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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낯설다 (티모시 윌슨지음·

나를 알려면 밖을 보라.

자서전에 쓸 글감으로는 내면의 정보가 유일한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는 외부정보 또한 각양각색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사람들이 내면을 바라봄으로써 배울 수 있는 것보다 외부정보가 더 우수할 수도 있다. 흡연이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외부정보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다. 심리영역에서도 그와 똑같은 현상이 그대로 통한다고 나는 믿는다. 우리 중 많은 대다수는 자신이 평균적인 사람으로 여겨지기를 원하지 않는다. 평균적인 존재가 아니라고 믿고 싶어한다. 우리는 담배를 피우면 암에 걸리게 된다고 확신할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는 흡연이 암 발병의 확률을 높인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지금까지 보아왔던 광고들이 약 15분마다 한번씩 프로그램을 방해하게 된다. 모든 광고들은 잠재의식으로만 방송된다. 우리는 다른 사람이 나를 대신해 선택해 주도록 내버려두기보다는 내 자신이 선택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알지도 못하는 가운데 메시지들이 우리 마음속으로 맘대로 들어오도록 내버려 두고 싶어할 이유가 따로 있을까?

 

잠재의식의 메시지가 광고에 사용될 경우에는 소비자의 행동이나 태도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거나,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 반면에 일상의 평범한 광고는 소비자의 행동이나 태도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소비자들은 자신들이 잠재의식적 광고의 영향을 받는지 여부를 알 수 없다. 컴퓨터스크린에 적대적인, 모욕, 불친절과 같은 단어들이 깜박거릴 때면, 사람들은 그런 단어들이 깜박 거리지 않을 때보다 다른 사람의 행동을 부정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을 더 강하게 보인다.  사람들이 그런 단어를 보았다는 사실을 전혀 자각하지 못했음에도 그런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와 같은 연구들은 적응무의식이 이 세상에 대한 해석을 이끄는 능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는 브랜드있는 약품이 더 편하고 더 친숙하다고 느끼면서도, 우리가 왜 그런 식으로 느끼게 되는지 그 이유는 깨닫지 않는다. 광고같은 것을 의식적으로 보고 들을 때 조차도 우리는 그것이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는 방식에 대해서는 전혀 의식하지 못할 수도 있다. 광고의 힘을 인식하지 못할 경우, 우리는 광고에 더 취약할 수 밖에 없다.  우리는 자신이 영향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조차 하지 못하는 가운데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우리의 마음이 저도 모르는 사이에 쓸데없는 정보에 오염될 수 있다.

 

지금까지 인종차별이 많이 개선 되었음을 보여주는 수치와 지금도 여전히 인종차별의 유령이 떠돌고 있음을 보여주는 명확한 증거들을 서로 어떻게 조화시킬수 있을까?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을 점검하고 통제할 때는 편견이 실리지 않은 의식적인 관점에 따라 행동할 것이다. 그렇지만 자신의 행위를 점검하거나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적응무의식의 인종차별적인 성향에 따라 행동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충분히 자각하지 못하는 가운데 일부 구성원들은 편견이 담긴 습관적인 반응을 보인다. 사람들이 적응무의식에서는 편견을 갖고 있으면서도, 의식적 차원에서는 편견을 갖지 않을 수도 있다는 개념에는 뭔가 중요한 진실이 숨어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눈에 비치는 우리의 모습을 본다. 즉 다른 사람들이 우리의 성격이나 선호 행동을 보는 방식을 보며, 종종 그 영상을 자아개념의 일부로 채택한다우리는 자신의 감정이나 특성에 특별히 접근할 필요가 없다. 그것은 여론의 일치에 의한 자기지식이다. 우리는 그것을 취함으로써 우리 자신에 대한 다수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거나 마찬가지이다. 사람들이 우리를 보는 것과 우리가 자신을 보는 것 사이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다른 사람들의 평가가 옳고 나 자신의 평가가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기 까지는 장애가 참으로 많다.

 

어떤 사람의 자기이론과 다른 사람들의 눈에 비친 그 사람의 모습이 일치하지 않을 경우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만약에 사람들이 자신의 친구들에게 느낀 바를 언제나 정확히 말한다면, 아마 옆에 남아 있을 친구들이 별로 없을 것이다. 일상의 삶에서는 다른 사람이 우리를 어떤 모습으로 보는지를 알아내기가 훨씬 더 어렵다. 그러나 사람들이 그 모습을 어렴풋이 들여다 볼 때가 간혹 있다. 사람들은 자신이 다른 사람들의 눈에 어떤 식으로 비치는지에 대해 적어도 어느 정도는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람들이 우리를 실제보다도 조금 더 좋아하는 것으로 믿는다고 해서, 우리에게 해로운 게 뭐 있을까?  우리의 자기이론을 하향의 방향으로 수정하는 것은 특,히 자기향상이나 우리를 더 행복하게 만들어줄 행동의 변화를 추구하는 일에 유익하지 않을 수도 있다. 실제로 사람들은 자신에 대해 약간 우쭐한 시각을 가질 때 한결 행복해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평균적인 사람보다 더 인기가 많고, 재능이 뛰어나고, 매력적이고, 지적이라고 생각한다.  긍정적인 환상을 가진 사람들은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낮고, 어려운 일을 맡았을 때도 더 끈질기게 일할 가능성이 크고, 어려운 일에 성공할 가능성 또한 크다.

 

그러나 제대로 실현하기 불가능한 환상을 계속 간직하는 일에는 위험이 따른다.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에 대해 관심을 쏟고, 그에 따라 자신의 자아관을 수정하는 것이 우리에게 이로울 때도 간혹 있는 법이다. 그것이 우리 자신에 대해 보다 부정적인 관점을 채택한다는 것을 의미할 때 조차도 그러 경우가 있는 것이다. 자신의 경력 선택에 있어서는 늘 다른 사람의 의견을 쫓아서는 곤란하다. 우리 대부분은 자신에 대해 실제보다 조금 더 훌륭하다는 환상을 품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재능에 지나치게 어둡지도 않다. 인생에서 중요한 결정이 걸려있을 때가 간혹 있다. 그런 경우에도 환상이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 비록 사람들이 대체로 자신에 대해 조금 과정된 관점을 갖기는 하지만 자아관이 매우 부정적인 경우도 간혹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