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 대륙에서 대륙으로1

중앙아시아 초원에서 출현한 우주의 지도자는 유목민족을 이끌고, 최초의 유라시아 제국을 건설했다. 아명이 테무진인 칭기즈칸은 유목민의 전쟁기술을 정주문화의 기술과 결합하여 새로운 형태의 전쟁을 고안했다. 몸집이 작은 몽고말을 최고의 전쟁무기로 만들었다. 짧은 시간안에 몽골제국은 중국에서 지중해까지 모든 땅과 사람을 지배했다. 이무렵 한 질병이 아시아에서 중동을 거쳐 유럽까지 휩쓸었다. 그것은 바로 흑사병으로 전세계 인구 절반이 이 전염병으로 목숨을 잃었다. 멀리 떨어진 아메리카에서는 새로운 문명이 일어났다. 칭기즈칸이 권력을 잡은 때는 날씨가 제법 따뜻한 중세온난기의 끝자락이었다. 대략 800년부터 1200년 사이 수백년간 유럽인들은 온화한 겨울과 기나긴 여름, 그리고 풍작을 누렸다. 유럽의 최북단지역에 살던 노르웨이인들은 빙하가 녹은 틈을 타서 아이슬란드와 그린란드에 정착했고, 북대서양도 건너갔다. 유럽이 온화하던 수백년간 다른지역에서는 문제가 나타났다. 온도상승과 불규칙한 강우현상 등의 이상기후 현상이 심각했다. 극심한 가뭄으로 아메리카 원주민부족과 캄보디아 앙코르와트를 건설한 왕국은 종말을 맞았고, 중앙아메리카 마야왕국은 세력이 약해졌다. 몽골에서 중세온난기는 덥고, 건조한 기후가 찾아왔다. 말을 먹일 초원이 점점 줄어들자 칭기즈칸은 군대를 일으켜 더 비옥한 땅을 찾아 동쪽으로 향했다.

 

칭기즈칸의 가장 위대한 업적은 몽골식 평화였다. 중국에서 중앙아시아를 거처 유럽으로 이어지는 무역로를 제국의 통제하에 두고 적극적으로 무역을 권장했다. 이전의 페르시아인처럼 주요도로를 따라 30- 40키로미터마다 역참이라는 관리소를 설치했다. 보호와 운송과 편의시설을 보장 받은 여행객들에게 아시아의 도로는 안전했다. 그에 따라 대상무역이 증가했다. 칭기즈칸이 죽었을 때 그 통치권은 베이징에서 아랄해까지 미쳤다. 칭기즈칸은 죽기전에 셋째아들 오고타이를 다음 지도자로 선택했다. 1241년 새로운 세대의 몽골군이 유럽으로 진격했다. 급하게 소집된 2만5천명의 병사가 라이프니츠에서 몽골군을 기다렸다. 몽골사령관은 칭기즈칸의 손자 바투였다.  하루 해가 끝날 무렵 전쟁터는 쓰러진 병사들의 시체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몽골군은 부들부들 떠는 유럽병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죽은 병사들의 귀를 하나씩 잘라냈다.

 

섬뜩하지만 사망자 수를 세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몽골군은 연합군을 완전히 몰살했다. 바투와 수부타이는 도나우강을 건너 10월중순 빈으로 진격했다. 유럽인에게 희망이 없어보였다. 그런데 몽고군이 갑자기 퇴각하기 시작했다. 오고타이가 갑자기 사망한 것이었다.  오고타이는 후계자를 정하지 않아 칭기즈칸의 아들과 손자사이에 후계 다툼이 벌어질수 밖에 없었다.  오고타이가 죽은지 10년후 1251년에 칭기즈칸의 손자 몽케가 칸이 되었다. 몽케의 지배하에서 몽골제국은 중국, 러시아, 중앙아시아, 이란, 이라크를 아우르는 최대의 제국이 되었다. 1264년 칭기즈칸의 가장 능력있는 손자 쿠빌라이가 형 몽케 뒤를 이어 칸이 되었다. 그가 통치하는 기간에 칭기즈칸 손자들이 반독립적인 왕국을 세우면서 몽골제국에는 권력의 중심이 여럿 생겨나기 시작했다. 쿠빌라이도 중국에 집중했기 때문에 제국의 나머지에는 권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는 중국식으로 황제로 칭하고, 한나라 이후 중국을 통일하여 원나라를 세웠다. 

 

원나라는 중국을 90년간 통치했다. 13세기가 되자 그 어느 때보다 안정되었다. 교역은 번성했다. 제국은 점점 더 확대되었고, 기술은 발전하였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적이 인류와 유라시아문명을 파괴하려고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그 적은 인류가 창조한 무역로를 따라 정복군보다 더한 역탈을 일삼으며 지구를 황폐하게 했다. 1346년 금장한국汗國(통일몽골제국이 사라진 후 나누어진 네개의 독립적인 국가) 의 칸 자니베크의 명령에 따라 몽골군은 제노바의 무역도시 카파를 포위했다. 그때 몽골군 사이에 전염병이 발생했는데 너무 빨리 죽어 미처 매장할 새도 없었다. 그런데 마지마 공격을 하면서 전염병 희생자의 시체를 투석기에 놓어 성안으로 날려보냈다. 포위된 도시의 폐쇄된 막사는 전염병이 퍼지기에 완벽한 조건을 제공했다. 상인들은 도시를 버리고 배에 몸을 실었지만 감염된 쥐들도 함께 배를 탔다. 흑사병은 카파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었다. 최초의 페스트의 1331년 중국의 허베이에서 발생했고 허베이의 인구 90%를 죽음으로 몰아갔다. 질병 인자를 지닌 벼룩에 감염된 쥐들이 곡물마차와 교역물품을 따라 대상무리와 함깨 다녔기때문에, 그 병은 중국에서부터 무역로를 따라 확산되었다. 1348년에서 1350년까지 흑사병은 절정에 달했고, 흑사병으로 죽은 사람이 서양 인구의 1/3-1/2에 이르렀다. 1350년에는 북대서양을 건너 바이킹 정착지를 휩쓸었다.  그리고 2년후 러시아에 도착했다. 몽골 지배하의 평화상태에서 대상은 동에서 서로 빈번하게 이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