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적 열등함이 있는 아이들은 생후 2년이 지나면 자기가 다른 아이들에 비해 열등하다는 것을 감지한다. 자신은 그들과 다르며 동등한 권리를 갖고 있지 않다고 느낀다. 아이들은 삶에 대해 열등한 존재이며, 주변사람들의 공동체감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아이의 열등함과 미숙상태는 오랜기간 지속되기 때문에 스스로 삶의 역경을 헤쳐나갈 수 없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우리는 아이들의 정신활동이 심한 열등감과 함께 시작된다고 전제해야 한다. 유아기의 모든 노력과 발전은 열등감에서 출발하여 그것에 의해 움직인다. 아이들의 열등감 때문에 목표를 세우고, 향후 안정이 보장된 삶에 대해 기대를 가지며, 이 목표에 적합한 길을 선택한다. 목표는 안락함, 안정, 대등함을 보정해줄 뿐 아니라 주위 환경에 대해 우월감을 가질 수 있도록 권력욕을 발달시킨다. 열등감이 심한 아이들을 교육시키는 것은 힘들다.
왜냐하면 그들이 어떤 상황에 있건 항상 무시당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태어날 때부터 불이익을 받아왔으며 이유가 정당하건, 부당하건 간에 사람들로부터 무시당한다는 생각을 버리지 못한다. 어른들 사이에서 자란 아이들은 스스로를 작고 연약한 존재로 여기며, 자기는 부족하고 열등하다는 잘못된 판단을 한다. 잘못된 교육은 대부분 이렇게 시작한다. 너무 지나친 요구에 직면한 아이는 자신을 가치 없는 존재로 여기는데 이러한 감정은 그의 마음속에 깊이 각인된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아이에게 그들이 작고 열등하며,중요하지 않은 존재라는 사실을 계속 주입시킨다. 아이들을 진지하게 대하지 않는 습관뿐만 아니라 아이들은 근본적으로 아무것도 아니며, 아무런 권리도 없으며 어른들에게 항상 양보해야 하고 공손해야 한다고 가르치는 행위가 바로 그런 것이다. 아무리 옳은 것이라도 적절하지 못한 방식으로 가르치게 되면 아이들은 당연히 반발한다. 많은 아이들은 무슨 일을 하건 웃음꺼리가 되지 않을가 하는 두려움을 갖고 자란다. 아이를 비웃는 악습도 아이의 성장과정에 악영향을 미친다. 비웃음을 두려워 하는 아이는 나이를 먹어도 늘 마찬가지이며, 성인이 되어도 이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열등감, 불안감, 무력감은 삶의 목표를 세우게 하고 그 목표가 구체화 되도록 도와준다. 아이는 이미 신생아 때부터 관심을 받고 싶어하며 어떻게 하든 부모의 주의를 끌려고 노력한다. 이것이 바로 인정 욕구가 눈뜨기 시작하는 첫번째 신호이다. 인정욕구는 열등감의 영향속에서 발전해 가며, 아이로 하여금 주위환경보다 더 우월해 보이는 목표를 설정토록 유도한다. 목표는 우리의 감정에 가치를 부여할 뿐 아니라 우리가 아는 것을 조정하고 그것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의 감정은 정신이 추구하는 목표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지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우리는 숨겨진 의도에 따라 선별적으로 깨닫게 되며 목표에 부합하는 것만을 체험한다. 이렇게 보면 이 모든 것은 상대적이며 남는 것은 단지 요지 부동한 가치의 허상 뿐이다. 우리는 인위적으로 만든 한 점에 맞춰 행동한다.
정신은 늘 열등감 때문에 생기는 괴로운 감정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다. 권력과 우월을 확보하려는 과도한 노력은 마침내 병적인 상태로까지 고조된다. 일상적인 삶의 관계는 아이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한다. 아이는 높은 목표를 설정하고 거기에 맞춰 아주 비범하고 눈에 띄는 행동을 하게 된다. 또한 남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오직 자신의 위치를 확보하는데만 급급하며 이를 위해 과도한 힘을 쏟는다. 유별난 행동을 하면서 다른 사람들을 방해할 뿐 아니라 타인의 삶에도 개입한다. 그러면 다른 사람들은 당연히 방어적인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으며 아이는 모든 아이들에게 그리고 모든 사람들은 아이에게 적대적이 된다.
유년시절이 억제되고 통제되지 못한 명예욕은 좋은 방법으로 승화되지 못하면 그 정도가 더 심해진다. 이런 사람은 타인을 방해하거나 불쾌하게 만든다. 시간이 지나면서 명예욕과 함께 다른 현상들이 나타난다. 사회적 유기체인 인간의 입장에서 볼 때 이 현상들은 적대감을 의미한다. 허영심, 교만 그리고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타인을 압도하려는 노력 등이 여기에 속한다. 달리 표현하면, 그것은 자기가 높이 올라가려고 노력하는 것보다 다른 사람이 추락하는 것을 보고 만족해 하는 모습이다. 이렇게 되면 그는 오직 거리감, 즉 자신과 다른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큰 차이만을 중시하게된다. 삶에 대해 이런 태도를 가진 사람은 주변 사람을 방해하는 것은 물론 자기 스스로 주변 환경을 불편하게 느낀다. 왜냐하면 그들의 마음은 삶의 어두운 부분으로만 채워져 있어서, 진정한 삶의 기쁨을 전혀 향유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신체적 결함을 가지고 태어난 아이는 남 모르게 삶의 무게를 느끼기 때문에 비관적인 세계관을 갖기 쉽다. 눈에 띄는 신체적 결함은 없지만 어떤 이유에서건 열등감을 갖고 있는 아이들도 이와 같은 상황에 있다. 예를 들어 엄격한 교육과 같은 특별한 환경은 열등감을 고조시킬 수 있으며 결국 위와 같은 불행을 초래한다. 우리의 연구는 유아기 때 받은 인상과 환자가 가지고 있는 불만을 하나의 선으로 연결할 수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그 둘 사이의 연관성을 파악하면 대부분의 경우, 어떤 사람을 지금까지 이끌어온 정신적인 노선을 찾을 수 있다. 이것이 그의 동선이다. 그의 삶은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이 패튼을 벗어나지 못한다. 우리는 이러한 생각이 인간의 운명을 중시하고, 운명을 스스로 만들어 가는 근거 즉, 자유 판단을 부정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인상을 받게 된다.
부부처럼 두 사람의 관계에서는 상대에게 애정을 호소하는 것이 특별한 의미를 갖는 상황들이 많다. 남편이 직업상 집에 들어가지 못할 수도 있으며 자기만의 친구모임이 있을 수도 있다. 또한 남편 혼자 누군가를 방문 할 때도 있으며 혼자 동호회 참석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애정과 배려를 요구하는 아내가 혼자 집에 남게 되면 상처받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결혼이 한쪽 배우자를 집에 묶어놓을 수 있는 당연한 제도라고 쉽게 생각할 지모른다. 애정과 배려에 대한 욕구를 어느정도 호의적으로는 받아들일 수 있지만 실제 직업을 가진 사람 입장에서 그 요구를 다 들어 준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게 되면 갈등은 불가피하다. 늦은 시각에 귀가한 남편이 조용히 침실로 들어 갔을 때 아내가 비난에 가득찬 표정으로 자기를 맞이한다면 놀라지 않을 사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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