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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낯설다 (티모시 윌슨지음·

사람들이 그렇게 탄력적인 이유는 뭘까? -2

어떠한 사건이라도 우리에게 안겨줄 수 있는 행복에는 한계가 있다는 암시가 담겨있다. 만약 사람들이 긍정적인 감정이든, 부정적이든, 감정이든, 한쪽으로 극단적으로 치우친 상태로 오래 가지 못하게 입력 되어 있다면, 거기에는 부정적인 상태를 오래 경험하지 않도록 막는 보호 메커니즘이 있다는 점이다. 감정을 반응을 야기하는 내면의 변화에 답하여 생리적 및 신경화학적 차원에서 그런 메커니즘 작동한다. 대립과정에 따르면 극단적인 감정반응을 부르는 육체적인 사건들은 파괴적이며, 그 때문에 신체는 균형을 복구하는 일부 수단을 가져야만 한다. 우리는 그 감정과 반대되는 감정반응을 야기하는 대립감정을 일으킴으로써, 그 목적을 달성한다.대립과정 이론은 마약과 같은 육체적 작용에 대한 반응을 설명하는 이론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 이론의 흥미로운 특징 한가지는 세월을 두고 한가지 자극에 거듭해서 노출될 경우 대립과정도 그 만큼 더 강해지고, 더 오래 간다는 점이다.

 

코카인과 같은 엄청난 쾌감을 일으키는 자극의 경우, 시간이 가면 갈수록 그 강도가 떨어진다. 그 이유는 그 자극이 촉발하는 대립과정 또한 강도를 더 높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인생사에 보이는 놀라운 탄력성을 충실하게 설명하지는 못한다. 그 심리적 작용을 나는 '심리적 평상화'를 통한 의미 만들기라고 부른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과 같이 인생 자체를 흔들어 놓는 사건들이 일어날 때, 우리는 그 외의 다른 것은 거의 생각할 수 없다. 우리 곁을 떠난 그 사람이 온통 생각을 지배한다. 우리는 인생사들을 우리 자신과 세상에 대한 지식으로 엮어낸다. 이 세상에 대한 기대와 일치하지 않거나 기묘한 어떤 일이 일어나면, 사람들은 새로 일어난 사건과 타협하고, 그것을 설명할 수 있기 위한 정신작용일 일으킨다. 가능하다면 사람들은 그 사건을 자신들이 현재 갖고 잇는 이론과 기대속으로 동화시킨다. 이런 작업에는 그 사건이 조금이라도 더 이해 가능하고 예측 가능하게 보이도록 만들기 위해, 그것을 재해석하는 과정이  수반된다. 가끔 그 사건들이 너무나 예상을 빗나가고, 우리의 세계관과 어긋나서 동화시키기 무척 어려울 때도 있다.

 

하나의 사건이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으로 쉽게 설명되지 않을 때, 우리는 새로 일어난 사건에 적합하도록 우리의 지식을 변화시킨다. 그 사건이 조금이라도 더 정상적으로 보이고, 예측 가능한 것으로 보이도록 우리의 세계관을 바꾸기도 한다. 이런 과정은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삶을 바꿔놓을 중요한 사건이 일어나면, 우리는 거듭해서 그 사건이 우리의 생각을 온통 지배하는 경험을 한다. 그러나 그 지배도 갈수록 파워가 약해진다. 우리의 세계관이 그 사건에 어울리도록 변한다. 우리는 이제 그 사건을 그렇게 자주 생각하지는 않게 된다. 발달심리학자 장 피아제는 어린이들이 육체적, 사회적 환경을 이해하게 되는 과정을 설명하기 위하여 50년도 더 전에 이 과정을 묘사했다. 많은 심리학자들도 사람들이 불확실성을 낮추고, 의미를 발견하고, 진기한 사건들을 애써 설명하려는 경향을 얼마나 강하게 보이는지를 놓고 논의했다. 사람들이 자신의 세상을 이해하려는 노력이라고 볼 수 있다. 사람들은 좋은 사건을 되풀이 하고, 나쁜 사건을 피하기 위하여 인생사에서 의미를 찾아내려고 노력한다.

 

인간의 ‘의미 메이커’가 작동하는 한 가지 방법은 어떤 사건이 일어난 뒤에 그것을 조금 더 예측 가능하고 불가피했던 일로 보는 것이다. 어떤 사건의 결과가 어떤 식으로 결말이 났는지 알기만 하면, 사람들은 그 결과가 불가피해 보이는 쪽으로 설명들을 구성해내는 경향을 보인다. 그런 결과가 나오기 전에 이를테면 다른 많은 결과들이 예상되었던 그때보다 그 결과에 대한 해석을 더 그럴듯하게 내놓는 것이다. 이런 후견지명편견은 의식적인 정신작용이 아니다. 알츠하이머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새로운 기억을 형성하는 능력을 잃는다. 알츠하이머 병을 잃는 환자들은 모든 것을 새로운 것으로 간직한다. 이들은 찬숙하지 않았던 것들이 친숙한 것으로 자리잡는 예가 절대로 있을 수 없다. 알츠하이머 병에 걸린 마음에는 새로운 자극이 끊임없이 밀려든다. 관심을 두는 모든 것을 엄청나게 치열하게 인지해야 한다. 그러다 눈길을 다른 곳으로 돌리면, 금방 그것은 사라지고 만다. 눈길을 딴 곳으로 돌리면, 그것은 참신하고 새롭다.

 

평상화 과정은 우리의 감정을 유용하고 적응력을 지닐 수 있는 범위안에 묶어두는게 기여하면서 긍정적인 사건과 부정적인 사건 모두에서 일어난다. 하지만 그것은 부정적인 사건들의 충격을 최소화하는 일에 더 열심히 매달린다. 사람들에게는 무대뒤에서 작동하는 막강한 심리적 방어체계들이 장치되어 있다. 그 방어체계들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부정적인 정보의 충격을 완화하는쪽으로 그 정보를 합리화 하고, 재해석 하고 비틀고 있는 것이다. 누군가가 당신의 데이트 요청을 거부하면, 당신은 어쨌든 그 상대방이 당신에게 어울리지 않는 인물이라는 식으로 자신을 확신시킨다. 이런 일들은 처음 일어나는 순간에는 당신에게 상처를 줄 것이다. 그러나 매우 신속하게 당신은 그것들을 다시 해석하고 합리화함으로써, 고통을 물리칠 수 있는 방법을 발견한다. 우리 몸에 낯설고 위험한 존재들을 가려내어 그 충격을 최소화 하는 생리적 면역체계가 있는 것과 똑같이 우리의 긍정심에 위협이 되는 것들을 가려내고, 그 위협을 중화시킬 길을 찾아내는 심리적 면역체계가 있다는 것이다.

 

평상화 과정은 긍정적인 감정이나 부정적인 감정 모두에 작용한다. 그러나 심리적 면역체계는 사람들이 부정적인 감정을 퇴치하는데, 사용하는 여분의 무기다. 심리적 면역체계는 자존심을 유지하는 쪽으로 우리에게 들어오는 정보를 선택하고, 해석하고, 평가하는 것이다. 우리는 좋지 않은 사건들을 그럴듯 하게 설명하고, 위협적인 정보들을 정당화 하는 사람들이며, 행복의 느낌을 지키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다는 것이다. 그리고 심리적 면역체계는 대부분 지각 밖에서 이뤄진다왜 사람들은 자신이 매우 탄력적이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할까? 사람들은 장래에 어떤 사건이 일어날 경우 자신의 내면세계가 그 사건을 정상적으로 보이도록 충분히 예상한 것으로 보이도록 심지어 세속적으로 비치도록 만들기 위해 매우 많이 변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지 않는다. 영속성 선입견의 원인중 하나는 어떤 감정적 사건이 일어난 뒤에 외부 세계가 어떻게 변할 것인지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1백만달러 짜리 복권이 당첨된 후에 멋진 해외여행과 새자동찰르 떠올린다. 만약에 복권당첨에는 가족간의 갈등과 우정의 상실, 한밤중의 괴로운 전화가 따른다는 점을 이해한다면 복권이 당첨된 후에 자신이 느낄 기분을 보다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 다른 많은 사건들이 자신의 생각과 느낌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고려 대상으로 잡지 않는다. 사람들은 미래 사건들에 대해 마치 그것이 진공상태에서 일어난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을 보인다. 물론 사람들이 비상한 통찰력을 가지고 있지는 않으며, 미래가 어떤 것을 안겨다줄지 확실하게 알수도 없다. 중요한 것은 어떤 감정적인 사건뒤에도 다른 일들이 많이 일어나 그 사람의 관심을 끌려고 경쟁을 벌인다는 점이다. 진기한 사건들은 심리적 평상화 과정을 통해 나무나 빨리 세속적인 사건이 된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쉽게 예측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복권당첨이나 가족 누군가의 죽음, 아니면 심지어 새로운 자동차나 TV의 구입을 생각해 보라. 그러면 당신은 감정의 폭발을 부르는 평범하지 않은 사건들을 생각하고 있는 셈이다. 시간이 흐르면 사건들이 정상적인 모습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을 때 조차도 그 사건들이 지금 당장 너무나 진기하게 여겨지고 자신의 관심을 끌어잡고 있다는 현실을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자기자식을 개선시키는 것이 언제나 옳은 것일까, 아니면 약간의 자기 기만이 좋은 것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