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주위 사람들이 다 떠나버리고 혼자 침대에 누워 있는 상상, 곁에는 월급을 받기 위해 내 수발을 들어주는 간병일 뿐. 그토록 두려워 하든 상상은 나이들어가면서 모든 이에게 현실로 된다. 휠체어에 앉지 못하면 아무 곳도 갈수 없고, 평소 나를 지탱해 주든 생활을 하나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은 생각하고 싶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사람에게 그런 상황이 닥친다. 단순한 절망감 정도가 아니다. 희망이 완전히 사라져버린 느낌... 내가 가치 있게 여겼든 것, 의지했던 것, 사랑했던 모든 것들을 잃은 느낌, 더는 고통을 견딜수 없는 상태에 이른 느낌이다.
상처가 아무는데 필요한 모든 것은 우리 몸 속에 다 있다. 필요한 영양분만 제대로 공급되면 스스로 알아서 치료된다. 몸의 상처가 그렇게 치유된다면, 마음의 상처는 어떻게 치유될까? 태어날 때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모든 지혜를 가지고 태어난다는 옛 예언자의 이야기가 있다. 그렇다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모든 것들이 우리 안에 다 있을 것이다.
하나님이 '너에게 세상의 일부를 맡길테니 잘 돌보도록 하거라.' 그것이 네게 부여된 임무다. 더 크게도, 더 좋게도 만들지 말고 그저 잘 보살피기만 하거라. 때가 되면 다시 가져 갈 것이니, 그때 너도 이 세상을 떠나게 될 것이다. 우리에게 맡겨진 세상의 일부를 보살피고 있기 때문에, 우리의 삶을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더 크게 더 좋게 만들려 하지 말고, 바꾸려고도 하지 말고 말이다. 너도 네 인생이 무엇을 돌보는 삶인지 분명하게 알기 바란다. 너에게 맡겨진 세상은 정말 세상의 일부분이다. 그러나 그것으로 인해 너도 삶에 대해 고마움과 기쁨을 느꼈으면 좋겠다.
세월이 쏜살같이 흘러가다 어느 날 갑자기 멈출 때가 있다. 암과 같은 불치병에 걸렸다는 진단을 받을 때가 그렇다. 그때는 두렵고 세상에 혼자 있는 것 같다. 우리 대부분은 평생을 선헤엄 치는 기분으로 살아간다. 선헤엄이란 서서치는 헤엄이다. 서서 가라앉지 않기 위해 쉴새 없이 움직여야 하는 것이다. 평생을 선헤엄 치듯 살았다고 느끼는 까닭은 오랫동안 자기 안의 무엇과 싸워 왔기 때문이다. 항상 자기내면과 싸우면서 허덕이는 사람이 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 내 본 모습을 들키는 것에 대한 두려움, 존재감을 상실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자기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자기자신에 대한 두려움, 사람들은 이런 두려움과 싸운다. 가라앉지 않고 물에 뜨려면 물과 싸우기를 멈추고 물을 믿으면 된다. 몸에 힘을 빼고 누워서 물에 몸을 맡기는 것이다.
내 자신에 대한 믿음이 있으면, 내 안에 있는 그 무언가가 잠잠해지는 것을 느낀다. 내 삶이 무엇을 돌봐야 하는지 알게 되고, 네 안 깊은 곳에 있는 무언가가, 세상에서 내가 있어야 할 자리가 어디인지를 깨닫게 된 것이다. 내 역할이나 책임이 아니라, 나의 자리에 대해 알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아침에 눈을 떠서 저녁에 잠이 들고, 다시 아침에 깨어나는 일상을 반복한다. 그러다 보면, 우리가 놀라움 속에서 발견한 것들이 처음처럼 놀랍지도 않고, 뚜렷하게 남아 있지 않을 때가 많다. 내가 의식을 하든 못하든, 느낄수 있든 없든, 내게는 나와 함께 해야 하는 존재가 있다는 것을. 그런 것을 믿는다면 우리는 발버둥을 치지 않아도 물에 뜰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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