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이 자연은 인색하다고 불평하오. 타고난 수명이 짧은 데다 우리에게 주어진 기간마저 너무나 빨리, 너무나 신속하게 지나가므로 극소수를 제외한 사람들은 인생을 준비하다가 떠나게 된다는 것이지요. 그렇지만 우리가 수명이 짧은 것이 아니라, 많은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것이지요. 인생이 방탕과 무관심 속에서 흘러가버리면, 좋지 못한 일에 인생을 다 소모하고 나면, 그때는 마침내죽음이라는 마지막 강요에 못이겨 인생이 가는 줄도 모르게 지나가버렸음을 뒤늦게 깨닫게 되는 것이오. 어떤 사람은 끝없는 탐욕에 사로잡혀 있고, 어떤 사람들은 쓸데없는 일에 줄곧 매달리지요. 어떤 사람은 항상 남의 판단에 매달리게 마련인 명예욕에 지쳐있고, 어떤 사람은 사업에 대한 맹목적인 욕망에 쫓겨 이익을 쫓아 쏘다니지요. 어떤 사람은 아무 보답없이 높은 사람을 섬기려고 스스로 종살이를 하느라 녹초가 되어 있지요. 우리가 사는 것은 인생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지요. 그 나머지는 인생이 아니라 그저 시간일 따름이지요.
여러 가지 악덕이 사방에서 에워싸고 압박하며 인간을 내리눌러 욕망의 포로가 되게 하지요. 그래서 인간은 결코 자기 자신에게 되돌아갈 수 없는 것이지요. 바다에 떠있는 것처럼 인간은 이리저리 내동댕이 쳐지니 욕망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지요. 행운을 잡은 사람들은 자신의 행운에 질식되어 가고 있지요.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부는 무거운 짐인가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재능과 달변을 보여주려고, 매일매일 피 말리는 노력을 하고 있는가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쉴새없는 향락으로 창백해지고 있는가요.
가장 높은 사람까지 법의 도움을 구하고 있고, 저 사람은 도움을 주고 있고, 이 사람은 피고인이고, 저 사람은 변호인이고, 또 다른 사람은 재판관이지요. 자신을 위해 자신을 요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모두 남을 위해 자신을 소모하고 있지요. 그대는 그들 모두 갑은 을을 섬기고 을은 병을 섬기되 자신을 섬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오. 그들의 불평합니다. 자신이 알현을 청했는데도 높은 사람이 거만하게도 시간을 내주지 않는다고 말이오. 하지만 자신을 위해서는 시간을 내지 않으면서 남이 거만하다고 감히 불평을 늘어놓아도 되는 것인가요? 그대가 누구든 간에 아무튼 그분은 거만한 눈길로라도 언젠가는 그대를 아는 체했고, 귀를 낮추어 그대 말을 들어주었고, 그대가 자기와 나란히 걷게 해주지 않았던가요?
그대를 보고 그대에게 귀 기울이는 것을 그대 자신은 가치 없는 일로 여겼는데도 말이오. 그러니 그대에게는 그런 예의를 다른 사람에게 요구할 권리가 없어요. 그대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대와 함께 할 수가 없어서 그런 예의를 보였던 것이니까요. 사람들이 자기 재산은 아무도 차지하지 못하게 하고, 경계의 문제로 사소한 분쟁만 생겨도 달려가 돌이나 무기를 집어 들면서도, 남들이 자기 인생안으로 끼어드는 것은 내버려두거나 심지어 자기 인생을 차지하게 될 사람들을 자청하여 불러들이는 것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어요? 아무도 자기 돈을 나눠주려 하지 않으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자기 인생을 나눠주고 있는가요? 기억을 더듬어보시오? 언제 그대에게 확고한 계획이 있었는지, 얼마나 적은 날들만이 그대의 의도대로 지나갔는지, 언제 그대가 자신을 마음대로 할 수 있었는지. 언제 그대 얼굴이 자연스런 표정을 지었는지, 언제 그대 마음에 두려움이 없었는지, 그토록 긴 세월동안 그대가 무엇을 이루었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대가 무엇을 잃었는지도 모르는 사이에 그대의 인생을 빼앗아 갔는지.
얼마나 많은 것들을 근거없는 괴로움과 어리석은 즐거움과 탐욕스런 욕망과 매력적인 교제가 앗아갔으며, 그대의 것 중에서 얼마나 적은 것이 남아있는지 말이오. 그러면 그대는 때가 되기도 전에 자신이 죽어가고 있음을 알게 될 것이오? 그대들은 언제까지 살 것 처럼 살고 있고, 자신의 허약함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미 얼마나 많은 시간이 지나갔는지도 알지 못하지요. 그대들은 시간이 넘쳐나는 것처럼 낭비하고 있어요. 사실은 그 사이 그대들이 어떤 사람 또는 사물에 바치는 그날이 그대들의 마지막 날이 될지도 모르는 데도 말이지요.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말하지요. '나는 쉰살이 되면 은퇴하여 한가하게 살 것이며, 예순살에는 모든 공직의 의무에서 벗어날 것이오'. 인생의 자투리만을 자신을 위해 유보해 두고, 다른 일에는 쓸모가 없는 바로 그 시간만을 고상한 사상에 배정하다니 그대는 부끄럽지 않나요? 인생을 마감해야 할 때, 인생을 시작하려면 너무 늦지 않을까요? 모든 것을 예순살로 연기하고 소수의 사람들만 도달하는 나이에 인생을 시작하려 하다니, 어리석게도 우리가 죽게 마련이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는 것은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소!
신격화 된 아우구수투스는 신들에게 어느 누구보다도 많은 것을 받으셨지만, 언제나 자신을 위해 안식을 기원하셨고, 공무에서 쉴 수 있기를 원하셨지요. 그분은 말씀 하실 때마다 언제나 '여가를 즐기고 싶다'는 이 한가지 희망으로 되돌아가곤 하셨지요. 언젠가는 자신을 위해 살게 될 것이라는 기만적이지만 달콤한 위안이 그 분의 노고들을 견딜만 한 것으로 만들어 주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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