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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치매(만프레드 슈피처 지음

베이비 TV와 베이비 아인슈타인 DVD

어린이의 뇌는 아직 완성되지 않는 단계라서 무언가에 의해 학습되기 쉽다. 즉 어린이는 발전하는 동안에 매우 빠르게 학습하고, 스스로를 완성해 나간다. 과체중으로 이어지는 잘못된 습관으로 인해 인체는 인슐린 호르몬에 과민하게 반응한다. 인슐린은 췌장에서 만들어져 음식에서 나오는 에너지를 필요에 따라 체세포로 전달해주는 역할을 한다. 지속적으로 너무 많은 음식을 섭취하면, 지나치게 많이 분비되는 인슐린에 대해 둔감해지고 인슐린의 기능이 점점 더 떨어진다혈액내 에너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체는 더 이상 에너지를 공급받지 못하기 때문에 피곤하게 축 늘어지게 되는 것이다. 높은 혈당수치는 혈관, 눈, 신장 그리고 뇌까지 심각한 영향을 미쳐 결국 노인성 당뇨병 환자들은 일찍 사망하게 되거나, 수십년 동안 다른 합병증으로 고통 받는다.

 

우리는 어린이들이 스크린미디어 앞에서 매일 여섯 시간 가량을 보내게 되면, 운동부족으로 과체중이 될 수밖에 없다. 식품광고를 보게 되는데 광고에 나오는 식품 대부분이 건강에 좋지 않다. 과체중을 유발하는 것은 어린이를 겨냥한 텔레비전 광고이다. 어린이는 뭐든지 빨리 습득한다. 어린이는 광고에 나온 제품을 좋다고 생각하고 그 제품을 고른다. 미국에서는 평균적으로 생후 9개월부터 텔레비전을 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들중 90%가 만 두살을 넘기기 전에 이미 규칙적으로 텔레비전을 시청한다. 이에 상응하여 텔레비전 광고도 이 연령대를 겨냥하고 있고, 이로 인해 어린이들이 학교에 입학할 무렵 200개 이상의 브랜드명과 제품을 알게 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어린이는 비판적인 이성이 발달하지 않았다. 그래서 광고효과는 어린이들에게 아무런 여과 없이 침투된다. 매력적으로 소개되는 식품에 어린이는 익숙해지면, 거기에서 헤어나오기 어렵다. 어렸을 때 너무 뚱뚱하게 되면, 유기체가 온갖 만성질환으로 발전하게 될 충분한 시간을 갖는다.

 

우리의 육체만 영양분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정신도 마찬가지다. 영혼의 양식, 다시말해 우리의 정신이 받아들이는 정보들은 정신을 형성하고 성장시킨다. 그리고 여기에서도 잘못된 음식은 나쁜 결과를 초래한다. 텔레비전에서 폭력적인 장면을 많이 보여주거나, 컴퓨터로 폭력게임을 즐기는 사람은 보통 현실에서도 폭력을 자주 행사한다. 우리가 먹는 음식이 소화기관에 적합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정식적 음식과 맞아야 한다. 우리는 아기들에게 이유식을 준다. 그렇다면 아기들에게 맞는 정신적 음식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대부분의 부모들은 이런 생각을 한다. ‘ 우리 애는 한 살부터 제대로 된 장난감으로 올바른 자극을 받으면, 필요한 모든 것을 배워야 한다. 영유아 수영교실, 영유아 외국어 수업을 다녀야죠’  영유아용 텔레비전에 관해 ‘슈피겔 온라인’은 다음과 같은 기사를 보도했다. 몇 년전부터 텔레비젼 경제는 새로운 목표집단을 발견해냈다. 4-24개월 된 아기들이다. 이른바 베이비 TV는 어느덧 5억달러 규모의 산업으로 성장했다. 1970년대에는 아기들이 평균 4세가 되어야 비로소 규칙적으로 텔레비전을 시청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 나이가 4개월에 이른다.

 

미국에서는 거의 모든 2세 어린이가 규칙적으로 텔레비전은 물론 비디오까자 보고 있다. 1세미만 아기들의 시청시간은 하루 약 한 시간, 2세 아기들의 경우에는 한 시간 30분이 넘는다. 2세 이하의 어린이의 경우 스크린 미디어는 아예 시청하지 말아야 하고, 3세 이하 어린이는 하루 최대 한 시간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미국 소아과 의사들의 권고와는 완전히 상반되는 일이다. 많은 부모가 실제로 대부분의 시간을 털레비젼이나 컴퓨터 앞에서 보내고 있으며, 자녀들 또한 스크린 앞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많은 수의 부모가 자녀의 텔레비전 시청을 계속해서 유도하고 있다. 그래야 부모들이 다른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부모에게 텔레비전은 베이비시터로 이용되고 있다. 미디어만 있으면 자녀들이 안전하다고 다시말해 밖에서 놀지 않고, 집안에서도 말썽을 부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또한 여러 대의 텔레비전과 비디오 게임기, 컴퓨터가 있으면 형제자매 간의 다툼도 피할 수 있고, 부모 역시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시청할 수 있다. 부모들은 미디어를 사용하는 주된 이유로 어린이는 발전을 위한 적극적인 지원을 받아야 하고 또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3세이하 어린이들이 스크린 앞에서 보내는 시간은 그냥 잃어버린 시간이라는 사실을 명심해라. 2세 어린이가 텔레비전을 보는 것과 5세 어린이가 텔레비전을 보는 것은 다르다.

 

아기들은 생후 7개월-1년에 모국어의 음성을 학습한다. 이렇게 하려면 적절한 자극이 있어야한다. 아기들은 반드시 모국어를 들어야 한다. 들은 것과 본 것을 연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말하는 사람을 눈으로 봐야 한다보는 것은 들은 것을 분석하는데 도움이 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뇌가 활동한다. 무언가를 아주 정확하게 동시에 보고 들으면, 이것은 서로 연관성을 갖게 된다. 아기들의 뇌에서도 마찬가지 일이 이루어진다. 모국어 음성은 매우 잘 구분하지만, 모국어가 아닌 다른 언어에서 나오는 음성은 구분하지 못한다. 아기들은 모국어의 음성에 연결되어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자신들이 자주 인지하게 되는 것은 잘 알게 되고, 이 새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예 모르게 되는 것이다. 학습에 있어서 사회적 접촉이 매우 중요하다. 자녀 교육수준 향상을 위해 돈을 지불하는 부모들 또는 아기들을 위한 다양한 멀티미디어 서비스와는 현격하게 모순되는 것이다. 성장기의 아기들이 많은 시간동안 미디어에 노출되어 실제 생활이나 실제 사람들을 대할 때와는 달리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게 된다면, 이들은 전체적으로 학습량이 줄어든다. 교육을 위해 아기를 화면 앞에 앉혀 놓은 사람은 자녀의 정신개발에 부정적인 영향이 미치는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아기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잠으로 보낸다. 나머지 시간에는 젖이나 이유식을 먹고 목욕을 하는 등 보살핌을 받는다. 그리고 깨어있으면서 세상의 자극을 받아들이게 되는데 이 시간에 스크린 앞에 앉아 있게 되면, 이는 결국 매캐한 석탄 저장고에 갇혀 지내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영유아기에 학습을 빙자해 스크린 앞에 앉아 있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뿐아니라, 이후의 학습효과까지도 크게 저해한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연구결과가 이미 나와 있다. 부모가 아기들에게 매일 책을 읽어줄 경우에는 언어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드러났다. 유아용 텔레비전 프로그램과 유아용 DVD는 어린 아기들의 지능개발에 매우 유해하다. 성공적인 언어발달은 성공적인 교육과정으로 진입하기 위한 입장권과도 같은 것이다. 결국 언어발달에 문제가 생긴 사람은 자신의 삶에서 그 기회를 잡을 기회가 줄어든 것이다.

 

파페로는 40센티미터가 조금 안되는 키에 몸무게는 5킬로그램이 나가는 대화형 로봇이다. NEC가 베이비 시터용으로 개발한 로봇이다. 즉 인간의 파트너가 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아이폰으로 파페로와 접속하여 아이들과 대화할 수도 있다. 나는 어린이들이 유치원에서 배워야하는 가장 중요한 것, 즉 사회적 능력과 자기통제를 로봇을 통해 배울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늘 그러하듯 새로운 것이 무엇이든, 로봇도 어린이들에게는 잠시 재미있게 시간을 보낼수 있도록 해줄 뿐이다. 디지털미디어는 영유아의 학습과 정신적 발달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거액의 홍보비를 들여 거짓말을 퍼뜨리고 있는 것은 이렇게 하면 돈을 벌수 있기 때문이다. 텔레비전 시청은 사람들을 뚱뚱하게 만들고 비만은 건강상의 커다란 위험인자라는 것은 사실이다. 스크린미디어의 영향에 관한 실제 조사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그 부정적인 영향을 명백히 보여주고 있다. 우리 사회의 가장 작고 연약한 어린이들에 대해 이제라도 책임지고자 한다면, 텔레비전은 절대 좋은 베이비시터가 아니고 하물며 좋은 교사는 더더욱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