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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해- 알프레드 아들러 (라영균 옮김)

외부세계가 아이에게 주는 인상

 모든 인간은 주어진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 또한 인간의 정신은 늘 목표를 추구하는 독특한 매카니즘을 가지고 있다. 이점으로 미루어 볼 때, 한 인간이 가지고 있는  세계상과 이상적인 행동패턴은 유아기때 형성된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이 세계상이나 행동패턴을 한마디로 표현 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왠지 익숙하고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생소한 느낌과는 다른 독특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정신은 목표가 있을 때만 발달할 수 있다. 그리고 목표를 세우기 위해서는 활동의 가능성과 활동의 자유가 반드시 전제 되어야 한다. 활동의 자유가 주는 정신적 풍요를 과소평가 해서는 안된다.  처음 두발로 선 순간 아이는 완전히 새로운 세계를 접하게 되며, 주변환경을 낯설게 느낀다. 일어서려고 애쓰는 동안 미래에 대한 강한 희망을 품을지 모른다. 처음 움직이려고할 때 특히 걸음마를 배울 때 경험하는 어려움은 아이에게 희망을 줄수도 있고 좌절을 겪게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아이에게는 아주 큰 어려움으로 다가오지만, 어떤 아이는 어려움을 전혀 느끼지 않을 수도 있다. 성인에게는 별 의미없이 사소한 것이지만, 이러한 인상과 사건은 어린아이의 정신세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아이는 이러한 경험을 근거로 자기가 존재하는 세계에 대해 나름대로의 이미지를 만든다. 아이가 세계를 자기화 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감각기관이다. 아이는 감각기관을 통해 외부세계와 긴밀한관계를 갖는다.  일반적으로 아이들은 자기가 받은 인상과 가능성을 근거로 세계상을 만들어낸다.

 

우리의 세계상은 다양한 능력들이 작용하여 형성된 것이다. 그런데 이 능력들은 하나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즉 여러능력들 중에서  어떤 능력이 선택되며 어떤 강도로 어떤 영향을 주는가의 문제는 우리의 목표가 무엇이냐에 따라 결정된다. 이는 삶이나 주변환경으로부터어떤 특정 부분만을 그리고 특별한 사건만을 취사선택하는 우리의 특별한 경험방식과 관계가 있다. 인간은 자신의 목표에 부합하는 것만을 가치있게 여기며 다른 것들은 무시한다. 외부로부터 받은 인상과 자극은 감각기관을 통해 두뇌에 전달되어 그 중 일부만 남는다. 그 흔적이 상상의 세계와 기억의 세계를 형성한다. 본것이라고 다 인지하는 것은 아니다.  동일한 그림을 본 두 사람에게 인지한 내용을 물어보면 각각 다른 대답을 한다. 아이는 주위 환경으로부터 어떤 이유에서건 자기 행동패턴에 맞는 것만을 인지한다.  인지한 것과 실제 현실이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 인간은 외부세계를 자신의 특성에 맞게 변형시키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개인의 고유한 특성은 무엇을 인지하고, 어떻게 인지하는가에 달려 있다. 인지하는 것은 단순히 물리적인 현상을 넘어 하나의 정신적 기능이다.

 

정신은 삶의 문제에 대해 자기나름대로 응답하며 이것은 다시 정신속에 그 흔적을 남긴다. 그러므로 기억과 판단기능도 적응의 필요성에 의해 결정된다. 기억이 없으면 미래에 대비할 수가 없다. 모든 기억에는 무의식적인 의도가 내재 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은 우리 안에 그냥 있는 것이 아니라, 경고와 격려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임의의 기억이나  의미가 없는 기억이란 없기 때문에 기억의 근저에 깔려있는 최종적인 의도가 무엇인지 분명히 알게 될 때, 비로소 기억의 의미를 평가할 수 있다. 어떤 것은 기억하면서, 어떤 것은 잊어버리는가 하는 질문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정신이 지향하는 방향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중요한 사건만을 기억하며 불필요한 것은 잊어버린다. 이로써 우리는 기억 역시 의도하는 목표에 적응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상상은 지각된 대상이 실재하지 않더라도 지각한 것을 재생시키는 행위다. 다시말해 상상이란 재생된 지각이며 생각속으로 다시 소환된 지각이다. 상상은 인간정신이 가지고 있는 창조적인 능력중 하나이다.

 

누구나 추구하는 목표는 사회적 인정이다. 인간은 중립적인 목표에 만족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인간의 공동생활은 지속적으로 자기평가를 동반하며 여기에서 우월에 대한 욕구와 경쟁에서 이기려는 의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삶을 적대적 눈으로 바라보는 아이들은 환상을 보는 능력이 발달하며, 어떤 생각을 하건 긴장하며 조심스럽게 행동한다. 따라서 어려움을 많이 겪은 유약한 아이들은 환상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이 더 발전하게 되면 환상의 힘을 빌려 현실을 회피하려고 한다. 즉 환상은 현실을 거부하는 수단으로 오용될 수 있으며, 하찮은 삶에서 벗어나려는 사람이 빠지는 권력이 된다. 어떤 문제가 생기면 우리는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를 미리 생각하고 판단한다. 당장 경험할 수는 없지만 예측된 상황에서 생길수 있는 감정들을 토대로 판단을 내려야 한다. 경험하게될 상황에 대한 생각, 느낌, 감정을 종합하고 나서야 비로소 입장을 정리할 수 있다. 다시 말해 특별한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는지 아니면 아주 조심스럽게 피해갈 것인지를 결정한다. 감정이입은 누구와 대화하는 순간 바로 시작된다. 다른 사람과 감정을 함께 나누지 못하면 우리는 그 사람을 이해할 수 없다.

 

일상에서 경험하는 감정이입의 형태는 위험에 처한 사람을 보았을 때 엄습하는 묘한 불안감이다. 때때로 감정이입의 정도가 아주 강해질 수 있다. 이런 경우 우리는 자기에게 아무런 위험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방어자세를 취하게 된다. 우리는 다른 사람이 되어 그의 입장을 느끼고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이 능력의 근원을 타고난 공동체감에서 찾을 수 있다. 이것은 보편적인 감정이며 우주의 모든 것이 하나의 연관 관계 속에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우리 안에 내재되어 있는 이 감정을 우리는 지울수 없다. 다른 생명에 대한 감정이 결핍된 아이들은 사회적 인간이 되기 위해 필요한 요건과 무관한 것에 관심을 쏟는다. 이들은 오직 자기자신만을 생각하며 다른 사람에 대해 전혀 관심을 갖지 않는다.

 

외부의 영향을 수용하는 감수성은 우리의 정신적 삶을 구성하는 중요한 부분중의 하나다. 우리의 삶은 사람들끼리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다는 전제하에서만 가능하다. 선생과 학생, 부모와 자녀, 남자와 여자 등과 같은 관계에서는 상호간의 영향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타고난 공동체감이 있기 때문에 인간은 어느 정도까지 타인의 영향을 수용한다. 그러나  그 정도는 영향을 주는 사람이 영향을 받는 사람의 권리를 얼마나 보장하느냐에 달려 있다.  누군가를 부당하게 대하면서 그 사람에게 지속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자신의 권리가 보장되어 있다고 느끼는 사람에게 우리는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교육은 의도적으로 사회적 영향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사람에게는 효과가 없다. 이런 사람은 아무런 이유없이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아니다. 오랜기간 투쟁하면서 그는 조금씩 주변 세계와 관계를 끊고, 마침내 공동체감과 완전히 배치되는 감정을 갖게 된 것이다.  이제 그를 감화시킨다는 것은 몹시 어렵거나 불가능한 일이며 설사 그러한 시도를 하더라도 그는 무조건 반대하거나 반항 할 것이다. 따라서 억압적인 환경 속에 있는 아이들은 교육자의 영향을 제대로 수용하지 못한다. 많은 아이들은 외부압력이 너무 강하기 때문에 전혀 저항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런 아이들은 모든 영향을 순순히 받아들이고 따르는 것 처럼 보인다.복종적인 사람은 독립적인 행동과 사고 능력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에 누군가가 필요한 행동과 조치를 명령할 때까지 기다린다. 복종적인 성향 속에는 커다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이런 성향의 아이들은 권위적이고 폭력적인 명령에 쉽게 복종하고, 그 명령에 따라 범죄까지 저지를 수 있다. 반대로 타인의 영향을 기꺼이 수용하고 스스로 이해시키려고 노력하고 신뢰감을 주는 사람들은 공동체감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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