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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해야 건강하다. (리처드 윌킨슨,

경제적 민주주의

민주주의 태동에서부터 노예제의 폐지에 이르는 인류의 역사는 분명히 더 평등하고 열린 사회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듯하다. 사회보장, 무상의료보호, 교육제도를 포함한 복지국가의 발전을 통해서도 이런 흐름은 명백하게 드러난다. 산업화 이전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급자족 하는 농부였다. 오늘날 우리는 필요한 모든 물건을 타인에게 얻고 있으며, 우리가 생산하는 물건들도 타인에 의해 소비된다. 이러한 상호의존은 현대의 삶에서 매우 커다란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지리적으로도 전세계로 확대되어있다. 개인이 지구라는 초유기체의 세포처럼 느껴지게 한다. 시장과 불평등의 결합은 공공성을 파괴 하며, 타인을 단지 자신의 이득을 위해 이용할 수 있는 물질적 환경처럼 취급받게 만든다. 시장은 덜 사회적인, 때로는 반사회적인 심리를 조장한다. 우리는 지금까지 통계자료를 통해 불평등이 어떻게 사회를 갉아먹는지 확인했다. 소득불평등이 심할수록 사회는 더 심각하게 파괴된다.

 

로버트 프랭크와 줄리엣 쇼어가 주장했듯이 선진국에서 소비가 더 중요해진 이유는 선진국에 사는 사람들이 사회적 지위를 유지하는 것에 더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소득 불평등이 심할수록 소비에 대한 사회적 압박이 증가한다는 뜻이다. 현대사회에서 사람들은 쉽게 지리적으로 이동할 수 있게 되었고, 따라서 서로 비교하기도 더 쉬워졌다. 때문에 다른 사람들보다 멋지게 보이기 위해 소비해야 한다는 압력은 현대사회에서 더욱 증폭되고 있다. 인류는 시장의 부작용을 수정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우선, 의료보험, 교육, 공공, 교통과 같은 부문을 시장메커니즘에서 분리시킬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최저임금제나 촘촘한 사회보장체계처럼 사람들에게 적정한 소득을 보장하는 대책을 마련할 수도 있다. 사람들이 영리를 목적으로 타인을 착취하는 수준을 제한할 수 있으며, 광고의 사회적 위험을 줄일 수도 있다. 소득격차를 좁히고 사회적 연계망을 촘촘하게 짤수만 있다면 시장은 더 이상 우리 삶에 가혹한 폭압으로 작용하진 않을 것이다.

 

어떻게 불평등을 줄일수 있을까? 가장 중요한 것이 정치적인 의지이다. 1993년 세계은행이 발행한 한 보고서는 동남아 8개국에서 평등이 확대된 이유를 공산주의 진영이 경쟁자로 존재하는 상황에서 정당성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다양한 정책을 고안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이들 정부는 대중의 지지를 받기 위해 더 평등주의적 정책을 마련했다. 이와 비슷하게 2차 세계대전 기간에 영국 정부는 전쟁을 수행하게 위해 대중적인 협력을 이끌어내고, 국민들이 전쟁부담을 똑같아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도록 사회적 위계를 완화시키는 정책들을 시도했다. 현대정부들은 경제활동의 거의 30-40%를 점유할 정도로 경제에 깊이 개입하고 있어, 소득분배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최근 몇십년 동안 정부는 소득격차를 늘리는 정책을 주로 실시해왔다. 사실 조세정책, 사회보장제도. 교육정책, 실업정책, 농업정책, 최저임금제, 공공 서비스, 그 밖의 많은 정책들이 소득격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들은 정치적 입장이 다른 정부가 집권하게 되면 쉽게 무너지고 만다.

 

불평등의 문제를 장기적이고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들을 고민해야 한다. 어떤 정부가 집권하든 간에 전략들이 쉽게 퇴보할 수 없도록 사회에 구조적인 변화를 일으킬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중 하나는 시장과 융화될 수 있는 민주주의 체계를 경제적인 생활영역까지 확대하는 방법이다. 지금까지 민주주의는 중앙정부나 지방정부 수준의 선거이상을 뛰어넘지 못했다. 우리가 일하는 대부분의 조직에서도 좀처럼 민주적 원리를 찾아볼수 없다. 기술과 노동을 노동시장에 판매할 때에 우리는 고용주에게 기술과 노력에 대한 자기 통제력까지 양도한다. 그 결과 정치적 활동들은 민주주의에 대한 책임을 전혀 느끼지 않는 경제적 권력에 의해 통제되고 있다. 종업원 지주제와 같은 실험을 계속 추진해야 하며, 좀 더 민주적이고 평등한 방식을 찾아내야 한다. 종업원 지주제는 노동자들에게 재정적인 인센티브를 주면서 이들이 회사에 더욱 충성하도록 만들기 위해 고안된 체계이다. 기업을 협동조합으로 진환할 수 있으며, 지도자를 선출하거나, 민주적인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정기적인 회의를 개최할 수도 있다. 종업원 지주제와 같은 경제적 민주주의의 형태들은 노동자 스스로 임금수준을 결정하고, 이윤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지 결정할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더욱 타당성을 갖는다. 1998년 이미 영국에서는 전체 노동자의 22%와 전체 회사의 15%가 종업원 지주제를 도입했다.

 

종업원 지주제를 부분적으로만 도입한 기업의 사례들을 보면, 종업원 지주제를 선택하지 않았다면 경쟁사로 넘어갈 수 있었던 많은 기업이 재기에 성공했을만큼 사업성과도 충분히 컸다. `코니언과 피리만은 종업원지주제를 도입한 회사만이 아니라, 참여관리와 이윤분배를 실시하고 있는 300개 영국기업의 생산성을 조사했다. 이들은 위와 같은 제도적 요소들이 기업의 생산성을 눈에 띄게 개선시켰다는 점이다. 협동조합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사례는 단연 스페인 바스크 지역의 몬드라곤 협동조합일 것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몬드라곤 협동조합은 주주가 4만명에 달하고 매출이 45억달러에 달하는 120개이상의 노동자 소유 협동조합 진단으로 성장했다. 종업원이 소유하고 통제하는 기업이란, 그 기업의 이윤에만 관심을 가질뿐 그 기업 자체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는 외부의 주주에게서 그 통제권을 종업원, 즉 기업과 가장 긴밀한 관계가 있는 사람들에게 이전한 것이다. 이런 체계에서는 임금의 차이가 민주적으로 통제된다. 최고경영자가 자신들의 임금보다 수십배에서 수백배에 달하는 소득을 받아가도록 용인하지는 않을 것이다. 실제로 그 사람이 하는 일에 대해 동료 노동자들이 알고 있는 바에 따라 정당하고 공편하면 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처럼 직접적이고 지역적이며 민주적인 통제 아래서 임금이 결정된다면, 차기 정권에 누가 들어서든 이를 조세나 복지 급여 다루듯이 그렇게 쉽게 바꾸지는 못할 것이다. 인류의 1%가 법인재산의 50%를 독식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기업을 소유하는 제도는 재산을 재분배하는 매우 훌륭한 방법이다. 노동의 경제조직을 민주적 책임성 아래애 두게되면, 이외 다른 중요한 이득도 얻을 수 있게 된다. 그것은 노동자의 지위를 변화시킨다.  노동자들은 더 이상 단순히 타인의 목표릉 위한 도구나 수단이 아니다.  노동자들은 자기 삶의 중요한 부분에 대한 통재력을 판 대가로 임금을 받고, 자본가위 권력에 종속 되는, 교환 방식에서 벗어나 정치적으로 동등하고, 민주적으로 통제되는 공동체의 한부분으로서 협력하면서 일하는 사람이 된다. 우리는 직장인들의 건강 상태를 조사하면서 노동자들이 자신의 노동 통제권을 가질수 있을 때 건강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분야의 선구자인 테오렐은 노동자들이 자기업무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을 때에야 비로소 업무에 대한 통제력이 가져다 주는 건강상의 이점을 누릴수 있다주장했다. 

 

기업의 트러스트나 협동조합적인 구조를 통해 완전히 집단적으로 소유되었을 때, 가장 오래 지속된다. 이런 전환을 지원하는데 있어 노동조합의 지지와 전문지식이 중요한 역할 할 수 있으며, 정부는 세금혜택과 재정보증을 통해서뿐 아니라 산업구조조정의 문제와 그것이 몰고오는 고용패턴의 변화를 완화시킬 수 있는 하부구조를 구축함으로써 도움을 줄 수 있다. 소득재분배를 정부권력에만 의존하는 방식은 자주 원성을 사곤했다. 정부에만 의존하는 방식은 자유와 대치 된다. 중유럽과 동유럽, 소련에서 있었던 증앙계획경제의 실패는 곧 국유, 국영 산업의 실패였다. 시장과 생산체계의 사적 소유를 국가관리로 대체하면서 이들 정부는 서유럽 정부들을 훨씬 뛰어넘는 엄청난 권력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민주적이고 노동자가 경영하는 기업의 숫자가 증가 한다는 것은 권력의 집중이 아니라 정확히 반대방향, 즉 권력의 이전과 민주주의의 확장을 의미한다. 미국인들은 한때 자신들은 평등을 지향한다고 여겼지만, 이제 이들에게 평등은 과도한 국가권력이나 자유의 박탈을 의미하는 낯선 개념으로 변질되었다. 그러나 평등이 만약 사람들이 직장에서 민주적 권리를 획득하는 방식으로 이어진다면, 자유는 평등과 양립하며 함께 상장할 수 있는 것으로서 다시 자리매김 할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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