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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낯설다 (티모시 윌슨지음·

천재 프로이드 바보 프로이드

우리가 어떤 일에 대해 특정한 방식으로 반응하는 이유를 올바로 이해하는 일이야말로, 그 일이 우리의 느낌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피하는 데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그렇게나 자주 잘 모르는 이유가 무엇일까?' 하는 점이다. 이를테면 우리는 자신의 성격과 어떤 감정을 느끼는 이유, 심지어 느낌 그 자체에 대해 너무나 모르고 있다.  그 다음 질문은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자기 지식을 높일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두말할 필요없이 자기통찰이 부족한 이유는 참으로 숱하다. 사람들은 자신의 오만함으로 눈이 멀게 될 수도 있고 아니면 혼동을 일으킬 수 있고, 그것도 아니면  단지 자신의 삶과 심리를 매우 조심스럽게 검토할 시간을 갖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다. 내가 제기하게 될 이유는 우리 자신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것들중 많은 것들이 '의식밖에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인간 마음의 상당 부분이 무의식에 속하다는 인식은 결코 새로운 것이 아니다. 프로이드가 이룩한 가장 위대한 통찰의 하나였다.

 

정신작용을 더 많이 연구하면 할수록 사람들이 본인의 머릿속에서 그런 정신작용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 조차 모르고 있다는 것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인지심리학자와 사회심리학자들이 연구한 정신작용의 대부분은 정작 그 정신작용을 하는 본인에게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드러났다. 무의식의 마음이 사실상 모든 일을 처리하고 의식의 마음은 하나의 환상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프로이드가 강조한 정신의 모델은 두가지 종류의 무의식적 정신작용에서 두드러져보였다.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지금 이 순간 관심의 초점을 받지않는 생각들이 다수 들어있다는 점이다. 정보는 그쪽으로 관심을 돌리기만 하면, 언제든지 쉽게 의식의 세계로 들어온다. 더 중요한 것은 정신적 아픔의 원천이라는 이유로 의식의 밖에 눌려있는 어린시절의 원초적인 생각들을 모아놓은 거대한 창고가 있다. 인간의 마음은 고차원적이고 정교한 사고의 상당부분을 무의식에 넘길 때 가장 효율적으로 작동한다.

 

'적응무의식'은 이 세상이 돌아가는 모양새를 파악하고, 위험에 대해 경고를 발하고, 목표를 설정하고, 세련되고 효율적인 행동을 시작하게 하는 임무를 탁월하게 수행해 낸다. 그것은 효율적인 마음에는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며 그것이 작동하는 범위도 상당히 넓다. 우리에게는 언어를 배우게 하고, 그 언어를 쉽게 사용하게 하는 비의식적 언어처리 장치가 하나 있다. 하지만 이 정신의 모듈은 사람들의 얼굴을 재빨리 효과적으로 식별하는 능력이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를 재빨리 평가할 줄 아는 능력과는 비교적 독립되어 있다. 데카르트는 정신을 의식에만 국한시켰다. 정신은 사람들이 의식적으로 생각하는 것만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윌리엄 해밀턴과 토머스 레이콕, 윌리엄 카펜터는 인간의 지각과 기억, 행동중 상당히 많은 것들이 의식적인 숙고나 의지없이도 일어난다는 사실을 관찰했으며, 인간의 마음에는 정신의 잠재, 무의식적 대뇌작용,뇌의 반사적 행위가 있음에 분명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저차원의 정신작용은 자각의 바깥에서 일어난다. 인간의 지각체계가 대부분 의식의 자각 밖에서 이뤄진다는 사실을 관찰했다. 해밀턴 윌리엄은 사람들이 비의식적으로는 다른 것을 처리함과 동시에 의식적으로는 또 다른 일에 관심을 쏟을 수 있다는 사실을 관찰했다. 비의식 정신작용에 그 사람의 편견이 숨어있다. 적응 무의식의 특징중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 하나는 적응 무의식이 스테레오타이프(어떤 집단이나 사회적 범주 구성원들의 전형적 특징에 관한 신념)를 이용하여 다른 사람들을 분류하고 평가한다는 사실이다.  사람들은 비의식에서 일어나는 사고의 버릇을 익히고, 이런 패턴들이 의식보다 더 강력한 무의식적인 편견들을 우리가 의식적으로 제거하려고 노력할 수 없는 것이기에 훨씬 더 위험하다고 주장한다. 또 자기자신의 감정에 대한 자각이 부족하다.

 

카펜터는 감정적 반응의 경우, 우리의 관심이 그것으로 끌리기 전까지는 자각 밖에서 일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람과 일들에 대한 우리의 감정들은 우리 각자가 관심을 자신의 정신상태로 옮기기 전까지는 자신이 전혀 자각하지 못하는 가운데  가장 중요한 변화를 겪을 수도 있다. 20세기초와 중반에 행동주의 심리학이 그렇게 번성할 수 있었던 한 가지 이유는  그것이 개념과 연구방법의 측면에서 흐릿하다는 비난을 들었던 정신분석의 각 요소들에 대해 과학적 대안을 내놓으려고 시도했기 때문이다. 프로이드의 가장 위대한 통찰이 무의식적 사고의 광범위함에 관한 것이라는 점에는 나도 동의한다. 프로이드가 가장 중요한 목표로 본 일과 사랑을 포함하여 삶에서 일어나는 중요하고, 흥미로운 일들 모두에서 적응무의식이 맡고 있는 역할을 과소평가하고 있다. 적응무의식은 자잘한 일에만 개입하지 않고 인생의 모든 국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자기통찰에 이르는 길은 어디 있을까? 프로이드의 딸인 안나 프로이드는 '무의식적인 것을 의식속으로 끌어내는 것은 정신분석자의 의무이다'라고 했다. 마음이 지니는 거대한 파워의 중요한 원천은 '어떤 정보에 효과적으로 반응할 줄 아는 마음의 능력'이다.  우리의 의식적 마음이 다른 일로 바쁠 때 조차도  우리는 다른 정보들을 해석하고 평가하여 우리의 목적에 부합하는 정보를 골라낼 수 있다. 우리가 제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적응 무의식에 직접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길은 전혀 없다. 본질적으로 우리는 자신의 삶을 쓰는 전기작가임에 틀림없다. 우리의 행동과 감정의 정수를 뽑아내어 의미있고 효과적인 이야기로 엮어내는 것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멋지게 쓰는 가장 훌륭한 길은 숨어있는 감정과 동인을 찾으려고 노력하되 자기반성에 과도하게 빠지지 않는 것이다.  실제로 내면을 지나치게 살필 경우에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증거가 있다. 자신의 감정에 대한 성찰이 사람들로 하여금 현명하지 못한 결정을 내리게 만들고 자신의 감정에 더 큰 혼란을 느끼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