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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해야 건강하다. (리처드 윌킨슨,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국의 빈곤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제3세계빈곤에 대해서도 관심을 보여주고, 이들을 지원하고 있다. 선진국 가운데 소득격차가 가장 심하고 국내 공공서비스 수준도 충분치 않은 미국과 같은 나라에서는 제3세계 원조에 사용하는 GNP비율도 상대적으로 낮다. 반면 최고의 복지서비스를 구축하고 있으며, 가장 평등한 국가 가운데 하나인 스웨덴은 해외원조에 투자하는 GNP비율도 상당히 높다. 문제는 경제적 여유가 있느냐가 아니라, 우선 순위와 정치적 의지인 것이다. 소득격차가 클수록 사고와 행동의 균형점이 지배의 전략에 가까운 방향으로 쏠린다. 때문에 불평등한 사회에서는 계급주의나 인종주의처럼 온갖 하층 차별이 만연하게 된다. 불평등이 증가하면 소비극대화에 대한 사회적 압력이 증가하기 때문에, 납세에 대한 지지도 떨어진다. 저축은 감소하고 부채가 늘어난다. 사람들은 인정받기 위해 더 많은 소비를 해야 한다는 부담을 느낀다.

 

1990년대 미국인들은 더 많은 것들을 가졌지만 더 가난하다고 느꼈다. 쇼어는 당신의 꿈이 이루어지려면 '돈이 얼마나 필요할까요?' 라고 질문했을때 그 대답이 1986년에는 평균 5만달러정도였지만, 1994년에는 꿈을 실현하기 수준이 10만2천달러로 두배 이상 뛰었다고 했다. 실제로 5만달러 이상을 벌게된 사람들은 이제 자신에게 20만달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 결과 ‘사람들은 자신이 열망하는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 자기 소득의 상당부분을 소비할 수 밖에 없게된 것이다‘  그리고 결국 미국인들은 엄청난 부채를 감당해야 했다. 소득격차가 심화되었을 때 사회보장이나 해외원조를 위해 자기가 가진 것을 나누지 않으려고 하는 이기적이고, 소비적인 모습이 어떻게 나타나게 되는지 쉽게 알수 있다. 어쩌면 선진국들의 경우 앞으로 제3세계에 대해 좀 더 관대한 무역정책을 시행하려면, 우선 국내의 소득격차를 줄이는 일부터 시작하는 편이 제일 빠른 방법일지도 모른다.

 

소비수준이 전체적으로 높아진다고해서 상대적 박탈감과 관련된 문제들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전체 인구의 상당 비율이 여전히 사회경제적으로 열등하게 취급받는다면, 낮은 학업 성취도, 건강 불평등, 약물남용, 폭력과 같은 사회문제들은 계속될 것이다. 무작정 경제성장만을 추구하는 것은 행복에 대한 근거 없는 허상을 붙잡는 것과 같으며 엄청난 환경비용까지 지불해야 할 것이다. 우리 삶의 질을 향상시키려면 사회적 환경의 질을 높여야 한다. 그러나 사회적 환경의 질은 그저 소망한다고 바뀌는 것도 아니며, 높은 도덕적 기준을 따를 것을 개인적으로 약속하는 것으로 해결되는 문제도 아니다. 그저 물질적인 기반위에서 형성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회적 낙인, 폭력, 스트레스, 신경과민증을 줄임으로써 인류사회를 치유해야 한다. 만약 우리가 지속 가능한 수준의 경제활동을 원한다면, 지위경쟁이 소비에 대한 압력을 부추기지 못하게해야 한다.

 

사회경제적 변화의 과정은 정부에 의해서만 통제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은 사회도처에서 수많은 사람들과 제도들의 행위가 빚어내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이다. 여론의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서는 저술, 교육, 토론, 캠패인, 설득이 필요하다. 그리고 장기적인 경제성장이 인류생활 수준을 변화시키면서 모든 것이 변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좀 더 많은 소득을 얻고 싶어하는 개인들의 욕망에 붙어있는 사회적 비교, 지위 그리고 존중받고자 하는 욕구는 사회경제성장을 추구한다고 해서 만족될 수 없는 것들이다. 불평등을 줄여야 할 필요와 함께 지위를 중시할수록 다른 사람을 경시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소수의 사람이 부유해지면 많은 사람이 상대적으로 가난해진다.  이제 삶의 질은 사회적 환경의 성격에 따라 달라진다는 공적 인식이 필요하다. 사회적 환경은 사회적 분열, 편견, 배제라는 물질적 기반과 대결함으로써 가장 효과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 또한 인간이 사회적 환경에 만감한 이유가 자신이 타인에게 어떻게 보일지 불안해 하고 걱정하기 때문이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다양한 기본서비스에 대한 접근을 권리로 보장하면, 사회통합과 시민권에 대한 인식이 확장될 것이다. 그러나 소득격차 자체가 줄어들 때에만 비로소 다수의 사람들이 이런 사회서비스가 누군가의 희생으로 빈민들에게 제공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이며 따라서 세금을 낼만한 가치가 있다고 믿게 될 것이다. 우리는 삶의 많은 부분에서 시장 메커니즘을 따를수 밖에 없다. 우리는 전통적인 정부정책을 통해서만이 아니라 경제조직과 직장으로 민주주의를 확장함으로써, 소득격차를 줄일 수 있다. 우리는 평등을 지향하는 것이 공동체 대한 참여수준이 높고, 사회적 자본이 높으며, 폭력은 수준이 낮은 좀 더 건강하고 스트레스를 덜 밭는 사회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점을 많은 사례가 증명하고 있다는 점을 확신해야 한다. 지금까지 다만 오래전에 인류가 알고 있었던 것을다시 이야기하고 있을 뿐이다. 그것은 인류의 행복을 위한 사회적 환경의 중요한 측면이 바로 자유, 평등, 우애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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