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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낯설다 (티모시 윌슨지음·

적응무의식과 성격

조너선 밀러의 표현을 빌리면 인간존재는 그들의 인지및 행동능력중에서 놀랄 정도로 많은 몫을, 자동적인 자아의 존재에 빚을 지고 있다. 비의식에는 어떤 일이 벌어지면 어떻게 한다는 식의 판단이 있다. 월터 미셸과 그 동료들은 '사람들에게는 저마다 사회적 세계에 반응하는 방식을 결정짓는 독특한 인지 및 정서적 변수들이 있다'고 한다. 이들은 사람의 행동을 이끄는 성격전달체계의 구성요소로 다섯가지를 든다. 기호화(사람들이 자기자신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상황을 해석하는 과정), 자기자신과 사회적 체계에 대한 기대, 정서와 감정, 목표와 가치, 능력과 자기 규제적인 계획 등이 그것이다. 요약하면 사람들에게는 어떤 상황에서 행동하는 방식을 결정짓는 '어떤 일이 벌어지면 어떻게 한다'는 식의 명백한 규칙이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만약에 무시당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면, 나는 화를 내고 공격적으로 바뀔 것이다라는 식으로 말이다.

 

적응무의식이 정보를 판단할 때 동원하는 한가지 규칙은 '접근성'이다. 즉 하나의 카테고리 혹은 개념이 얼마나 활성화되어 있느냐가 중요한 규칙이라는 뜻이다. 조지 캘리는 접근 가능한 카테고리들을 사회적 환경에 대한 해석을 안내하는 '스캐닝 패턴'이라고 불렀다. 이런 스캐닝 패턴들이 사람들로 하여금 그들의 사회적 환경에서 오는 정보들을 재빨리 효율적으로 잡아채도록 하는 것으로 확인 되었다. 정직 같은 카테고리가 누군가에게 먼저 상습적으로 접근 가능한 범주가 되는 이유는 뭘까?  조지 켈리는 사람들이 자신의 환경을 이해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미래의 환경을 예측하기 위해 구성개념들을 개발한다주장한다. 자신들의 배경과 학습의 역사를 바탕으로, 사람들은 이 세상을 파악하는 규칙적이고 색다른 방법들을 개발한다. 정직이라는 구성개념은 이 사람들에게 유용할 수 있고, 우정이라는 구성개념은 저 사람에게 더 유용할 수도 있다.

 

'전이' 말하자면, 우리가 어릴 적 부모에게 품었던 감정을 새로운 인간관계에 포개 올려놓은 현상을 프로이드의 업적은 그의 발견중에서 가장 독창적이고, 급진적인 발견으로 불려왔다. 프로이드는 주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같은 무의식적인 성적충동과 공격적 충동이 환자와 자기와의 관계에 어떤 식으로 표출되는지에 관심을 쏟았다. 전이는 정신분석의 용어로서가 아니라 비의식의 사회적 정보처리시스템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여질 때, 가장 잘 이해된다고 사회-성격심리학자인 수전 앤더슨은 주장한다. 말하자면 적응무의식에서 '전이'에 대한 이해가 가장 명쾌하다는 말이다. 중요한 타인과의 관계에 대한 개념은 특별히 자신과 관계에 있어 수시로 마음에 떠오르기 때문에, 그것들은 상습적으로 접근 가능한 것이 되어, 우리가 새로 만나는 사람들을 해석하고 평가하는 일에 종종 동원된다. 한마디로 요약되면 정직이나 친절 같은 구성개념이 활성화되어 새로운 사람에게 적용된다.

 

연구원들은 부모가 방을 드나들때 마다, 유아가 그 만남과 헤어짐에 어떤 식으로 반응하는지를 유심히 관찰했다. 이 반응을 바탕으로 유아들은 각각 안정되거나, 기피하거나 불안과 모순을 보이는 애착모델을 가진 아이로 구분될 수 있다. 애착스타일이 내면화 되어 사람들이 다른 사람에게 반응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는 가설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난 몇년 사이에 연구원들은 과거의 인간관계를 보는 습관적인 방식이 현재의 인간관계, 특별히 연인 혹은 배우자와의 관계에서 상대방의 행동에 대한 인식에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를 리스트로 만들어야 한다면, 밀접한 인간관계에 대한 욕망과 인생의 성공,권력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장 위에 올릴 항목들일 것이다.  H.A 머레이와 데이비드 맥클리랜드 같은 심리학자들은 애착과 성취, 파워에 대한 욕구의 수준이 그 사람의 성격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라고 주장했다.

 

인간은 적응무의식에서 나오는 행동들에 적어도 어느 정도는 유의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들이 우리 본인보다 우리를 더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리처드 루소의 소설 ‘진지한 남자’의 한 등장인물이 말하는 것처럼 말이다. 진실은 우리가 자신에 대해 전혀 알길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어떤 일을 한 뒤에야 겨우 우리가 무엇을 하려는지 알 뿐이다. 우리가 배우자와 자식, 부모, 동료와 친구들을 두고 있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우리가 자신을 아는 것보다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더 잘 알지. 사람이 자신의 성격에 대하 생각하고 있는 내용과 다른 사람들이 그 사람의 성격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내용 사이에 일치하는 부분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행동을 예측할 때 우리는 흔히 사람들이 과거에 한 행동을 반복해서 보아온 경험에 의존한다. 우리 자신의 행동을 예견할 때에는 주로 자신이 성격에 대한 내부 정보에 의존한다. 내부정보에 의존하다 보면 상황이 자신들의 행위에 미칠 속박을 간과하게 된다. 우리가 본 그대로, 사람들의 내부정보는 그들의 성격에 대한 완성된 이야기가 아니며, 완벽하게 정확할 수도 없다.

 

적응무의식과는 따로 존재하는 그 의식적 자아의 본질은 도대체 뭘까?  노스웨스턴 대학의 댄 맥애덤스는 의식적인 자아개념의 중요한 부분을 연구했다. 즉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엮어내는 라이프스토리를 분석했다. 그는 의식적 자아개념을 사람들이 자신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관해 들려주는 지속적인 이야기라고 정의한다. 이 이야기들의 중요한 기능은 그 사람 자신의 수많은 관점을 하나의 일관된 정체성을 통합시키는 것이라고 맥애덤스는 주장한다. 그 정체성은 상당한 기간을 두고 보면, 안정된 모습을 보이지만, 또한 언제든지 수정에 노출되어 있다. 맥애덤스의 연구에 따르면, 이 정교한 시스템의 중요한 역할은 자아의 서로 다른 부분들을 하나의 일관된 이야기로 연결시키는 것이다. 성격심리학자 로버트 맥크레이가 이런 의문을 잘 표현하고 있다. 라이프스토리들이 우리의 삶을 안내하는 주체들이 통합일까?  라이프스토리들은 그저 부수 현상일 뿐이며, 인생의 역사의 골자를 특별한 이벤트에 어울리게 적절한 형태로 바꿔 전달하는 약간의 자기 합리화이며, 퇴고 작업인 것일까? 사람들의 마음에는 자신이 되고 싶은 인물상과 되어야만 한다고 느끼는 존재와 되고 싶지 않은 존재에 대한 구성개념이 있다. 성취 가능한 자아들은 자기자신에 대한 희망과 두려움을 의식적으로 구현한 것이며, 이런 구성물들이 적어도 어느 정도는 우리의 행동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기질과 같은 적응무의식적 성격중 일부에는 유전적 요소가 작용한다는 증거가 있다. 문화와 경험이 어떤 역할을 맡는다는 사실도 또한 분명하다. 적응무의식의 대표적인 특징은 자동성이다. 그 자동성 때문에 정보들이 신속하고, 비의식전인 방식으로 처리되는 것이다. 하나의 개념이 자동성을 얻을 수있는 한 가지 길은 엄청난 반복이다. 어린 시절의 경험에 뿌리를 박고 있는 이 개념은 빈번한 사용을 통해서만 자동성을 띠게 된다. 아이들이 배워야할 것을 명시적으로 정해놓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명시적인 성취욕은 보이지만, 암묵적인 성취욕구는 보이지 않는다. 비의식적 자아와 의식적 자아는 그 사람의 문화적 및 사회적 환경의 영향을 받는 것 같지만, 영향이 작용하는 방식은 서로 다르다. 세월이 흐르다 보면, 사람들이 자신의 진짜 모습이 스스로 생각하는 인물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될까? 사람들이 자신을 들여다볼 때는 장밋빛 색깔의 안경을 끼고 본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상당히 많다. 그리고 어느 정도는 사람들이 자신을 그런 식으로 긍정적으로 보는 것이 건강에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