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의미라는 개념이 중요한 이유

삶의 의미에 대해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설명을 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살아가면서 무엇을 원하고 추구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만으로도 삶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삶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스스로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는지 고민하게 될 것이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삶의 의미라는 개념을 구체적으로 의식하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있을 것이다. 삶의 의미를 고민하고 생각해 보는 과정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지적 능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삶의 의미에 대한 고찰을 통해, 우리는 스스로의 존재와 가치에 대해 더 잘 이해하게 된다. 개인적인 이익이나 도덕성과는 상관없이 어떤 선택을 내렸다고 해서, 그 선택이 반드시 비합리적인 판단이었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자기 이익과 도덕성에 기여하지 않으면서도 가치 있는 일들이 얼마든지 있다. 욕구에도 이유가 필요하다. 여러분은 친구의 말동무를 해주려고 병원을 찾아간다. 치료를 잘 받고 있는지 확인하려고 병문안을 간다. 친구가 혼수상태에 빠져 있다면 걱정이 돼서 병원을 갈 것이다. 철학을 공부하는 것은 어떤가? 지적인 자극을 주고 사고의 지평을 넓혀주기 때문에 공부한다.

 

물론 이런 행동속에도 타인에게 도움을 주려는 도덕적인 측면과 나의 행복에 기여하려는 이기적인 측면이 있기는 하겠으나, 이런 측면만으로는 동기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 우리가 그런 행동하는 이유는 자신을 위한 것도 세상을 위한 것도 아니다.  자기 이익이나 도덕성 때문이 아니다. 친구, 철학, 빵이 주는 어떤 가치에 끌렸기 때문이다. 이들은 모두 나의 외부에 존재하는 대상으로서 가치있다. 그 대상들에게 내가 매력을 느끼기 때문에 주관적으로 이끌리기 때문에 나는 반응하는 것이다. 삶의 의미와 자기 이익, 삶에 의미를 가져다주는 다양한 활동은 동시에 그만큼의 고통과 스트레스와 노력을 요구하며, 심지어 우리를 위험과 고통에 취약한 상태로 만든다. 삶에서 의미라는 범주를 인정한다는 것은 곧, 삶에 의미를 가져다주는 독립적인 가치의 존재를 인정한다는 뜻이다.

 

우리는 단순히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보다 삶의 의미를 제공하는 활동을 추구하는 사람에게 더 높은 도덕적 가치를 부여한다. 개인의 과제가 아무리 중요한 것이라 해도 그들의 행동이 영향을 미치게 될 다른 사람들의 이해관계 및 권리와 균형을 맞춰야 한다. 삶의 의미를 부여하는 활동은 자기 자신의 행복에 대한 기대가 불확실할 때 조차, 우리에게 살아갈 동기를 선사한다. 삶의 의미를 부여하는 활동은 실제로 그 이상의 동기를 제공해 준다. 삶의 의미를 선사하는 대상이나 활동은 우리가 세상에 관심을 기울이도록 만드는 기회로서 기능을 하는 것이다. 행위자가 자신의 욕구에 반한 행동을 하는 것은, 어떤 활동이나 목표에 독립적인 가치가 있다는 확신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이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에 대해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 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더 중요하게 도덕성과 자기이익 사이에서 조화를 이루고자 한다. 도덕성과 우리가 ‘다른 사람들로부터 존경과 관심을 받고자 한다면, 스스로 다른 사람에 대한 존경과 관심을 드러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보다 더욱 객관적인 또 다른 시선이 존재한다. 이런 시선으로 볼 때 도덕성은 절대적 기준이 아니다.

 

자녀를 일류사립학교에 들여보내기 위해 원칙을 어기는 사례는 그렇지 않다. 이를 통해 자녀와의 관계가 더욱 가까워질 수 있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관계의 가치, 자녀의 행복이라는 가치, 삶의 의미에 기여한다는 가치는 도덕성을 외면했다는 점에서 제약을 받을 수 있다. 부모, 자녀, 연인, 친구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고, 보다 넓은 사회적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함으로써 사람들은 삶의 의미를 발견한다. 열정을 바칠 대상을 발견하고, 이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삶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하는 삶의 의미에 관한 널리 알려진 관점인, 성취관점은 객관적 가치의 개념을 암묵적으로 거부하고 전반적으로 주관적인 관점에서만 삶의 의미를 바라본다고 오해 받을 위험이 있다. 마찬가지로 널리 알려진 자신보다 더 큰 존재에 대한 관여로부터 삶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하는 관점은 이와는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어떤 경우든 객관적인 가치의 개념을 인정하지 않으면 도덕성과 자기이익과는 또다른 가치범주로서 ‘삶의 의미’라는 개념을 분명히 이해할 수 없을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