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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사회학 (김명숙 등)

법과 분쟁 (황승흠)2

분쟁 당사자들이 실력행사를 선택한다면 공식적인 분쟁처리기제는 작동하지 않고, 사회적 힘과 힘이 부딪히는 가장 원시적인 분쟁처리 과정이 진행된다. 분쟁이 발생한다면, 가장 기본적인 방식은 분쟁 당사간에 이루어지는 교섭이다. 교섭은 분쟁처리 과정의 가장 원시적인 모습이자 기본적인 형태이다. 분쟁이 말 그대로 해결되려면, 양 당사자의 사회적 힘의 균형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공식적인 분쟁처리기제, 즉 제삼자를 개입시키는 수 밖에 없다. 흔히 법적 해결이라 불리는 권위적인 제삼자에 의해서 내려지는 삼면구조의 심판은 강제적이자 종국적인 분쟁처리 기제이다.

 

미틴 샤피로는 대부분의 조정은 생각보다 훨씬 덜 합의적이다. 그것의 뒤에는 소송에 대한 두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법원의 판례형성은 조정중재와 같은 법정 밖의 분쟁 처리방식이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 된다. 협상이나 조정 중재는 분쟁자체의 해결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제삼자의 개입은 사회적 힘의 불균형을 시정하는 적용을 한다. 사회적 힘의 균형을 이루게 할수록 비용은 증가한다.  분쟁처리 과정은 사회적 힘의 역학과 비용의 경제학, 이를 조절하는 법적 형식이 서로 교차되는 사회적 공간이다. 분쟁이 진행되면서 분쟁 당사자의 관계는 갈등을 해결해 갈수 있는 협상 파트너가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잡아먹는 이리의 관계로 점점 바뀌어 갔다. 현실적으로 보면 특수한 성격의 사실 인정을 전적으로 법원의 기능에만 의존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가능하다. 법원의 기능이 적절하게 작동하기 위해서도 사실인정을 비롯하여 쟁점의 비공식적 타결과 같은 법원 밖의 분쟁해결 장치가 적정하게 작동될 필요가 있다. 

 

마틴 샤피로는 법원에 관한 비교연구인 ‘법원’에서 법원의 표준적 이념형 또는 원형prototype 을 네가지로 설명 했다. 첫째 법관의 독립성이다. 둘째 대립 당사자성이다. 법원은 대립당사자들의 경기에 대한 심판 역할을 한다. 셋째 기존규칙에 따른 결정을 한다는 것이다. 미리 정해진 규칙이 예정한 문제를 우리는 법적쟁점이라 한다. 법원은 기본적으로 법적쟁점에만 답한다. 넷째 법원은 승자 독식의 결정을 한다. 법원결정은 기본적으로 원고의 질문에 대하여 YES또는 NO의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법원은 그 소송에서 제기된 쟁점만 처리할 뿐이다. 따라서 강제적, 종국적 결정이 내려진 것은 전체 분쟁의 일부분 일 뿐이다. 법원에 제기되지 않는 다른 법적 쟁점이나 비법적 쟁점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상태로 남아 있다. 법원의 분쟁처리는 삼면구조로 이루어진 심판을 통해 이루어진다. 심판이란 독립된 법관이 기존 규칙에 따라 일방의 분쟁당사자를 ‘옳다’고 하고, 다른 당사자를 ‘그르다’ 라고 하는 구조를 말한다. 이 삼면구조는 일반 국민에게는 사회적 논리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법원의 객관성이 보편적, 정치적 현상이 되었을 만큼 설득력을 가진다. 삼면구조는 패소한 당사자가 얼마든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불안정한 존재이다.

 

2008년 한국법제연구원의 국민법의식조사에서 보면, 응답자의 37.1%만이 우리 사회는 법이 잘 지켜진다고 했는데, 자신의 법준수정도는 90.9%가 잘 지킨다고 응답했다. 이 조사의 준법수준 평가에 있어서 타인과 자신에 대한 이중잣대를 사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자기중심 편향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자신을 평균이상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사람들은 성공은 자신의 능력이나 노력탓이며, 실패는 불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자기중심편향이 따르면, 인간은 비현실적으로 낙관적이며 자기의 판단을 과시한다. 이에 따라 분쟁 당사자는 법해석이나 증거가치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판단한다. 자신이 재출한 증거는 판정에 결정적 의미를 갖지만, 상대방이 재출한 증거는 의미가 없는 것으로 평가절하할 가능성이 높다.

 

법의 자의적 해석을 막기위해 판사의 역할은 가능한 법전이나 선례의 기계적, 수동적작용에 그치도록 하였다. 몽테스키외가 법의 정신에서 ‘법관은 법률의 자구를 발음하는 입’ 이라고 한 것은 이러한 의미였다. 현대 법원은 단순한 분쟁해결제도를 넘어서서 법규범을 통해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핵심기제가 되었다로저 코터렐은 법원의 사회적 기능은 분쟁해결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하면서, 법원의 진정한 사회적 기여는 규범적 질서를 특정의 사회관계 또는 상황에 적용하는 것이며, 분쟁의 사적 해결에 영향을 미치거나, 이를 통제할 수 있는 법규범을 구체화하는 것이라 하였다. 즉 현대 법원의 핵심적 기능은 분쟁의 해결 자체가 아니라, 분쟁해결을 위해 적용할수 있는 구체적인 법규범을 제공하는 것, 그리고 이를 통해서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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