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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란 무엇인가(수전 울프, 박세연

성취감은 얼마나 중요한가

 

노미 아르팔리 교수와 조너선 하이트 교수는 내가 고민하고 있는 ‘의미있는 삶과 의미 없는 삶을 구분하는 기준을 제시하기 위해 객관적인 가치개념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  삶의 의미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사고의 틀에서 지금 내가 취하고 있는 입장은, 더 나은 이론으로 발전하기 위한 하나의 단계에 불과하다. 내게 '삶의 의미'란 어떤 삶이 객관적으로 자부심을 가져도 되고, 외부의 관점에서 의미있는 삶이라고 평가 받을 수 있는지 판단할 수 있도록 해주는 기준이기 때문에, 쾨테 교수의 지적은 충분히 고민해봐야 부분이다. 삶에서 중요한 일의 성공여부가 삶의 의미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당연한 사실을 부정한다면, 그것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감정을 외면하는 셈이다. 만일 그가 다른 사람을 돕고 용기를 불어넣었다면  완전히 의식적인 것이 아니라 해도 어느 정도 의도적으로 그렇게 한 것이라면, 그 속에서 충분히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다시말해 학문적인 창조성과 숭고함, 끈기와 노력, 결단력과 같은 자질들에 대해 많은 이들에게 교훈을 제공했다면, 그 자체로서 의미있는 일이라고 말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쾨테 교수가 이해한 것처럼 야심찬 프로젝트를 향해 살아가는 예술가는 그 어떤 확신도 할 수 없으며, 그렇기 때문에 진정 의미 있는 삶이었다고 해도, 확신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기쁨과 만족감은 느낄 수 없다. 이 문제는 예술가 스스로 견디고 살아가야 하는 불편함이라고 생각한다. 가정부나 에어로빅 강사, 트럭운전수의 인생을 연방대법원 판사나 시민운동가들의 삶과 어떠헥 비교할 수 있을까? 자녀를 얼마나 잘 키웠는지에 따라 삶의 가치를 매길 수 있을까? 이러한 질문에 정답은 없으며 여러 가지 대답이 가능하다고 해도 일일이 살펴볼 필요는 없을 것이다. 성취감을 좋은 느낌으로 본다면, 이는 주관적인 조건에 담긴 성취감을 주는 활동이나 대상을 발견하는 것을 소홀히 하는 것이며, 내가 설명하는 성취감의 개념을 그저 즐거움과 비슷한 것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삶의 의미에서 주관적인 측면을 강조하기 위해 나는 성취감이라는 단어를, 삶의 의미를 구성하는 중요한 질적인 특성을 가리키는 용어로 사용했다.

 

나는 삶의 의미에서 주관적인 측면을 설명하기위해 다양한 용어를 사용했다. 성취감과 더불어 주관적인 이끌림, 활동 및 과제에 대한 열정과 몰입, 사랑 등의 표현을 썼다. 삶의 의미를 가져다 주는 과제나 활동중 상당 부분은 관여할 때마다 관심을 사로잡거나 흥분하게 만들고 주관적인 만족감을 주는 것은 아니다. 자녀를 키우거나, 책을 쓰고, 마라톤 훈련을 하는 동안 우리는 종종 혼란과 좌절을 느낄 것이다. 일상적인 활동들이 전반적으로 지루하게 보이거나, 스스로 책임지고 추구해야 할 역할이나 프로젝트에서 소외되어 있다고 느끼고 공허감을 떨쳐버릴 수 없다면, 자신이 하고 있는 일들이 객관적으로 가치가 있다고 확신한다고 해도 의미있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장담할 수는 없을 것이다. 열광하고 집중하고 몰입하고 열정을 바치고 성취감을 주는 일을 발견해 추구하는 과정에서 얻게 되는 감정은 일반적으로 이야기 되는 즐거움과는 다르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흥분과 두려움, 사랑과 슬픔의 대립된 감정들은 얼마든지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 성취감을 주는 활동들은 동시에 많은 고통과 인내를 요구한다. 고통까지는 아니라해도 지루함이나 공허함 또는 소외감처럼 오랜 기간에 걸쳐 느낄 수 있는 극단적으로 부정적인 감정들이 존재하는 반면, 동시에 사랑과 성취감 그리고 열정처럼 긍정적이고 바람직한 감정들도 존재한다. 그러나 그런 모든 감정들이 가치있는 대상이나 활동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라면, 전반적인 차원에서 좋은 느낌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소외감을 느끼는 주부들이나 징집된 병사들이 그렇다. 하지만 이들도 진정으로 남편과 아이들을 사랑하고 진정으로 조국을 사랑할 수 있다. 그들은 오직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가정이나 국가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현재의 역할 속에 갇혀 있으며, 내면의 열정을 따르거나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누리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고 느낄수 있다. 평가와는 상관없이 '가치 있는 활동에 관여하는 동안 발견하는 삶의 의미'야말로 우리가 추구해야 가장 바람직한 형태의 삶의 의미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