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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치매(만프레드 슈피처 지음

자기통제 VS 스트레스

디지털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삶은 끊임없이 '동시에 한다'는 특징이 있다. 컴퓨터로 정보검색을 하면서 음악을 듣고, 휴대전화메세지를 작성하면서 신문기사를 읽는다. 그 너머로 텔레비전이 켜져 있고, 유선전화기의 벨이 울린다. 학교숙제를 하면서 공책에 무언가를 적는 시간에도 디지털미디어를 함께 사용하거나 아니면 통화를 했다. 컴퓨터의 숙제를 할 경우에는 이 시간의 3분의 2 동안 다른 일도 동시에 처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기억하라. 여러 미디어를 동시에 사용하고 이로써 다수의 과제를 동시에 처리하는 것은, 많은 젊은이들의 정신적 삶에 커다란 영향을 준다우리의 뇌는 생물학적인 하드웨어로서 각각의 소프트웨어에 다시 말해, 우리 삶의 경험에 부단하게 적응한다. 즉 우리가 무엇을 체험하는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이 아니다. 모든 활동은 우리 뇌에 흔적을 남기고, 이 흔적들은 뇌의 미래의 기능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과제들과 함께 성장하고, 그래서 제어해야 할 것이 많으면 많을수록 제어는 더욱 더 중요해진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이는 부정적일 수도 있다.

 

왜냐하면 우리가 끊임없이 많은 것을 동시에 행한다면, 이는 쉬지 않고 변화하는 다양한 인풋들을 피상적 으로만 처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장기적인 집중적인 멀티태스킹을 통해 우리의 집중력을 훈련하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반대로 집중력 장애가 단련될 수도 있는 것이다. 멀티태스커들은 중요하지 않은 주변자극을 차단하는데 보다 큰 어려움을 겪으며, 기억된 사소한 자극도 잘 무시하지 못하고 하찮은 과제를 처리하는 데에도 덜 효과적이다. 자주 동시에 다수의 미디어를 사용하는 사람은 정신을 통제하는 데에도 문제를 보인다. 멀티태스킹을 때에 필요한 모든 정신적 능력에 있어 멀티태스커들은 비멀티태스커들에 비해 두드러지게 나쁜 결과를 보이고 있다. 우리는 여러 과제들 사이를 오갈 수 있고 또 이러한 것들이 효과적인 정보처리를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의견은 자기기만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멀티태스킹은 아무 의미가 없는 일이다.

 

다이어트를 위해 아이스크림의 유혹을 저항하기 위해 의지력을 동원한다. 이는 지금 즉흥적으로 하고 싶은 일을 다른 장기적인 목표 때문에 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무런 목표가 없다면, 하고자 하는 무언가를 억제해야  할 필요도 없다. 자기 통제에서는 언제나 반사행동의 억제가 중요하다. 주변의 다른 관심거리를 무시하는 것이다.  화를 밖으로 분출하지 않는 것이다. 외적 자극이나 내적 유혹에 대해 언제나 자기제어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피곤해서 혹은 술에 취해서 전두엽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을 때에는 자기통제력을 상실할 가능성이 높다. 모국어를 습득하는 데에는 수십만번의 언어경험이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아기들과 쉼없이 이야기 한다. 뇌는 녹음기나 하드디스크가 아니다. 그보다 우리 뇌는 많은 사람의 다양한 재잘거림을 통해 일반적인 단어와 일반적인 적용규칙을 흡수한다. 생물학적으로 뇌에 만들어진 언어센타는 학습과정을 통해 비로소 성인의 것으로 형성된다. 이러한 학습과정 없이는 우리는 말을 할 수 없을 것이고, 성인이 가지고 있는 언어센타도 형성하지 못했을 것이다. 다들 모국어는 거창한 도구 없이도 별도의 문법수업이나 지시 없이도 자연스럽게 학습한다. 이것은 걸음마를 배우는 것과 같다.

 

걷거나 말하기는 배워야 한다고 말하지 않아도 된다. 실패를 거듭하면서 몇주가 지난 후에 ‘이제 걸음마를 배우는 것을 때려 치울것’이라고 말하는 아이는 없다. 대화 역시 서너살 된 아이가 ‘이제 다시는 대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경우는 없다. 우리가 정말로 배우는 것, 즉 걷기, 말하기, 원하기는 반드시 스스로 배워야 한다. 어떤 놀이를 하는 것도 결국 자기통제 발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리의 의지 역시 걷거나 말하기와 다르지 않다. 자기통제 능력을 계발하는 데에도 적절하고 다양한 경험이 필요하다. 석기시대인들은 사냥꾼이자 채집가로서 살아남기 위해 지속적으로 통제하고 계획을 세워 생활해야 했다. 겨울에 불씨를 살리지 못하고 적시에 땔감을 구하지 못하면 얼어 죽었다. 사냥을 하면서 단 한순간이라도 집중하지 못한 사람도 굶어죽거나, 다른 포식자의 희생물이 되었다. 문제가 생겨 조언을 구하려는 사람은 현자를 찾아야 했다. 많은 것이 주어져 있지는 않았지만, 소수에 집중하면서 제대로 살아가는 법을 알고 있는 현자 말이다. 오늘날 삶과 비교하면 배고픈 사람은 냉장고를 연다.

 

추운 날이면 난방장치를 가동하고 무언가를 알고자 하는 사람은 인터넷을 검색한다. 외부 자극에 대한 반사작용을 억제하면서 다양한 행위를 놓고 계획에 비추어 비교할 필요가 없다. 청소년들의 정보검색은 대부분 무계획적으로 아무런 선택권 없이 마우스만 클릭하면 아주 쉽게 이루어진다.  사냥꾼과 채집가에서 대규모 공동체의 형성과 존재의 안전이 수반되는 농사꾼으로 전환되는 과정에는 많은 경험이 뒤따랐고, 이러한 경험들은 자기 통제의 발달로 이어졌다. 이와 동시에 사냥꾼과 채집가에 비해 훨씬 더 오랜 기간에 대해 계획을 세울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게 여겨졌다. 말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사람은 읽고 쓰지도 못한다. 사람들의 모든 욕구를 만족시키는 훌륭하게 조직된 사회가 자기통제의 발전에 미치는 영향도 이와 유사하다. 갑자기 우리가 무언가를 행할 수 있는 모든 기회가 사라진다. 그래서 기능하는 문화는 놀이를 발명해 발전시켰다. 놀이에서는 우리가 어떻게든 연습하게 되는 많은 것, 즉 듣기와 말하기, 서로에게 다가 가기와 상호적으로 무언가를 하는 모든 것이 연습된다. 이러한 놀이는 무엇보다 한가지 능력에 집중된다. 이 능력은 오직 놀이만을 통해서 연습되기 때문이다. 자기통제가 바로 그것이다.

 

어린이들은 유치원에서 함께 노래를 부른다. 이때 각자 자신이 마음대로 하고 싶은대로 노래를 부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행위를 잘 통제해서 다른 친구들과 어우러져 소리낸다. 매번 따라야 하는 규칙은 언제나 달라지고, 이로써 인지 유연성이 훈련된다. 움직임의 놀이는 자기통제의 훈련과 유사한 기능을 하며, 특정 규칙에 따라 진행되는 달리기 놀이도 마찬가지다. 축구놀이에서는 많은 규칙들을 제대로 따라야만 한다. 발달신경생물학적 관점에서 볼 때 유치원은 그야말로 순수한 전두엽 훈련장소이다. 그리고 정신적인 전두엽 활동의 경우 말하기나 계산하기가 아니라, 의지력이 중요하다. 온갖 행위들로 진행되는 계획적인 형상은 자기통제훈련 그 이상은 아니다. 우리가 그림을 그리면서 집중해 매달리면, 결국에는 나중에 다른 사람에게 자랑스럽게 보여줄수 있는 결과물을 얻게 된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 끝까지 매달리는 법을 학습하게 된다.

 

유치원에 다닐 나이에 스스로를 잘 통제하는 아이들이 자신을 장악하지 못한 아이들보다 나중에 학교나 대학, 직장에서 더 훌륭하게 생활한다. 어린시절을 스스로를 잘 제어했던 사람은 성인이 되어서 더 건강했고 돈도 더 많이 벌었으며, 사회적 추락이나 빈곤에 위협받는 경우도 훨씬 적었고 범죄성향도 적었다. 성실성이 생존에 매우 분명한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불성실한 사람의 사망률은 성실한 사람에 비해 두배나 높았다. 자기자신과 세상에 대해 성실하게 대하는 사람, 스스로를 통제하면서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더 잘 더 건강하게 더 행복하게 살 뿐만 아니라, 확실하게 오래 살았다. 한평생 자신의 감정을 더 잘 제어하는 사람은 삶을 더 잘 영위할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도 더 쉽게 어울릴 수 있다. 스트레스는 통제력 부족의 결과물이다. 스트레스는 객관적으로 정해져 있는 상황에 의해, 그 상황에 해당되는지 여부에 따라 받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각각의 상황에 대한 스스로의 통제력을 얼마나 체험하는지에 따라서 달라진다. 우리가 아무런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통제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되면, 이것이 만성스트레스를 유발한다. 우리는 통제력을 상실하게 되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스크린 앞에서의 수동적인 태도와 컴퓨터 게임을 통한 주의산만의 연습은 집중력 장애를 유발하는 것으로 입증 되었다. 전두엽은 특히나 감염되기 쉽고 피곤할 뿐아니라, 가령 혈당수치가 떨어질 때도 (일반적으로 식후 두시간이 지난 이후부터는 혈당수치가 낮아지기 시작한다)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다. 다른 곳으로 관심을 돌리게 하는 자극들을 더 잘 처리하는 사람은 이를 더 억제하지 못해서 쉽게 주의가 산만해질 수 있다. 또 많은 자극에 특별히 빨리 반응하는 사람들 역시 한가지에 잘 집중하지 못한다. 디지털 미디어는 자기 통제력을 떨어뜨리고, 이로써 스트레스를 유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