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의 원인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무역로와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어떤 도시는 외부인에게 문을 굳게 닫았다. 공포에 질린 사람들은 외국인을 병의 원인으로 비난했고, 그 화살은 동양과의 교역에 종사했던 지역 유대인에게 돌아갔다. 유대인이 우물에 독을 풀어서 병을 유발했다는 소문이 퍼졌다. 인간은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전국적으로 유행병이 번지거나 경제가 실패하면, 커리스마 있는 지도자들은 원인을 전가할 수 있는 소수집단을 찾아 군중으로 하여금 폭력을 행사하도록 부추긴다. 군중은 집단 히스테리에 사로잡힌다. 고대 로마에서 박해받은 기독교인, 16세기 유렵의 마녀사냥, 19세기 러시아와 폴란드에서의 반유대주의, 2차대전 당시 독일의 유대인 학살 등이 그렇다. 초기 흑사병이 창궐하던 4년동안 유럽인구의 절반인 2억명이 사망했다. 농촌지역 인구감소로 도시와 농촌 모두에서 노동력 부족 현상이 일어났다. 마을은 텅 비었거나, 버려졌다. 들판에는 잡초만 무성했다.
아메리카 대륙에서는 1763년 6월 피트요새가 포위 되었다. 나아가라 서쪽에 있는 영국요새중 여덟 곳이 오타와족 폰티액 추장에게 굴복했다. 그러는 동안에 요새에 천연두가 발생했다. 인디언이 병을 이겨낼수 없으리란 건 분명했다. 폰티액 추장의 참모 두명이 항복을 종용하고자 요새를 방문했다. 영국군은 천연두에 걸린 사람이 사용하던 모포와 수건을 그들에게 제공했다. 전염병이 급속하게 확산하지 않았을때 조차 유라시아 도시에 풍토병으로 남았고, 열악한 공중위생과 도시의 혼잡한 거리 때문에 활성화 되었다. 풍토병에 노출되었던 유라시아 사람들에게는 면역력이 생겼다. 아메리카 사람들은 전염병을 겪어본 적이 없었다. 유라시아의 집단적 전염병은 유라시아의 가축떼에서 발병했다. 유라시아 사람과 달리 아메리카 원주민은 가축을 거의 키우지 않았다.
알렉산드로스 대왕, 로마인들, 칭기즈칸은 거대한 제국을 건설하여 유라시아세계의 고립된 지역을 서로 연결하였다. 중아아시아가 작은 봉건국가로 분리되었을 때 실크로드를 통해 동서무역은 계속 되었고, 비단과 향신료의 값진 보석뿐만 아니라 세균도 분주히 날랐다. 그러나 꽤 먼거리에 있던 아메리카는 분리되어 있었다. 같은 시기 유라시아 인구는 전염병으로 급격히 감소했지만, 아메리카 인구는 증가 추세를 보였다. 에스파냐가 정복하기 바로 직전 아메리카 인구는 거의 1억에 달했다. 초기 메소포타미아 문명이 그랬던 것처럼 그 문명의 원류는 메소아메리카 문명이었다. 유카탄 반도를 대표하는 마야문명은 문화와 무역로를 공유하는 약 60개의 도시국가와 왕국이 연합한 연맹국가였다. 아즈텍의 선조가 북에서 멕시코 언덕으로 이주했을 때, 한계농지에 채집생활을 중심으로 정착한 소농이었다. 아즈텍은 스스로 기존국가의 용병이 되었다. 그러다가 1428년 주인을 전복하고 아스테크 왕국을 세웠다. 아스테크 왕국은 에스파냐가 들어오기전 메소아메리카에서 가장 공격적인 제국주의 국가였다. 안데스 산맥에서도 티와나쿠와 남부 페루의 와리 두 도시 국가가 발전했다. 와리는 안데스 산맥을 따라 1610키로미터에 걸친 식민지를 건설했다. 티와쿠니의 인구는 전성기에 대도시지역만 해도 10만에 육박했으며, 주변외곽까지 합치면 25만에 이르렀다. 두 도시국가는 서기1000년직후 몰락하여 다른 안데스문명에 흡수되었고, 여러 부족국가는 15세기 잉카제국의 통치권역으로 편입되었다.
1250년 무렵 스스로를 잉카군주라고 부르는 호전적 부족이 쿠스코계곡에 들어와 수세기 전에 들어와 이미 살고 있는 부족사이에 정착했다. 그들의 지도자는 사파잉카였다. 1438년 쿠스코계곡 전체가 잉카지배하에 들어가면서 9대 사파잉카였던 파차쿠티는 점점 야심이 커졌다. 그의 아들 토파잉카가 계승했는데 그는 아메리카 원주민 세계의 칭기즈칸이었다. 잉카인들은 전성기에 페루, 칠레, 볼리비아, 아르헨티나까지 뻗어나갔다. 전문농업인으로사 감자, 옥수수, 땅콩을 재배했다. 잉카는 문자가 없었기 때문에 구전되어 내려오는 역사였다. 그들은 철을 생산하지 못했으며 대부분의 도구를 돌로 만들었다. 잉카인들은 험난한 안데스산맥에 제국 곳곳을 연결하는 4만킬로미터 도로를 건설했다. 새로 발견된 아메리카 대륙은 유럽의 전염병과는 멀리 떨어져 있었던 데다가 인류를 위한 무한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었다. 따라서 구세계 식민주의자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였다. 아프리카와 유럽과 아시아의 교역상대가 되자 생각과 상품도 교환되고, 인간의 지식도 풍부해진다. 희귀광물과 소금을 찾으려는 인간의 욕구는 전 지구적 연결망을 구축하는 동력이다. 금이 그랬던 것 처럼 소금도 새로운 교역로를 만들고, 신도시와 국가를 건설하고 파괴한다. 인간의 문명이 더 정교해지고 새로운 식량과 생각과 무기를 획득하면서 인간은 또다시 절벽앞에 서게 된다. 인간 앞에 근대가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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