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이분법

철학적 논의뿐 아니라 일상적 담론속에서도 사람들의 마음 한 구석은 이원론에서 한쪽으로 치우쳐 있다. 자신의 판단에 대한 설명과 그 근거를 제사해 달라는 요청을 받을 때 우리는 종종 개인의 이익과 관련된 근거들을 내세운다. 자기이익을 내세우는 접근방식이 설득력이 없거나 별로 중요해 보이지 않을 경우 우리는 종종 의무로 눈길을 돌린다. 다시말해 자기 이익이 아니라, 정의와 동정심 또는 도덕성을 쫓아서 이런 저런 행동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런 이원론이 놓치고 있는 이 부분이야말로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범주라고 까지 말할 수 있다.  이들은 우리 삶을 가치있게 만들어주는 다양한 활동에 우리가 관여할 수 있도록 해준다. 우리는 바로 이런 동기와 근거가 지목하는 다양한 활동에 관여함으로써 삶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이 동기와 근거에 대한 적절한 대응은 가치있는 삶을 살기 위해 매우 중요하다.

 

나의 주요 관심사는 삶의 의미라는 개념의 특성을 설명하고, 그것을 우리 자신 및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추구할 만한 가치가 있는 목표로 보이게끔 제시하는 일이다.  비록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 밝혀내려고 애쓰고 있지만, 실제로 의미 있는 삶을 살기 위한 방법에 관해서는 지극히 추상적이 조언만을 할 수 있다. 나는 여러분의 스승이 될 만한 인물이 못된다. 나는 두 번째 강의에서 삶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기 위해 행복 및 도덕성 범주와는 또다른 사람의 범주가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  왜 중요한자에 관한 질문을 할 것이다.  삶의 의미에 주의를 기울이면서 행동의 동기와 근거를 설명하는 이론들을 바라봄으로써 자기 이익과 도덕성에 대한 기존 입장에 중대한 변화가 나타날 것이다.

 

우리 삶을 이루는 동기와 근거는 개인의 행복이나 비인격적인 근거 또는 도덕성에 대한 기여의 차원에서는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례들은 우리가 깊이 그리고 특별히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들을 위해서 행동을 하는 경우이다.  병원에 입원한 동생을 방문하거나, 친구 이사를 도와주는 것은 이기적 또는 도덕적 이유로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행동은 자기이익을 충족 시키거나 도덕적인 의무감 때문에 하는 것이 아니다.  세상을 위해 뭔가 기여하겠다는 사명감 때문도 아니다.  자기 이익이나 의무감 또는 비인격적이고 공평한 동기를 갖고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다만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렇게 하는 것이다.

 

글을 쓰고, 첼로 연습을 하고, 정원을 가꾸기 위해서는  개인의 행복과 무관하게 많은 시간과 관심을 쏟아야 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뭔가를 하는 경우 우리를 움직이게 만드는 동기는 상대방을 향한 사랑이다. 반면 개인의 한계를 초월한 목표를 위해 뭔가를 하는 경우 그 동기는 개인 외부에 존재하는 가치이다. 철학, 음악, 정원과 같은 대상을 사랑하는 모습이 사람을 사랑하는 모습과 동기및 평가 차원에서 매우 흡사하므로, 나는 앞으로 이 두가지 형태의 사례를 논의하면서 사랑의 근거라는 표현을 똑같이 사용할 것이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인간이든 다른 생명체 또는 어떤 활동이나 물건이든 간에 이런 대상을 향한 사랑의 근거는 우리 삶에서 매우 특별하고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랑의 근거는 자기 이익이나 도덕성의 근거와는 또 다른 것이다. 서로 다른 근거들의 정당성과 가치를 제대로 파악하고 평가하지 못하면, 우리는 스스로의 가치를 오해하고 자신의 관심을 곡해할 위험에 빠질 수 있다.

 

자녀의 버릇을 망치거나, 화분에 너무 많은 물을 주거나, 자신의 철학적 사고의 틀에만 갇혀버릴 위험도 있는 것이다. 내가 주목하는 바는 사랑의 근거에 따라 행동하고 선택하는 대상의 정당성과 가치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공정하게 평가된 가치있는 대상에 사랑을 쏟아붓는 행위는 비록 행위자 개인이나 세상을 위한 최선의 선택은 아니더라도 충분히 정당화될 수 있다는 뜻이다. 나는 '사랑의 근거에 따라 행동하고 선택하는 성향'이 가치있는 삶을 살아가기 위한 중요한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도 이 말의 의미는 다분히 추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