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평등해야 건강하다. (리처드 윌킨슨,

사회적 뇌

서열관계와 친분관계가 중요한 이유는 희소자원을 둘러싸고 경쟁이 발생할 가능성을 처리하는 상반된 방식이기 때문이다.  ‘리바이던’에서 홉스는 희소자원에 접근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야말로 인류가 직면한 핵심적인 정치적 난제라고 주장했다. 

인간의 뇌는 사회생활의 요구와 문제들에 대처하기 위해서 발달해 왔다. 뇌가 사회적이라는 점은 바로 이 책에서 말하는 요지와도 연결된다. 앞에서 만성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주요 인자들이 지극히 사회적인 요소들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다른 사람들과의 갈등과 긴장은, 일상생활의 경험 가운데 정서적 안녕은 일자리, 주거, 금전적 어려움보다도 중요하다이는 풍요로운 사회에서는 절대적인 생활수준보다 상대적인 소득과 소득불평등이 더 중요하다사실과 맞닿아 있다. 뇌와 스트레스에 대한 연구결과들은 모두 재화의 양 자체보다 소득이나 지출의 사회적 의미가 인간에게 더 중요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인간의 뇌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진화해왔다는 사실은 희소자원과 자손번식의 기회를 얻고자 하는 인간의 일차적 욕구와 관련이 있다인간은 이런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다른 사람과 협력하거나 갈등하면서 자신의 입지를 확보하고자 한다.

 

모든 인간은 다른 사람에게 가치있는 존재가 되기를 바란다. 그것은 사회적으로 진화한 인간의 심리에서 진화할수 있는 사회적 특성이다. 이런 욕망은 때때로 타자가 필요한 것에 맞춰 자아를 실현 하고자 하는 인간의 영적인 잠재능력으로 간주되며, 협력적인 집단의 구성원으로서의 우리의 위치를 보장해 주었다. 친분관계가 건강에 어떤 이득을 주는지를 분석한 최근의 연구들을 살펴보면, 실제로 친구에게 물질적 정서적 으로 도움을 주는 사람이 도움을 받는 사람보다 건강상태가 좋았다. 인간은 자신이 누구를 믿고 협력할 수 있으며 누구와는 그럴 수 없는지 평가하는 데 능숙하다. 진화심리학자들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협력의 의무는 이행하지 않으면서 협력체계를 위협하는 사회적 사기꾼이거나, 무임승차자들을 경계하며 이들이 처벌받기를 바란다. 우리는 사람들이 우리를 어떻게 보는지에 신경쓰며, 그들의 눈을 통해 자신을 평가한다. 자긍심, 수치심, 당혹감이라는 강력한 동기부여를 경험할 수 있는 능력 때문에 상대방의 판단을 추측하면서 괴로워하는 것이다. 던바는 언어가 사냥이나 채집처럼 생존을 위해 함께 활동할 필요 때문에 발달했다기보다 사회적 관계나 사회적 통합과 더 깊은 관련이 있다고 주장한다.

 

인간에게 신체적 접촉은 동물과 마찬가지로 영아기와 초기아동기 발달에 반드시 필요할 뿐 아니라, 살아가면서 호감과 지지를 표현하는 방법이다. 던바는 말하기가 털고르기와 같은 목표를 달성하면서도 시간을 훨씬 절약해 주는 방법이라고 해석한다. 우리는 동시에 여러 사람들과 잡담을 나눌 수 있고 그들에게 자신을 소개할 수 있으며, 어떤 사건에 대해 의견을 밝히거나, 자기주장을 설득 시킬 수도 있으며, 상대방의 고통에 대해 동정과 염려의 마음을 표현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협력은 인간이 상대방에게 도움을 바라며 속임수나 간계, 술책 등에 의존하지 않을 때 가능하다. 환경에 이로운 형질을 택한다는 진화론의 일반 원리에 비추어 보았을 때, 인간이 서로의 내면세계를 진심으로 이해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이롭게 작용해왔던 것이 틀림없다. 인간의 눈은 마음의 창이다. 눈은 그 사람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어디에 관심이 있는지에 대한 단서들을 제공한다. 거울신경은 우리가 직접 어떤 행동을 하고 있을 때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하는 것을 보고 있을 때도 반응한다.

 

거울신경은 모방학습에도 매우 커다란 역할을 한다. 그뿐만 아니라 그것은 감정이입과 공감의 기본 바탕이 되는 듯하다. 거울신경은 모방을 통해 학습에서도 상당히 중요하다. 그저 다른 사람의 행동을 외부에서 관찰만 하는 것은 상대방의 행동을 마음으로 상상하고 공감하면서 배우는 것보다 학습효과가 훨씬 떨어진다. 개인의 소비행위는 인정과 존경을 받고자 하는 욕구의 신경계적 표현일 뿐이다. 하지만 이처럼 가치 있게 평가 받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는 자신을 귀하게 혹은 하찮게 느끼게 하는 불평등과 지위격차에

의해 변질되었다. 어떤 사람들은 경제활동이 더욱 높은 수준의 소비라는 실질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하며, 불평등은 생활수준을 높이려는 노력을 북돋게 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입장은 인간이 사회적 존재라는 중요한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오늘날과 같은 풍요로운 사회에서는 지배의 전력이 우세해 보인다. 인간은 좀 더 친화적인 사회를 구축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불평등한 사회환경은 사회적 지위에 대한 관심을 증가 시키며 하향식 차별을 롯한 위계적 행동을 강화한다. 이는 평등한 사회에서 나타나는 포용적이고 친화적인 전략들과는 뚜렷하게 대비된다. 물론 인간이 얼마나 사교적이며 공격적이고, 권위적인지는 사회적 환경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며, 개인별로 차이가 있다.  이런 개인차는 유전적인 요인 때문에 생길 수도 있다. 한편으로는 어린시절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이 프로그램화 되면서 개인차가 셍긴다.  인간은 사회적 특성에 민감한 어린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성인이 되었을때 사회적 환경에 어떻게 대처할지를 결정하게 된다. 인간이 특정사회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친화적인 행동전략, 그리고 서열체계에 적합한 두려움이나 공격 등을 적절하게 사용할줄 알아야 한다. 그러나 두 전략간의 균형은 유전적으로 고정되지도 않고, 평생 변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어릴 때의 경험을 이후의 생활에서 참고해야 할 사회적 관계의 모델로 삼는다. 이때 경험을 통해 우리는 스스로를 자신감이 있거나 없는, 안정적 이거나 불안한, 공격적 이거나 우호적인, 의존적 이거나 독립적인, 믿을만하거나 의심스러운 사람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인간은 어린시절의 가족경험을 통해 사회적 환경을 예견하고 자기의 행동, 감정, 호르몬 반응을 자신이 앞으로 겪을 가능성이 높은 사회적 특성에 맞게 조율할 필요가 있다. 극심한 갈등 속에서 자라는 많은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 사회생활을 할 때 절실하게 필요한 신뢰나 협력 같은 사회적 기술이 현저히 부족하다. 반면 안정적이고 정서적으로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자란 아이들은 사적인 야망과 경제, 부와 지위가 강조 되고 있는 오늘날 세계에서 무방비 상태로 도태되기도 한다. 수럽채집 사회에서 아이들은 사회와 분리되어 자족적인 정서적 분위기의 배타적인 핵가족 환경에서 자라났다기보다, 그들이 성인기를 보내야 할 공동체속에 바로 노출되었다. 인간은 어린시절 경험을 통해 이후의 사회적 행동을 결정하도록 진화했다.

 

엄마가 받은 스트레스는 태어나서 받는 스트레스만큼 아이들에게 평생 영향을 미친다. 사회적 환경에 민감한 시기는 태내에서부터 아동기까지 지속된다. 10대 임신의 비율을 보면, 한 국가안에서 상대적 불평등이 심한 지역이 어디인지 국제적으로 임금불평등의 수준이 높은 국가가 어디인지를 알 수 있다. 어린시절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서 자란 소녀들은 성적으로 빨리 성숙한다. 크리스토퍼 래쉬는 가족을 ‘삭막한 세계의 안식처’라고 말했다. 하지만 가정에서 겪게되는 소외와 재정적, 사회적 불안정때문에 가정은 오히려 바깥 세계보다 더 많은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전쟁터로 전락했다. 상대적 빈곤상태에서 생활하면 가정생활의 스트레스와 긴장이 늘어난다. 연구자들은 불평등해지면 양육방식에서 어머니의 온정이 점차 사라지게 되고, 부모는 좀 더 권위적이고 통제적이 되기 쉽다고 말한다.

 

 

'평등해야 건강하다. (리처드 윌킨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유, 평등, 우애  (0) 2015.11.19
스트레스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  (0) 2015.11.17
친화전략과 지배전략  (0) 2015.11.13
선사시대 평등주의  (0) 2015.11.12
자전거 타기 반응  (0) 2015.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