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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해야 건강하다. (리처드 윌킨슨,

스트레스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

스트레스가 유발하는 생물학적 메커니즘은 위기시에 우리를 투쟁-도주 태세로 돌입하게 만든다. 인간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자원의 배치와 생리적 우선순위를 바꾸며 몸의 생리작용은 우선적으로 모든 에너지를 근육활동에 집중 시킨다. 생존이 민첩성, 반응의 시점, 빨리 도망갈 수 있는 능력에 따라 좌우 되기 때문에 모든 자원이 이런 목적을 위해 동원되고, 다른 생물학적 유지기능-생체조직의 유지와 치유, 면역성, 성장, 소화와 재생산 과정-은 저하된다. 위험에 맞서 정면대결을 하거나 위험으로부터 도주하기 위해 육체적 에너지를 소모하는 일은 실제로 몇 분정도만 지속될 뿐이다. 긴급한 순간이 지나면 호흡이나 심장박동수 같은 생리작용은 점차 정상수치를 회복한다. 그러나 문제는 고민과 걱정에 휩싸여서 스트레스에 짓눌려있는 상태가 일주일, 한달, 혹은 1년 넘게 지속 되는 경우다. 만성스트레스 상태는 급속한 노화와 비슷해서 다양한 질병에 대한 면역력을 전체적으로 약화시키며 인간을 외부한경에 취약하게 만든다. 건강을 단순하게 일개 병원균이나 위험한 환경에 노출되는 문제로 보아서는 안된다. 병원균과 위험한 환경에 대한 신체의 총체적 방어력을 떨어뜨리며, 해로운 상황에 노출 되었을 때 이를 견뎌내는 능력을 감퇴시키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야 한다.

 

자율신경계는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으로 이루어져있다. 교감신경계는 혈관과 땀샘 등을 담당하는 미세한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으며, 모든 주요기관들과 연결되어 있다. 교감신경계가 활성화 되면 에피네프린 (아드레날린이라고도 한다)과 노르에피네프린이 분비된다. 이호르몬은 육체를 각성시키고 흥분시킨다. 에피네프린은 부신에서 혈류로 방출되며, 노르에피네프린은 몸 전체로 퍼져있는 교감신경에서 분비된다. 반대로 부교감신경계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작용하지 않으며, 잠자는 동안 활성화된다. 부교감신경은 에너지축적, 소화, 성장, 그리고 그 밖의 일상작용과 체력유지와 관계가 있다. 교감신경계와 부교감신경계의 기능이 현격히 다르기 때문에, 이 두 신경계를 함께 활성화하는 것은 엑셀과 브레이크를 동시에 밟는 꼴이 된다. 코르티솔은 위험에 직면했을 때, 몸이 신체활동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해주는 가장 중요한 주요 내분비호르몬이다. 코르티솔은 몸에 에너지가 저장 되도록 돕는 인슐린의 효과를 억제해, 지방층의 지방산이 혈류로 방출되도록 만든다.

 

코르티솔은 혈당수치를 높이며 혈당이 우리 몸에서 에너지로 활용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또한 코르티솔은 에피네프린 효력을 강화해서 뇌를 각성 시킨다.  뇌하수체는 코르티솔 외에도 스트레스를 받는 동안 재생산 기능을 억제하는 프로락틴이나 모르핀과 비슷한 진통물질 등 수없이 많은 호르몬들을 분비 한다. 이런 호르몬 분비는 단기적인 위협과 응급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진화된 전략이다. 스트레스에 대한 또다른 생리적 반응은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생물학적 우선 순위를 총체적으로 변화시키며 인슐린만이 아니라, 성장호르몬과 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 테스토스테론과 같은 재생산호르몬의 분비도 억제된다. 스트레스를 지속적으로 받았을 때 건강에 미치는 해악중 특히 중요한 것은 면역체계를 파괴한다는 점이다. 아주 잠깐은 스트레스가 면역기능을 강화 하지만, 장기적 스트레스는 면역력을 떨어뜨려 각종 감염에 취약하게 만든다. 만성스트레스는 코르티솔의 수치를 높이는데 코르티솔이 흉선을 위축시켜 면역력에 지대한 역할을 하는 림프구 생산을 억제하기 때문이다. 각성상태가 일정기간에 걸쳐 지속되면 각성상태 이후 정상치로 회복되는 피드백 메커니즘이 파괴 되어버린다.

 

해마에는 코르티솔 수치를 조정하는 피드백 센서가 있다. 그러나 코르티솔 수치가 너무 자주 높아지면 해마의 뉴런들이 이를 견디지 못하고 손상된다. 피드백 센서가 둔해지면, 긴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코르티솔의 반응도 둔화된다. 스트레스는 혈압을 일시적으로 높이는데 만약 스트레스가 오랫동안 유지되면, 혈압의 조절메커니즘이 바뀔 것이고 결국 고혈압이 된다. 보통 만성스트레스 부작용이 누적 되었을 때, 신체가 지불해야 하는 생리적 비용을 ‘알로스타 부하’라고 부른다. 이 개념은 오랫동안 각성상태가 계속 되면서 나타난 생리적 변화들을 말한다. 이는 코르티솔의 기본수치와 혈압이 높으며, 인슐린 저항을 유발시키고, 혈액이 쉽게 응고되며, 복부비만과 면역기능이 감퇴하는 현상을 포함하고 있다. 알로스타 부하가 클수록 심혈관질환, 암, 감염성 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고, 나이가 들었을 때 정신적 기능이 빨리 저하된다. 학습과 기억에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해마는 코르티솔에 매우 민감하게반응하며, 코르티솔의 수치가 높아지면 쉽게 손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몸싸움이나 도주가 필요했던 것과는 달리 현대사회에서는 정신적인 각성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지방조직으로부터 혈액으로 방출된 지방산이 육체적 투쟁과 도주에 사용되지 않을 것이고, 사용되지 못한 지방산 때문에 혈관에 콜레스테롤이 쌓여 동맥이 막힐 위험이 있다. 따라서 지속적인 무기력과 근심은 심장질환 발병률을 높인다. 만성스트레스는 면역력을 감퇴시키는 기본요인이며, 왜 수많은 질병이 지위가 낮은 사회경제적 집단에서 흔하게 발생 되는지를 설명하는 특성이라고 할 수 있다. 스트레스의 생리는 우리 몸이 단기적인 위기상황에 효율적으로 대응하도록 돕는데, 이런 이득이 스트레스가 장기화 되었을 때 유발할 수 있는 해악보다 클 때 이는 진화론적 원리에 합치한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항상 그럴 것인가?  긴급상황이 그렇게 자주 일어나지 않고 일어나더라도 짧게 끝난다면, 스트레스는 별로 문제 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평생 스트레스에 시달려야 하는 사회에서 서열이 낮은 존재들은 과연 어떻게 될까?

 

진화론적 개념으로 말하면 화학적 메신저로 기능하고 있는 호르몬은 진화하기 어려운 물질이다세로토닌은 동물을 난폭하게 만들수도 있지만, 다른 동물에게는 공격성을 억제하는 기능을 할수도 있다이는 겉보기에는 상반된 전략 같지만 본질적으로 각 행동은 생존을 위해 사회적 환경에 맞게 자신을 최적화하는 전략이다. 모든 연령대에서 죽음이 흔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 대부분의 사람들이 늙을 때까지 살 수 있게 되었다. 사망의 원인도 노화와 관련이 있는 퇴행성 질환인 경우가 많다. 이는 스트레스의 단기적 효과 말고도 만성스트레스의 누적효과가 훨씬 많은 시간이 지난 후에 위력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개인주의가 성장하고 지리적 이동이 활발해지면서 사회적 삶은 덜 협력적이고, 스스로 더 많이 노력해야 하는 환경으로 변했다.  친구, 가족, 공동체로부터의 사회적 지지도 즐어들었으며, 사회적 지위는 더욱 불안해졌고,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볼 것인가를 근심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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