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의 구조적 원인을 제거할 수 있도록 사회환경이 개선되어야 한다.

 

범죄통제나 형벌을 범죄의 자연적인 결과로 보는 실증주의 범죄학을 비판하고, 오히려 자본주의 사회의 특정문제나 집단에 대한 퉁제의 필요성이 범죄를 구성해낸다고 본다면, 실정법의 범죄규정과 달리 '과연 범죄를 어떻게 개념 규정을 해야 하는가'가 중요한 과제로 제기된다. 상식적으로는 일탈이 일반적인 규범이나 규칙의 위반을 의미하는 반면, 범죄는 그러한 일탈 가운데 형법에 의해 범죄로 규정되고, 국가의 통제기구에 의해 제재를 받는 행위를 의미한다. 법적 범죄개념은 법을 제정한 권력자들에 들에 의해 통제되며, 그들의 이해실현에 봉사하기 때문에 법적 범죄개념을 받아들이는 실증주의 범죄학이 가치자유적(value-free)이라는 것은 허구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새로운 범죄학은 범죄의 개념규정에서 가치판단을 분명히 해야 한다. 그들에 의하면, 범죄를 규정하는 사회적 해 또는 반사회적 행동의 내용은 정치적으로 규정되는 것이 아니라, 평등주의 가치에 입각한 윤리적 기준에 의해 규정되어야 한다. 그들에 의하면 개념규정에 있어서 사회적 해악 혹은 반사회적 행위라는 도덕적 기준은 역사적으로 확장되어온 개인의 기본적 인권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

 

비판범죄학자들은 자본주의 발전에 따른 불평등과 광범위하게 형성되는 과잉인구가 현대사회에 범죄를 야기하는 사회적 환경이라고 본다. 그러나 비판범죄학자들이 이론적 근거로 삼고 있는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과잉인구의 형성을 자본주의의 내재적인 현상으로서 보면서도 범죄자들의 범죄행동은 허위의식과 도덕적 타락에서 비롯된다고 보았다. 범죄자들은 다른 생산 노동자들에게 기생하는 비생산적인 기생충으로서 룸펜-프롤레타리아층(유랑무산계급, 실업자)이나 위험한 계급이며, 자본주의의 경쟁과 열악한 조건의 다수의 실버층과 과잉인구를 생산하며 이들이 도덕적으로 타락하고 ,야수화 되어 범죄가 증가한다고 보았다. 벨기에 사회학자 봉거에 의하면,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의 경제적 조건은 이윤과 경쟁을 강조함으로써 이기주의를 고무하고, 이타주의를 약화시키는 탐욕적인 범죄의식을 낳게 되는데 이러한 범죄의식에 의해 지배층과 피지배층 모두에게서 범죄가 저질러진다. 봉거 관점에서 보면 사회주의에서는 사법관료가 아니라, 의사에 의해서 치료되어야 하는 병리적 인간에 의한 소수범죄만 존재하게 된다. 범죄를 직접 야기하는 이기주의는 빈곤과 착취의 자연적인 산물이라기 보다는 도덕적 훈련의 결핍과 타락에서 나온다. 범죄의 주원인으로서는 갈등을 야기하는 자본주의 사회의 구조, 교육과 개혁의 결핍, 부도덕한 사회적 환경이다.

 

 

'법사회학 (김명숙 등)'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법과 사회변동 (홍성수)  (0) 2016.03.22
법과 사회통제 (안진) 2  (0) 2016.03.21
법과 분쟁 (황승흠)2  (0) 2016.03.17
법과 분쟁 (황승흠)1  (0) 2016.03.16
법의 타자들( 양현아) 2  (0) 2016.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