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는 내가 낯설다 (티모시 윌슨지음·

느낌은 수정이 불가능하다?

감정에 관한 현대의 몇가지 이론들은 감정을 낳는 정신작용은 무의식적인 반면에, 감정 그 자체는 무의식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평가와 기분과 감정같은 정서적인 반응들은 의식이라는 집의 특징일 수도 있다. 데카르트와 비트겐슈타인을 포함한 극소수의 철학자들은 감각과 느낌에 대한 보고는 수정 불가능하다는 주장을 폈다. 사람들의 느낌에 대한 믿음은 의심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말이 된다. 나의 감각과 느낌에 관한 한 내가 최종적인 권력자이고, 당신에겐 나를 의심할 근거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나의 무릎이 오후 2시에 쑤시기 시작했다고 가정해보자. 책상 모퉁이에 무릎을 박은 시간 그때다. 5분후 전화를 한통 받았다. 전화 통화중에 무릎 통증을 느끼지 않았다. 수화기를 내려놓자 다시 무릎 통증을 느꼈다. 고통속에 빠져 있으면서도 우리가 고통속에 빠져 있다는 사실을 모를 수도 있는 것일까? 사람들이 원칙적으로 자신의 느낌에 대해 잘못 판단할 수 있다 하더라도, 우리가 그런 사실을 알길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사람이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말하거나 무릎이 아프다고 말할 때, 그 말을 의심하려면 어떤 기준을 동원할 있을까? 어떤 사람이 무릎에 느끼는 통증의 양을 정확히 바늘로 가리켜주는 생리적인 고통 탐지기는 없다. 그러나 그 사람 본인이 보고하는 기분이 부정확하다는 점을 입증하기 어렵다고해서, 그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태양계 밖을 관찰할 정도로 성능이 탁월한 망원경이 없다고 해서 태양계 밖에 별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우리에게 최적의 인간의 존재를 설계하라는 과업이 떨어졌다고 해보자. 그러면 인간에게 느낌과 감정을 부여해야할까?  만약 그렇게 한다면, 그 느낌들을 의식으로 만들어야 할까, 무의식으로 만들어야 할까? 프로이드에 따르면, 감정들을 의식 밖으로 묶어둘 수 있다. 그것들이 불안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억눌린 감정을 보여주는 가장 극적인 예가 바로 반동형성이다. 그것 때문에 무의식적 욕망들이 그와 정반대의 형태로 위장한다. 억압된 감정에 대한 정신분석적 관점은 엄밀한 방법으로는 테스트하기 어려운 것으로 입증되었다. 사람들이 지각하지 못하는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 보여줘야 할 뿐 아니라, 사람들이 그 감정을 자각하지 못하는 이유가 그들 스스로가 그 감정을 억누르기 때문이라는 점을 입증해야 했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사람들이 자신의 감정과 평가와 느낌을 온전하게 자각한다. 실제로 사람들이 자신의 감정을 자각하는 것이 매우 유익하다. 화를 내거나 두려워할 줄 아는 동물들은 자신의 적에게 더 위험한 존재로 비칠 수도 있다. 먼저 사람들이 환경속에서 무엇인가를 조우한다. 곰같이 위험한 동물들과 맞닥뜨릴 수도 있다. 그러면 곰이라는 자각이 감정, 즉 두려움을 촉발시킨다. 이 감정의 의식적 경험이 그 사람으로 하여금 적극적인 방식으로 행동하도록 만든다. 이런 순서가 합리적으로 들릴지라도, 그것이 감정적 반응에 대한 유일한 설명은 아니다. 한가지 문제는 감정이 천천히 생겨나고 심지어 사람이 위험한 사건을 해결할 조치를 취한 뒤에야 일어나는 경우도 있다내가 위기에 처했다는 자각이 두려움을 촉발시키고, 그 두려움이 나로 하여금 자동차의 통제권을 다시 확보하도록 행동을 취하게 만든다. 그러나 실제로 자동차가 위기에 빠졌다고 느꼈을 때, 나는 어떤 감정도 경험하지 않는다. 환경적 사건에 대한 자각이 육체의 반응을 촉발한다. 이 육체적 반응이 의식적 감정을 일깨운다.

 

우리가 슬픔을 느끼는 것은 우리가 울기 때문이며, 우리가 화를 내는 것은 우리가 주먹을 치기 때문이며, 우리가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우리가 떨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곰을 만나서 달아나는 것은 두려움 때문이 아니다. 우리는 곰을 만나 달아난 다음에야 두려움을 경험한다. 이 두려움은 우리의 도망에는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는다. 의식석 감정은 그 어떤 기능에도 이바지 하지 않으며, 단지 환경을 분석하고 적응성이 뛰어난 행동을 촉발하는 비의식적인 인지과정의 부산물에 그칠 수 있다. 화학적 반응의 부산물로 방출되는 열과 같은 것이다. 곰에 대한 자각이 어떻게 하여 감정적 반응 없이도 그 사람으로 하여금 도망가도록 만들까? 감정과 느낌들이 환경에 적응하는 행동보다 선행하는데 사람들이 이 감정과 기분들을 늘 자각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나는 내가 낯설다 (티모시 윌슨지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서적 반응  (0) 2015.07.01
적응 무의식도 느낀다  (0) 2015.06.29
내가 왜 이런 행동을 하고 있지?  (0) 2015.06.25
적응무의식과 성격  (0) 2015.06.24
성격심리학  (0) 2015.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