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응무의식은 복합체계, 의식은 단일체계이다. 적응무의식은 패턴 탐지기, 의식은 팩트(사실)점검기이다. 적응무의식 임무가 주변 환경에 나타나는 패턴을 가능한 한 빨리 탐지한다. 적응무의식은 지금 여기 이 순간을 보고, 의식은 장기적인 시각을 갖는다. 비의식 패턴 탐지기가 할 수 없는 것은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지를 예측하고, 그에 따라 계획을 수립하는 일이다. 의식의 중요한 기능중에 미래를 예측하고 마음속으로 그 미래를 상상해 보고, 그에 따라 계획을 마련하는 능력이 포함된다. 농경은 과거에 대한 지식과 미래에 대한 예견을 요구한다. 만약에 씨앗을 뿌리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싹이 튼다는 사실을 떠올릴 수 없다면, 어찌 오늘 씨앗을 뿌리는 수고를 하려 들겠는가? 적응 무의식은 자동적이고, 의식은 통제 가능하다. 사람들이 많은 행동을 재빨리 별노력을 들이지 않고, 또 의식적인 관심을 거의 기울이지 않고도 수행해낼 수 있다는 사실은 너무나 잘 알려져 있다. 그런 복잡한 행동을 배우기만 하면, 우리는 자신을 자동항법장치에 놓고,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의식적으로 생각하지 않을 때, 그런 행위들을 더 잘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운동선수가 무의식의 상태라고 할 때, 그 말의 의미는 '자신이 하고 있는 행위를 정확히 자각하지 않는 가운데 최상의 수준에서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뜻이다. 어떤 일이 진행되는 과정을 일일이 생각하지 않아도 그 일이 저절로 이루어질 때가 종종 있다. 피아노를 연주하는 것이 무의식적 행위가 될 수 있는 것과 똑같이, 자동적인 사고는 비의식적이고 신속하고, 의도가 깔리지 않고, 통제불가능 하고, 노력을 요구하지 않는다. 자동적 사고의 또 다른 예는 다른 사람들을 분류하고, 어떤 범주에 집어넣으려는 경향이다. 어떤 사람을 처음 만나게 되면 누구나 그 사람을 인종이나 성별 혹은 나이에 따라 매우 빨리 분류 정리한다. 의식적인 사고는 보다 느리고, 의도가 있고 (자신이 생각하고 싶은 것을 생각한다) 통제가 가능하고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에 영향력을 더 쉽게 행사할 수 있다) 노력을 요구한다. (다른 일에 정신이 팔려있는 상황에서 의식적인 마음을 무엇인가에 집중하기 어렵게 만든다.)
적응무의식은 엄격하다. 비의식 체계는 어떤 상관성을 배우기만 하면, 그상관성이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도 그것을 보려고 들며, 그리하여 그 상관성이 진실이라는 것을 더 강하게 확신하는 경향을 보인다. 교사들이 자기 학생들이 잘 할 것으로 기대할 때에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학생들에게 개인적으로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그들에게 더 자주 질문을 던져 대답을 요구하게 되고, 공부에 관해 더 멋진 피드백을 주기 마련이다. 적응무의식이 급히 결론에 이르고, 그런 뒤에 정반대의 증거가 나와도 좀처럼 마음을 바꾸지 않으려드는 경향에서 이 사회가 안고 있는 가장 골치 아픈 문제 몇가지의 원인을 찾아도 결코 무리가 아니다. 어린이들은 특히 더 자동항법장치로 행동하는 경향을 보인다. 아이들 스스로가 하고 있는 일을 자각하거나 그런 짓을 하는 이유를 알기도전에, 적응무의식이 먼저 정교한 방법으로 아이들의 행동을 안내하는 것이다. 영아들은 출생직후 아니면, 그 전에도 암묵적으로 (비의식적으로) 기억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반면 사물을 명시적 (의식적)으로 기억하는 능력의 발달은 출생후 만1년이 될 때까지는 시작 조차 하지 않는다. 더욱이 명시적 기억에 관여하는 것으로 보이는 뇌의 부위들은 암묵적 기억이 관여하는 뇌부위보다 한참 뒤에 발달한다. 사람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가장 쉬운 방법의 하나가 바로 그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보상을 받지않고 피아노 연습을 하는 것이 아마도 피아노 연주라는 순수한 즐거움에 더 강하게 끌릴 것이다. 이것은 '절감원리'로 알려져 있다. 다른 그럴듯한 원인이 있다는 점에서, 한 가지 요인의 역할에 대한 평가를 낮추려드는 경향을 말한다. 여덟살이나 아홉 살이 되기전에는 어린이들이 '가산원리'를 이용하는 것 같다. 그 원리에 따라 어린이들은 보상을 받고 어떤 행위를 한 사람이 그 행위를 더 좋아한다고 판단했다. ( 타고난 관심 + 보상= 더 큰 타고난 관심). 여덟 살이나 아홉 살에 이르면, 어린이들은 절감원리를 이용하기 시작한다. 어린아이들이 절감원리를 따라 행동을 하는 이유는 그들의 무의식적 추론체계가 행동을 이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식적으로 행동을 해석하고, 그런 행동이 일어난 이유를 말로 보고하는 것은 절감원리를 배우고 적용하는데, 더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의식적 체계의 임무이다. 사람들의 행동과 말사이에 나타나는 이런 분리현상은 성인이 되어서도 계속된다. 의식이 절감원리를 배우기까지 시간이 조금 더 걸리는 것 같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마 절감원리를 응용하기 위해서는 조금 더 많은 자극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어느 시점엔가 사람들은 마음을 갖고 있는 존재가 자기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우리는 심리학자들이 '마음의 이론'이라고 부르는 것을 개발한다. 우리와 똑같이 다른 사람들도 생각과 믿음과 감정을 갖고 있다는 추론이 바로 그것이다. 우리는 종종 다른 사람들이 바라보는 곳으로 눈길을 돌린다. 우리는 종종 다른 사람을 속이려고 노력한다.
세살짜리 아이들에게는 아직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것과는 다른 믿음을 가질 수 있음을 말해주는 마음의 이론이 제대로 발달되어 있지 않다. 적어도 암묵적 혹은 비의식적 차원에서는 마음의 이론이 있는 것 같다. 아이들의 시선을 측정하는 것은 비의식적이고 암묵적인 형태의 지식을, 즉 적응무의식에 의해 얻어지는 지식을 관찰하는 것이다. 반면 말로 하는 대답을 분석하는 작업은 발달에 조금 더 시간이 걸리는 마음의 이론에 대한 의식적인 이해를 파악하는 것이다. 사람들의 의식적인 능력은 삶의 초기에는 특별히 제한적이다. 그러나 성인에 이르면 사람들은 의식적인 자아를 활짝 꽃피우게 된다. 그리고 자신들의 적응무의식에 대해서도 더 큰 통찰을 얻게된다. 두가지 변수 사이의 상호관계(사람들의 머리색과 그들의 성격 사이 상관관계 등) 를 탐지하는 일에는 의식적인 체계가 무지 서툴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어떤 면에서는 적응무의식이 의식적인 마음보다 더 똑똑하다. 그러나 다른 면에서는 적응무의식이 덜 똑똑하다. 결론은 두 마음이 서로 다르다는 점이다. 적응무의식은 환경을 재빨리 둘러보고, 거기서 어떤 패턴을 탐지하도록 설계된 발생의 역사가 더 깊은 체계이다. 특히 생명체에 위험을 안겨줄 수 있는 패턴들에 더 민감하다. 적응무의식은 패턴을 쉽게 배우기는 하지만, 한번 배운 패턴을 잊어버리는 일에는 서툴다. 그것은 상당히 엄격하고 유연하지 못한 추론 제조기이다. 그것은 일찍 발달해서 어른이 된 후에도 계속해서 우리의 행동을 안내한다. 의식적인 자아는 비의식적 학습의 속도와 효율성에 견제와 균형을 제공하며, 사람들로 하여금 미래에 대해 보다 신중하게 생각하고 계획을 마련하게 한다. 자연선택은 한 생명체의 현재 상태를 바탕으로 작동한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시스템은 낡은 시스템에서 진화한다. 진화는 인간 마음이 이미 가진 것을 바탕으로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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