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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낯설다 (티모시 윌슨지음·

사람들이 그렇게 탄력적인 이유는 뭘까?-1

라 로슈푸코가 4세기전에 이미 주장한 것처럼 행복과 비탄은 운수 못지않게, 그 사람의 기질에도 좌우된다.  어떤 목표를 추구하는 행위가 그 목표를 성취하는 것보다 더는 아니라 해도, 그에 못지않게 즐거운 일이다. 인생에서 추구할 뭔가를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우리는 한 목표를 성취하자마자 관심을 다른 곳으로 옮기고, 새로운 목표를 추구한다. 한 작곡가는 곡을 쓰는 경험을 이렇게 묘사한다. ‘황홀경의 상태에 빠진다. 어느 정도냐 하면, 나 자신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는 경지에까지 이른다... 손도 없는 것 같고, 그때 일어나고 있는 것들이 나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음악이 저절로 그렇게 흘러 나온다".  예술가들만이 아니다. 보통 사람들도 어느 일에서나 그런 몰입을 경험할 수 있다. 당신에겐 정기적으로 돈과 음식, 사랑과 섹스, 명성이 선물로 주어진다. 당신이 원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모두 가질 수 있는 것이다. 한가지 조건은 당신은 이런 상을 받을 기회를 늘이거나, 줄이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는 점이다. 아니면 당신의 시간을 투입할 직업도 없고, 당신의 기본적인 욕구를 만족 시킬 정도의 돈만 벌고, 사치를 부릴 여유는 거의 없다. 그래도 당신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빠져 하루하루 살 수 있다.

 

이런 예중에서 첫번째 삶을 원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일상의 삶에서 나는 사람들이 첫번째 삶을 선택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몰입이 중요하다고 보는 관점은 사람들이 추구해온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긴 슬픔을 예고한다. 그러나 실패가 고통스럽다고 하더라도, 그 비통함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오래 가지 않는다. 감정의 덧 없음에 대한 설명으로 상당히 특이한 것은 어떤 사건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들이, 그 사건이 그전에 일어난 비슷한 경험과 어떻게 비교 되느냐 하는 것이다. 그 경험들은 일어날 당시에는 경이롭다. 하지만 그 경험은 우리에게 새로운 참고 기준을 제시한다. 미래의 모든 경험은 이제 그 기준과 비교하게 될 것이다. 그 결과 미래의 많은 경험이 이 비교로 손상을 입을 것이다. 

 

복권에 당첨된 사람들이 일상의 몇가지 활동에서 복권에 당첨되지 않은 사람들보다 즐거움을 덜 느낀다. 친구와 대화를 하고, TV를 보고, 친구들과 농담을 하는 즐거움은 거액의 복권에 당첨 되던 절정의 순간과 비교하면, 빛을 잃을 수 밖에 없다. 우리 부부는 저녁식사 시간에 맥주를 나눠 마신다. 그 전에는 값싼 제품도 비싼 제품 만큼 맛있게 느껴졌다. 각양각색의 다양한 맥주를 비교하며 즐기는 동안, 우리 부부의 비교 기준은 몰라보게 높아졌다. 이제 맥주를 즐길 때 값싼 제품으로는 더 이상 성이 차지 않게 되었다. 비교 기준의 변화는 사람들이 인생의 사건들에 적응해 가는 이유를 설명하는데 도움을 준다. 기준 잣대가 높아졌다. 옛날이면 유쾌해야 할 일들이 지금은 그저 그렇다. 그러나 그것만이 이야기의 전부이다. 정서의 덧없음을 보는 또 다른 방법은 행복을 혈압과 같은 생리적 체계와 비교하는 것이다.

 

'알로스타시스'는 신체의 체계들이 환경의 변화의 변화에 반응하는 과정을 말한다. 하나의 체계를 고수하려 노력하는 단 하나의 기준점이 있는 호미오스타시스(항상성)와는 반대이다. 혈압은 우리가 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날 때면 올라가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졸도하지 않을 정도로 충분히 피가 뇌로 흐르게 된다. 우리가 조간 신문을 보려고 자리에 앉을 때면 혈압은 다시 내려간다. 우리의 몸이 고수하려고 노력하는 단 하나의 이상적인 혈압은 없다. 또 혈압이 너무 높거나 너무 낮은 것이 우리에게 유익하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우리 몸에는 혈압을 제한된 범위안에 유지하는 메커니즘들이 있다. 이와 비슷한 과정이 인간의 정서에도 작동하고 있다고 나는 믿는다. 환경에 정서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인간에게 유리하다. 감정이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사람들이 극단적인 감정을 갖지 않도록 지켜주는 메커니즘을 갖는 것도 또한 유익하다. 당신이 원하는 대학교에 입학허가를 받는 등 어떤 인생의 목표를 이룩한 날 일수도 있을 것이다. 그때 당신은 아마 이 세상의 정상에 오른 느낌을 받았고, 당신의 몸 전신으로 쾌감이 밀려오는 황홀경을 느꼈을 것이다. 이제는 그런 기분을 한 시간, 하루 아니면, 1주일 내내 느끼면 어떨지를 한번 상상해 보라. 심신이 피로해지지 않겠는가? 그런 극단적인 감정 상태를 오래 지속할 스태미너를 가진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다. 만약 혈압과 심장박동이 며칠동안 내내 높아진 상태로 유지된다면, 우리는 심장마비로 쓰러질 수도 있을 것이다. 분명히 말하지만 우리의 신체가 그렇게 오랫동안 그런 식으로 운행속도를 높이지 않도록 예방하는 메커니즘들이 있어야 한다. 오래 지속하는 긍정적인 감정은 부담을 안겨줄 수 있다. 그런 감정상태가 새로 들어오는 정서적 정보에 집중하거나, 그것을 알아차리는 일을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감정의 한 기능이 바로 위험한 것들을 알아차리고 피하라는 신호를 재빨리 나에게 보내는 것이다. 과거의 사건에 감정적으로 오랫동안 반응할 경우 예상되는 한가지 문제는, 그런 새로운 신호들이 그 사람에게 닿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