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간이해- 알프레드 아들러 (라영균 옮김)

남성과 여성

 노동분화는 인간사회를 유지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요소다. 인간은 언제 어디에 있건 자기 몫의 일을 해야 한다. 이 요구에 응하지 않는 사람이나, 공동생활의 가치를 부정하는 사람은 반사회적이며 자기의 사회적 역할을 거부하는 사람이다. 그 정도가 심하지 않는 경우에는 행실이 안 좋은 사람, 남에게 폐를 끼치는 사람,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말하지만 정도가 심해지면 기인, 부랑아, 더 나아가 범죄자가 된다. 이들을 비난하는 근거는 사회와의 괴리감, 즉 그들의 행동이 사회적 요구에 일치하지 않는데 있다. 그러므로 한 인간의 가치는 사회가 요구하는 노동분화에 그가 얼마나 참여하느냐에 달렸다. 공동생활을 긍정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의미있는 존재가 되며 이를 통해 그는 인간사회를 하나로 연결하는 거대한 사슬의 한 부분이 된다.

 

우리의 문화는 권력추구의 방향으로 발전하였으며  특권을 확보하려는 특정 개인과 특정 계층에 의해 주도 되었다. 이를 통해 노동분화가 독특한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그 결과 남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오늘날의 문화가 생기게 되었다. 특권 집단인 남성에게 기득권이 보장되었고 남성적 우위를 근거로 남성에게 유리한 노동분화가 이루어졌다.  그래서 우월한 위치를 점한 남성들은 유리한 것은 취하고 피하고 싶은 것은 여성에게 배정되었다. 여성활동 영역은 이런 식으로 확정되었다. 남성과 여성은 상호의존적이기 때문에 이러한 갈등은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커다란 고통이 되고 부조화와 갈등을 계속 조장할 것이다. 

 

오늘날 가정교육은 권력추구를 너무 높게 평가하고 있다.  그 결과 남성의 특권을 유지하고 장려하는 성향이 당연한 것이 되었다. 왜냐하면 가족내에서 권력의 상징은 항상 아버지, 즉 남자이기 때문이다. 수수께끼처럼 가끔 다가오는 아버지의 모습은 늘 옆에 있는 어머니보다 훨씬 더 아이의 관심을 끈다. 아이는 금방 아버지의 탁월한 역할을 눈치챈다. 아이는 아버지가 주도권을 가지고 있으며 명령을 내리고 모든 것을 지휘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이는 사람들이 아버지의 명령에 복종하고  어머니가 항상 아버지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을 보게된다. 우리의 문화적 여건을 고려할 때 여자아이가 자신감과 용기를 갖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한 지능검사는 열네살에서 열여덟살 까지의 여자 아이들이, 남자 아이들보다 재능이 더 뛰어나다는 흥미로운 결과를 내 놓았다.  이들은 모두 어머니가 직업을 가지고 있거나 , 아니면 독자적인 직업을 가진 편모 가정의 아이들이었다. 이 아이들은 가정에서 여자들이 열등하다는 편견을 경험하지 못했거나 아니면 경험했더라도 차이를 별로 느끼지 못한 경우다. 이들은 능력있는 어머니가 날로 발전해 가는 모습을 직접 체험하였다.

 

고함을 지르거나 큰 소리로 야단 치는 것 , 그리고 과장된 행동을 하는 것은 부정적인 효과만을 낳는다. 여자아이는 이런 엄마를 흉내내지만 남자아이는 이와 달리 평생 두려움 속에 살지 모른다. 이런 엄마 밑에 고통을 받고 자란 남자들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여자를 거부한다. 이들은 마치 면역이라도된 듯  여성이라는 존재에 대해 전혀 신뢰를 갖지 못한다. 우유부단한 태도를 보이는 엄마가 자신감이 없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아이는 말을 듣지 않는다. 엄마는 잔소리를 하고 때로는 아버지에게 이르겠다고 협박까지 한다. 그러나 아이의 규율을 잡기 위해 남자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이것은 자신의 교육방법에 확신이 없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모든 것을 잘하는 남자들이 자녀교육을 잘 할 것이라는 입장을 정당화라도 하듯  그녀는 뒤로 물러날 생각만 한다. 또한 이러한 여자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에 빠져 있기 때문에 자녀교육을 회피하며 이에 대한 책임을 남편과 가정교사에 떠넘긴다.

 

성과를 우선시하는 우리 사회에서 나이든 사람들은 불이익을 당하기 마련이다. 특히 나이든 여성들의 경우에는 더 심하다. 나이가 들어가는 여성들은 누구나 방식은 조금씩 다르지만 가치상실을 경험하며 이에 따른 어려움을 감수해야 한다. 우리의 삶은 단 하루만에 예측과 평가가 가능한 것은 아니다.  젊은 날 이루어 놓은 것은 힘과 영향력을 잃을 시기를 대비해서 비축해 놓은 것이다. 늙었다는 이유만으로 정신적, 물질적 안락에서 배제된다는 것은 옳지 못하다.

 

여성이 열등하다는 편견과 이와 연결된 남성의 우월감은 양성 사이의 조화를 늘 방해해 왔다. 이로인해 생긴 긴장은 모든 애정관계에 악영향을 미쳤을 뿐 아니라 모든 행복의 가능성을 위협하고 파괴하였다. 우리의 애정생활은 이 긴장에 의해 얼룩지고 황폐해졌기 때문에 조화로운 부부는 점점 찾아보기 힘들고, 아이들은 결혼이란 아주 힘들고 위험한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자란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결혼을 필요악으로 여기는지 생각해 보라.  오늘날 우리가 경험하는 많은 어려움들은 남녀간의 갈등에서 비릇된 것들이다. 남녀간의 관계에 있어서도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종속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이런 잘못된 태도는 너무나 큰 어려움과 고통을 야기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모두 이 문제를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이 문제는 너무 많은 것을 포괄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의 삶은 거의 다 여기에 연루되어 있다. 우리는 인내심을 상실한 시대를 살고 있으며 실제로 검증된 교육방법도 가지고 있지 않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유치원까지 경쟁의 전쟁터로 변했다는 것이다. 미래의 삶은 이 모든 것들에 의해 결정된다.

 

인류의 행복과 삶의 기쁨은 여성들이 자신의 역할과 능력에 맞게 살수 있는 제반조건이 얼마나 마련되느냐에 달려 있으며 또한 남성들이 여성과 긴장 없는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인간이해- 알프레드 아들러 (라영균 옮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성격 일반론 1  (0) 2009.08.06
형제들 간의 관계  (0) 2009.08.05
삶을 위한 준비  (0) 2009.08.05
열등감과 인정욕구  (0) 2009.08.04
외부세계가 아이에게 주는 인상  (0) 2009.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