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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치매(만프레드 슈피처 지음

무엇을 할 것인가? (1)

디지털미디어는 우리를 중독시키고 우리의 잠도 앗아간다. 또한 기억력을 저해하고 정신활동을 감소시켜, 교육분야의 학습 장려에는 원칙적으로 부합한다. 우리의 정신과 대인관계를 고려할 때 디지털미디어는 아무런 긍정적인 효과도 주지 않으며, 오히려 수많은 부작용만 낳을 뿐이다. 인터넷에서는 실제세계에서보다 더 많은 거짓말과 사기행각이 벌어지고 있다. 인터넷 소셜네트워크는 사회적 행동을 저해하고, 두려움과 우울증을 조장한다. 뇌 형성의 부족, 특히 주의력과 사회적 기능을 담당하는 전두엽 부위의 형성 부족은 주의력 결핍과 과잉행동장애와 우울증 심화로 이어진다. 폭력적 게임이 자녀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기 위해, 부모가 직접 총기난사를 해봐야 한다는 것은 환각제가 얼마나 나쁜지 알기위해서 부모가 직접 환각제를 들어마셔야 한다는 것만큼 말도 안되는 이야기다. 부모라면 열세살 자녀가 과자에 대해 이성적으로 반응하도록 해주는 전두엽이 아직 형성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자녀에게 최고의 것, 최선의 것을 해주고자 한다면, 반드시 제한사항에 대해 이야기 하고 이를 도입하고 또 관철해 내야 한다. 이것이 비록 자녀들의 의지에 반하는 것이라 해도 말이다. 컴퓨터 게임도 마찬가지다. 소득이 적고 학력이 낮은 부모를 둔 자녀들이 텔레비전을 더욱 많이 보고, 컴퓨터게임을 더 많이 하는 것과는 달리 부유한 부모을 둔 자녀들은 오히려 책을 더 많이 읽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다. 디지털 미디어는 문화의 일부이다. 생산성을 높여주고 삶을 보다 용이하게 해주는 커다란 엔트테인먼트 요소다. 식품공급과 이동성, 행정기구 그리고 의약품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어우러져 형성된 현대세계는 디지털정보처리 기술 없이는 어쩌면 붕괴될지도 모른다. 따라서 디지털미디어와 싸운다거나 아예 없애는 것이 중요한게 아니다. 디지털 미디어는 중독성이 높고 장기적으로 신체는 물론 정신까지도 손상시킨다는 점이다. 뇌는 더 이상 많이 활동하지 않게 되면서 축소될 것이고, 스트레스는 신경세포를 파괴할 것이며, 성장한 세포는 더 이상 쓰이지 않게 되면서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디지털 치매는 무엇보다 무능함의 증가로 인해 정신활동을 이용하고 제어하는 능력, 다시말해 생각하고, 원하고, 행동하는 능력을 퇴보시킬 것이다. 결국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자신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게 만들 것이다. 통제력 상실, 정신적, 신체적 몰락의 진행, 사회적 퇴보, 고립, 스트레스 그리고 우울증의 악순환도 시작될 것이다.

 

시간적인 측면에서만 살펴본다면 디지털미디어는 뇌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다른 그 어떤 영향보다 강력하다. 여기에다 유년기의 부적절한 학습에서부터 사회적 접촉과 행복 체험의 부족, 성인이 되어서 인지 제어의 결여, 그리고 고령이 되어서 점점 더 많은 제약을 가하고 부담을 주고, 수명을 단축시키는 만성질환 등 수많은 후유증까지 동반한다. 아주 어린시절 스크린 앞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은 뇌형성을 위한 입장권 즉, 정상적인 언어 발달 기회를 이미 놓쳐버린 것이다. 2개 국어를 하는 사람들은 뇌를 끊임없이 특별한 방식으로 제어하기 때문에 알츠하이머가 하나의 언어만 사용하는 사람보다 5.1년 더 늦어졌다. 두개 언어 가운데 어느 한 언어를 사용하지 않으려고 계속해서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2개국어 구사자가 지속적으로 배우고 연습하는 것이 무엇이겠는가? 바로 자기 통제이다. 멀티태스킹은 일반적으로 집중력과 주의력이라고 부르는 정신적 능력을 감소시킨다. 멀티태스커들은 자신들의 정신을 그다지 잘 장악하지 못하고, 관리능려 또한 제대로 훈련되어 있지 않다.

 

폭력게임을 통한 집중력 장애와 음악과 스포츠를 통한 자기통제 강화사이의 대립, 단순한 마우스 클릭으로 인한 미디어 이용의 우둔화와 세계에 대한 이해 사이의 대립에도 적용된다. 또한 한편으로는 수동성과 중독성, 다른 한편으로는 적극적인 사회적 역할 분담과 자기자신 및 의미 있는 활동에 대한 책임감 수용 사이의 대립에도 이러한 상관관계가 적용된다. 연방가족노인여성청소년부의 자료에 따르면 독일에는 현재 130만명이 치매를 앓고 있으며, 이 수는 오는 2050년이면 260만명으로 배가 될 것이다. 이를 위한 간병비로만 연간300-400억 유로가 소요될 것이다. 디지털 치매가 현재의 젊은 세대에게 2050년에 과연 얼마나 많은 비용을 요구하게 될지는 아무도 정확하게 계산할 수 없지만, 영국인들이 말하는 경험에 근거한 추측은 가능하다. 인구가 약 3억 2000만명인 미국에서 치매를 2년만 늦추면, 환자 수는 200만명이 감소한다. 알코올은 중독성이 있고 인체와 정신에 해가 되고 사회적인 퇴보와 고독, 우울증, 조기사망으로 이어진다. 이와 동시에 알코올은 우리 문화의 일부로서 많은 사람이 즐기고 있다. 우리는 그래서 어떻게 하고 있는가? 우리는 알코올의 위험을 인식하고, 특히 젊은이들이 알코올에 접근하는 것을 어렵게 하기 위해 과세를 부과하고 있다. 유년기와 청소년기에 중독의 기초가 형성되고 정기적인 알코올의 대량 소비는 보다 빠르게 추락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음주를 일찍 시작할수록 중독은 더 빠른 속도로 진행된다. 그래서 몇 년전에 알코올 함유 음료에 높은 세금이 부과되었다. 담배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담배에 대한 과세를 통해 폐암으로 인한 사망자수가 감소하고 있다. 

 

독일은 전 세계가 인정하는 자동차 강국이다. 일자리의 7분의 1이 직간접적으로 자동차와 관련되어 있다. 자동차 없이는 아무것도 안된다. 자동차를 운전하지 못하는 사람은 자격미달이라고 여겨진다. 그렇다면 운전면허증 취득교육을 초등학교부터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게 논리상 맞을 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독일은 18세에 인문계고등하교를 졸업하게 되는데 독일어, 수학, 외국어, 자연과학, 정신과학, 그리고 체육, 음악, 미술 등의 과목은 가르치지만 일상생활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다른 것들은 가르치지 않는다. 어쨌든 사람은 청소, 요리, 계좌관리 등을 배우게 된다. 살아가면서 어떤 식으로든 저절로 학습하게 되는 현대의 소소한 일들로 인해 고등학교라는 위상을 잃지 않으려 이런 일을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을 반대한다. 컴퓨터는 거의 모든 업무에서 더 이상 떼어놓고 생각할수 없게 되었다. 따라서 학교에서부터 디지털미디어 이용법을 배우고 일종의 컴퓨터, 인터넷 면허증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