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dementia라는 단어는 라틴어de 아래로와 mens 정신에서 유래되었다. 정신적 추락을 뜻한다. 치매의 경우는 신경세포의 사멸 때문에 정신적인 능력이 감소한다. 우리는 다양한 연구를 통해, 신경세포의 사멸이 매우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지고, 또 이렇게 사멸되는 과정은 우리가 절대 주관적으로 인지할 수 없음을 알고 있다. 신경회로망은 신경세포의 70%가 죽었어도 전혀 눈에 띄지 않는다. 신경세포의 85%가 사멸하면 뇌기능이 현저하게 감소하지만, 그래도 아직 살아있는 세포가 있다. 90%가 파괴되고 나서야 비로소 신경회로망이 간신히 기능하게 되고, 그러다가 어느 순간 아예 기능을 멈춘다. 운동조절을 담당하는 신경세포의 질환인 모르부스 파킨슨병은 특수한 신경세포의 절반이상이 죽은 후에야 표출된다. 우리는 가장 치매의 가장 흔한 원인인 알츠하이머의 경우 처음에는 뇌의 극히 일부만 해당 되다가 나중에서야 전체로 확산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인지적 비축분'이라는 것이 있다. 인지적 비축분은 뇌가 퇴화에 대해 얼마나 잘 훈련되어 있는지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 해마는 새로운 기억 정보들을 형성하는 데 있어 핵심역할을 하고 알츠하이머 질병에 의해 초기부터 공격을 당한다. 해마의 기능이 감소하면 새로운 정보들은 더 이상 저장되지 못한다. 먼 과거에 대한 기억은 아직 보존되어 있지만, 반대로 새로운 사실과 사건은 더 이상 저장하지 못하는 것이다. 해마의 또 다른 특징은 바로 다른 모든 뇌부위와는 달리, 해마 자체에서 평생토록 신경세포가 자란다는 점이다.
대뇌피질 부위가 적절한 훈련을 통해 성장한다고 가정하면, 그 어떤 추가적인 뉴런도 형성되지 않는다. 기존 뉴런은 훨씬 더 커지는데 이는 뉴런의 특정부위가 두꺼워지면서 나무와도 같은 잔가지들과 함께 증대되기 때문이다. 대뇌피질의 성장은 새로운 뉴런이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기존 구조가 변했음을 뜻하는 것이다. 해마에서는 신경세포가 계속해서 전부하 상태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여기에 가령 스트레스와 같은 추가적인 부하가 주어지게 되면, 신경세포는 아주 쉽게 죽어버린다. 물론 이렇게 죽은 신경세포는 새로 자라는 신경세포에 의해 대체된다. 새로 형성된 신경세포들이 맡은바 역할을 수행하려면 반드시 기존 네트워크에 연결 되어야 하기 때문에, 이 신경세포들이 기능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뇌에 새로운 신경세포가 존재하는 것만으로 아무런 효과가 없다. 기존의 구조와 반드시 연결이 되어야만 비로소 전체 시스템이 기능하는 데에 기여할 수가 있는 것이다. 기존의 망과 연결되어 있지 않으면, 새로운 뉴런들은 몇주 지나지 않아 사멸한다.
새로 형상된 신경세포들은 어려운 과제들을 통해 제대로 부하(자극)을 받아야 한다. 현대의 뇌 연구에 따르면, 가장 좋은 뇌운동은 바로 가벼운 조깅이다. 이렇게 하면 새로운 신경세포가 형성 되는데, 물론 이 세포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지식을 단순히 곱씹고 있는 것만으로는 안된다. 개에게 먹을 것을 줄 때마다 종을 울리게 되면, 종이 울리기만 해도 입안에 침은 고인다. 이것은 조건반사이다. 학습반사에 불과한것으로서 신경세포의 생명유지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신경세포의 생명유지에 필요한 것은, 각 상황에서 변칙적으로 주어지는 신호를 기초로 한 특정한 맥락과 과거에 획득한 지식을 조합해 적절하게 행동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선행경험과 주변환경에 대한 지식 그리고 각 상황에서 인식되는 것, 가령 동료인지 적인지에 대한 판단을 근거로 하여, 미래를 의미있게 계획하게 된다. 이는 우리가 날마다 하고 있는 바로 그 일이다. 우리는 경험을 가지고 주변환경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며, 일상의 변화무쌍한 요구와 도전을 처리해 나가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는 지속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하고 행동하면서 끊임없이 다른 사람들과 조율해 간다. 우리 삶의 구석구석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일들이 새로 자란 뇌신경세포들의 생명을 유지시켜주는 것이다. 단순한 낱말 퀴즈보다 손자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면 된다. 손자가 없거든 빌려서라도.
방사선 치료를 받은 쥐들은 단순한 학습과정은 감당할 수 있었지만, 어려운 학습과정은 해내지 못했다. 동물은 생존이라는 단순한 기능을 하는 데에는 새로운 뉴런의 생성이 필요치 않다. 그러나 새로 형성된 세포가 성숙하게 되면 이 세포는 기존의 능력을 강화하고, 완벽하게 하는 데에 사용된다.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가리켜 '학습하는 것을 배운다'라고 한다. 화학요법으로 치료를 받은 암 환자들은 약효가 매우 뛰어난 의약품도 복용한다. 이로써 종양의 성장이 억제 되기도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지극히 정상적인 세포의 신규 형성까지도 억제된다. 환자들은 새로운 것을 베우고, 기억하려 애쓴다. 그러나 임상학적으로 화학뇌라고 불리는 정신적 부작용으로 인해 기억장애, 집중력 감퇴, 단어 표현의 애로, 학습의 어려움을 겪는다. 그러다보니 복잡한 상황에 대한 대처 문제 등을 겪는다. 즉 환자들은 예전과 변함없는 지극히 일상적인 능력에 대해서는 어려움이 없고, 계속해서 살고, 또 생존해 나갈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몰랐던 어려운 과제에 당면하게 되면 인지결핍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치매는 정신적 추락이다. 다른 추락과 마찬가지로 정신적추락도 높은 곳에서 떨어질수록, 추락하는 시간이 오래걸린다. 이 높이, 즉 정신적 능력은 훈련에 따라 달라지는 근육의 능력과 흡사하다. 정신적인 학습은 근육과 마찬가지로 정신적, 육체적 노력을 통해 자동적으로 이루어진다. 학습을 하면 시냅스, 그러니까 신경세포들 사이의 연결부가 변하고, 뇌의 능력은 증대된다. 그리고 새로운 사실을 저장하는 해마에서 새로운 신경세포들이 성장하면, 이 세포들은 제대로 부하를 받을 때에만 생명을 유지한다. 학습은 기존 뉴런의 하드웨어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 자란 뉴런의 하드웨어도 사용함으로써 새로운 뉴런들의 생명을 존속 시킨다. 교육은 사람의 건강을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의학계에서도 입을 모으고 있다. 정신적 건강뿐 아니라, 육체적 건강 모두에 해당되는 말이다. 그리고 정신적 건강은 육체적 건강에 의해서도 좌우되기 때문에 교육은 이중효과가 있는 것이다. 교육은 수많은 강요로부터 우리를 자유롭게 해준다. 교육을 받은 사람은 자기자신과 주변 환경에 대해 비판적으로 행동 할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바로 신경세포를 병들게 하는 스트레스를 줄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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