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면 사람 마음이 설레이는 것은 상승 기류때문이다. 봄바람은 단순한 설렘이 아니다. 그러니 억누를 길이 없으며 억누를 이유도 없다. 사람도 자연이기에..... 봄이 오는 가장 구체적인 징조는 바로 땅이 녹는 것이다. 낙엽은 숲에서 열기를 가두는 보온재이다. 낙엽은 비스듬히 비쳐드는 겨울 빛을 내내 모았다가 땅을 데우고 있다. 수많은 생명들이 낙엽의 보호속에 겨울을 지낼 수 있다.
분해작업은 열을 방출하는 작업이다. 생물의 잔해들이 분해되면서 열이 발생하고, 이 열은 다시 땅의 물을 녹이는 것이다. 푸석푸석한 갈색 낙엽들이 검고 축축해지기 시작하면서 봄이 시작되는 것이다. 떡잎은 식물의 기관중에 가장 단순하며 기능적이다. 떡잎은 순전히 씨앗 속의 영양분으로 자라나, 진정한 잎이 나올 수 있도록 재빠르게 양분을 공급해준다. 계곡이 어린 떡잎으로 메워질 동안 지상부의 나무들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 뿌리가 박힌 땅속 깊은 곳에서는 아직 물이 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무의 일생에서 가장 부지런하고 가장 오래 활동하는 것이 뿌리다. 뿌리는 이른 봄에 가장 먼저 깨어나고, 가을 날 가장 늦게 정지한다. 지상의 눈들이 아직 겨울잠에서 깨어나지 못했을 때에도 섬세하고 부드러운 뿌리털이 차가운 땅을 헤집고, 시린 물을 빨아들여 지상으로 옮겨준다. 봄에 내리는 비는 단비다. 목마름 숲은 게걸스럽게 비를 마신다. 대기가 푸석거리는 봄에 비다운 비는 얼마나 귀한 존재인가? 봄은 또 얼마나 물이 필요한 때인가? 기다리던 봄비가 험뻑 내리는 날이면, 온 세상 생명들은 한바탕 축제를 벌인다. 아직 잎이 나지 않는 나무는 빗물을 속절없이 흘려버린다. 비는 고스란히 숲을 통과해 흐른다. 비는 그대로 나무를 스칠 뿐 나무의 몸속으로 들어가지 못한다. 나무 줄기 속을 흐르려면, 반드시 뿌리를 통해야 한다.
평생 억세고 딱딱한 가죽질 잎을 달고 있는 느릅나무도 봄에는 부드러운 잎을 틔운다. 아직까지 적막한 봄 숲에, 느릅나무의 물기는 잎으로 전달되어 잎끝에서 뚝뚝 떨어진다.물은 땅에 떨어지고 얼마지나지 않아 공중으로 날아 오르는 꿈을 꾼다. 나무에게 더 없이 물이 필요할 때 물은 자꾸 땅에서 벗어나 공중으로 날아 오르고 싶어 열을 품는다. 햇빛도 차분하지 못하게 뿌옇게 번져 오르고 바람도 먼지를 일으키며, 상승기류를 만든다. 정말 이제 봄에는 모든 것들이 들떠 공기중으로 분사되려는 욕망이 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