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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사회학 (김명숙 등)

법과 사회변동 (홍성수)

법과 사회변동은 법사회학의 고전적인 주제중 하나이다. 세부주제로 법과 사회변동의 상호관계, 즉 사회의 법에 대한 영향과 법의 사회에 대한 영향, 그리고 그 조건과 한계 등이다. 민주적 법치국가에서 공동체의 합의는 법을 통해 강제력을 부여 받기 때문에, 법을 바꾸는 것이야 말로 세상을 원하는 방향으로 변화시킬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입법운동은 사회운동의 사회변동전략중 하나로서 법을 제정하거나 개정 또는 폐지함으로써, 사회변화를 이끌어내는 운동방식이다.  한국사회에서 입법운동이 사회변동전략으로 자리잡게 된 것은 민주화 이후이다. 그 이전에는 사회운동이 합법적인 수단을 통해서 정치적 영향력을 확보하는 것이 사실상 어려웠고 따라서  입법을 통한 사회변동전략에도 무관심할 수 밖에 없었다. 1993년 시민입법위원회를 출범시켜 입법 운동을 전개했으며, 1994년 설립된 참여연대 역시 입법운동을 활발하게해 왔다.

 

권력감시를 핵심과제로 설한 참여연대는 그 산하기구인 의정감시센타가 의정활동평가와 함께 시민입법운동을 담당했고, 이후에는 사회복지특별위원회 등 여러 산하기구들이 이슈를 입법화 하는 방식을 발전시켰으며, 2000년에는 공익입법센타를 설립했다. 2000년 이후 시민운동으로 입법화 된 성과로서 성폭력 관련법, 성평등관련법, 특별검사법, 부패방지법, 돈세탁방지법, 주민투표법,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정보공개법, 증권집단소송법, 국민기초생활 보장법 등의 제개정을 들 수 있다. 사회운동이 수행하는 입법운동은 입법절차에 관여하고 영향을 미치는데, 그 방법들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시민들의 연명으로 입법을 촉구하는 의견을 국회에 제출하여 국회가 심의하는 방법이 있고, 의원발의를 촉구하는 방식이 있다. 정부를 상대로 정부발의 법률안을 제출하도록 요구하는 방법이 있고, 마지막으로 공청회, 청문회 등 입법절차에서의 의견수렴 과정에 직접 참여해서 의견을 진술하는 방법이 있다.

 

법은 각종 법적의무를 창출하며, 그 효력이 강제적이다. 법을 어기는 행위에 대해서 공권력이 동원되어 제재가 가해진다.  법이 어떤 행위를 금지하고, 그것의 위반에 대해 실질적인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점은 법이 사회변화를 용이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인이다. 이러한 법의 강제성 때문에 이해관계나 의견이 대립하는 쟁점에 대해서도 일단 법이 제정되면 그 법 규범이 정당한 권위를 확보하게 되고, 대중들의 법의식 변화도 가져올 수 있다. 법이 제정되면 그 법을 집행하기 위한 국가의 조직과 예산이 배치되기 때문에 효과적이고, 안정적인 법집행이 가능해진다. 입법운동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입법청원을 하거나, 의견을 제출하는 것을 넘어 다양한 운동방식이 결부되어야 하는데, 이러한 전략을 종합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실제로 입법운동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회내부의 역학관계를 고려한 치밀한 전략수립, 영향력 있는 의원이나 관계자를 만나 의견을 제시하고 설득하는 것, 국회 외부에서의 캠패인, 언론홍보 등의 활동 등이 어우러져야 하는 데, 이것은 이미 상당 수준의 물적역량을 확보한 시민운동세력이 아니면 쉽지 않은 일이다.

 

정치와 정당구조가 이념과 정책을 중심으로 다양한 시민사회 요구들이 효과적으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는, 입법운동이 성과를 거두기가 더욱 어렵다. 법이 집행당국의 의지가 없다면 법이 갖는 효과는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법이 사회 변화를 야기하는데 제한적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운동이 입법에만 온 힘을 쏟는다면, 문제가 아닐수 없을 것이다. 사회운동이 법과 관련하여 선택할 수 있는 또하나의 사회변동전략은 바로 소송이다. 공익의 개념은 대개 기존의 확립된 이익이 아닌 이제까지 역사적으로 소외되어 있던 사회적 이익, 대개는 소수자, 약자의 인권을 뜻하며, 공익소송은 바로 이러한 공익을 대변하는 소송을 말한다. 공익소송은 변호사의 개인적 차원에서 수행 수도 있으나, 소송운동이라고 할 때는 대개 조직화된 운동 세력이나 시민운동단체를 중심으로 전략적으로 소송을 기획하고 소를 제기하거나, 고발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것을 뜻한다.

 

변호사 법에는 변호사의 사명을 기본적 인권의 옹호와 사회정의의 실현으로 규정하고, 공공성을 지닌 법률 전문직으로서의 직업적 성격을 분명히 하면서 변호사가 연간 일정시간 이상 공익활동에 종사할 것을 법적 의무화 하고 있다. 소송운동은 기본적으로 소송을 제기하고 그 소송을 수행하는 것으로, 주제별로 소수자 인권보장을 위한 소송,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시정하고자 하는 소송 등이 있다. 운동 차원에서 전개되는 소송운동은 단순히 제판에 대한 대응에 한정되지 않고, 언론, 홍보, 캠패인, 서명운동, 집회, 시위, 토론회, 설명회, 선언운동 등 기존의 시민운동의 여러운동방식과 결합되어 나타나며, 소송운동과 입법운동이 함께 전개되기도 한다. 사회변동전략으로서 소송은 판결의 강제적 효력 덕분에 효과성의 측면에서 강점이 있다. 국민전체 또는 국회나 행정부를 상대로 영향력을 행사하려면 상당히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운동을 전개해야 하지만, 소송운동은 소송을 수행할 변호사가 있고, 법정에서 재판부를 설득할 수 있으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의회나 행정부는 아무래도 다수의 뜻에 따라 행동이 제약될 수 밖에 없지만, 정치적 책임으로 부터 자유로운 사법부는 소수자의 편에서 독립적인 결정을 내릴수 있는 기관이다???

 

시민사회의 요구가 소송을 통해 실현되기 위해서는 기존 법리에 의존해서 그 변경을 주장해야 한다. 이때 변호사는 바로 시민사회의 요구를 법정에서 수용될 수 있는 언어와 논리로 전환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원래의 요구가 왜곡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법정에서는 법적으로 의미 있는 쟁점들이 추려져서 그것을 다투게 되는 것이지, 문제의 전체를 다루는 것이 아니다. 사법부가 정치권력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기는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실제로 승소하더라도 그 효과는 원칙적으로 당해 사건에만 한정되기 때문에 그 효과가 제한적이다. 정치와 정치과정을 통해 사회변동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소송을 통해 몇몇 전문가와 변호사의 힘에 의존하여 사법부에 호소하는 방식으로 사회가 변동되는 것을, 민주적 의사형성이라는 차원에서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이 있을 수 있다. 소송절차는 경직되어 있고, 소송에서의 소통방식은 상호적대적이며, 법논리는 폐쇄적이고 형식적이라는 점에서 과연 사법절차가 민주적 의사형성에 적합한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실제로 정치는 다양한 이해가 조정되면서 사회적 합의를 찾아가는 과정으로서, 사회를 유지하는 기능을 한다. 하지만 사법부의 결정은 대개 일도양단식일 수 밖에 없다.

 

법이 억압적이고 통제하는 기제가 아닌 인권보장을 위해 기능하는 시대가 열렸다. 법은 사회를 변화시킬수 있는 여러 사회적 기제의 하나이며, 따라서 입법운동이나 소송운동은 사회운동이 택할수 있는 여러 가지 략적 선택지중 하나일 뿐이다. 법은 공동의 보편적 이익을 대변하는 것과 같은 외관을 갖춰야 하고, 약자와의 타협도 불가피하기 때문에 법은 사회변동을 야기하는 독립변수가 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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