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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낯설다 (티모시 윌슨지음·

적응 무의식도 느낀다

진화는 포유류의 뇌에 환경에서 나오는 정보를 각각 다르게 처리할 수 있는 경로 두 개를 부여했다. 르두는 이 경로를 감정의 '로우로드'와 '하이로드'라고 불렀다. 두 길은 같은 곳에서 시작하여 똑같은 지점에서 끝난다. 즉 환경에서 나온 정보가 감각수용기에 닿는 그 지점에서 감각 시상까지 여행한다. 전뇌의 아몬드처럼 생긴 부분인 편도체에서 끝난다. 로우로드는 감각시상에서 편도체로 곧장 가는 신경경로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정보가 매우 빨리 도착하지만, 정보처리는 최소한에 그친다. 반면에 하이로드는 먼저 대뇌피질로 간다. 정보처리와 생각을 관장하는 뇌의 부위이다. 그런 뒤에 편도체로 간다. 하이로드는 느리긴 하지만, 대뇌피질안에서 정보에 대한 분석이 보다 상세하게 이뤄진다.

 

의식체계가 잘못 추론하는 경우도 간혹 있다. 그런 잘못이 벌어지는 한 가지 이유는 어떤 감정이 변했다는 사실을 그 감정으로 관심을 돌릴 때까지는 사람들이 깨닫지 못하기 때문이다.  윌리엄 카펜터는 이성간의 강렬한 애착이 당사자들이 그 사실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하는 가운데, 점점 더 커져가는 것과 같은 눈치 채어지지 않는 감정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어떤 사람의 관심이 온통 그 순간의 즐거움에 빠져 있었던 탓에 자신을 깊이 들여다볼 마음의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의식체계는 어떤 일에 대해서는 어떤 느낌을 가져야 한다고 정해 놓는 문화적 규범에 매우 민감하다. 이를테면 우리 문화권에서는 어린이들은 당연히 조랑말과 강아지와 자기부모를 사랑하고, 소풍을 즐기고, 맛있는 쵸콜릿 케익을 사랑해야 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사람들은 당연히 자신의 감정이 이런 문화적 규범과 일치한다고 단정 짓기 때문에, 그렇지 못한 경우에도 그런 사실을 쉽게 자각하지 못하고 넘어간다.

 

사람들은 자신의 느낌에 확신이 서지 않을 때에는 자신의 행동이나 신체에 나타나는 반응을 길잡이로 삼는다고 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겪고 있는 각성의 정도와 사회적 상황의 성격을 바탕으로 자신의 감정을 추론한다사람들이 마치 어떤 감정을 느낀 것처럼 행동해 놓고도 그런 감정이 있었다는 사실을 보고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사람들이 자신의 행동을 관찰하고, 그 행동의 원인에 대해 추론하는 귀인과정은 흔히 적응 무의식에서 일어난다. 이 과정은 또한 의식의 차원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의식적인 자아는 능동적인 분석가이고 계획자이다. 리버럴한 성향의 백인 인종은 자신의 내면에 부정적인 감정들이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채, 자신에게는 마이너리티에 대한 편견이 전혀 없다고 믿고, 흑인들을 백인과 똑같이 대한다고 믿을 수도 있다. 마이너리티에 대한 부정적인 관점을 털어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도 부정적인 느낌들을 가질 수 있고, 흑인들이 차별을 느낄 정도로 흑인들에게 부정적인 행동을 취한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증거가 있다.

 

그러나 사람들이 이런 부정적인 감정들을 자각하지 못할 때가 자주 있다 하더라도, 그들도 자신을 조심스럽게 둘러보면 그런 감정들을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감정을 정직하게 들여다보고 자신이 흑인들에게 어떻게 대하는지를 면밀히 점검한다면, 그도 자신에게서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부정적인 태도를 확인하게 될 수도 있다. 만약 사람들이 자신들의 감정에 대한 의식적인 이론들이라는 연막을 뚫고, 감정과 태도를 발견해 내기만 하면, 그 감정과 태도들은 쉽게 의식속으로 들어오게 된다. 적응 무의식은 감정을 낳는 엄청나게 많은 정신작용들로 이루어진다. 그런데 적응 무의식에서 나온 감정들은 의식으로 나타난다. 컴팩트 디스크 플레이어를 생가해보라. 그 음악을 찾고 연주하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는 우리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작동한다. 그러나 그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최종 산물, 즉 비틀스 노래의 달콤한 멜로디는 우리가 듣는 것이다. 의식에 닿았다는 뜻이다. 감정을 낳는 정신작용들, 적응무의식의 특징들은 접근이 불가능하다. 콤팩트 디스크 플레이어의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와 똑같다.

 

그러나 일부 환경에서 사람들은 자신이 만들어내는 감정을 자각할 수 있다. 감정을 자각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억압, 어떤 감정이 변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거나, 사람들이 가진 의식적인 이론과 작화라는 연막을 이용하여 감정을 흐릿하게 만드는 것이다. 사람들은 어떤 느낌이나 평가가 문화적 감정법칙이나 개인적인 기준, 혹은 자신의 느낌에 대한 의식적인 이론들과 추론과 충돌을 빚을 경우 그것을 잘 인식하지 못한다. 감성지능의 정의 하나가 우리의 욕망과 욕구, 기쁨과 슬픔을 인지하는 능력이지 않은가. 가장 기본적이고 두드러진 감정까지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을 감정표현 불능증이라고 한다. 감정표현불능증 환자들은 감정을 갖고 있지만 그 감정이 어떤 것인지를 묘사하거나 그 감점이 어디서 오는지를 묘사하는 일에 어려움을 겪는다. 우리 모두는 어느 정도는 감정표현블능증을 보이고 있다. 우리의 적응 무이식이 우리 자신이 인식하지 못하는 감정들을 가질 때가 종종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