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 사이에 게임 중독자 수는 세배로 증가했다. 중독자의 대부분이 실직 상태의 젊은 남성들이다. 나 역시 운영하고 있는 울름대학교 정신병원에서 컴퓨터와 인터넷에 중독된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정보기술을 주도하고 있는 한국의 의사들은 이미 5년전에 '기억력 장애와 주의력 결핍장애, 집중력 장애는 물론, 감수성 약화를 겪는 어린이와 청소년이 점점 늘고 있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이러한 질병 양상을 '디지털 치매'라고 불렀다. 때로 나는 여러 단체들로부터 아무것도 모르면서 글을 쓰고 있다는 비난을 받기도 한다. 알코올 중독자는 알코올이 자신의 육체와 정신에 미치는 영향을 담당 의사보다 훨씬 더 모른다. 다른 중독질환이나 정신적 질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공정한 시각과 일정한 거리는 해당 사안을 어느 정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해주는 최상의 전제조건이다. 함께하는 사회, 미래, 자유, 다른 사람들과 이들의 실질적인 문제에 대한 보살핌, 그리고 비판능력이 있는 사람들의 자주적인 행동을 장려하고, 또 아직 그럴 능력이 없는 우리의 아이들을 위해그리고 환자들과 노인들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내가 할 일이다.
구글은 우리를 바보로 만들고 있는가? 디지털 미디어와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해 고민해본 사람이라면, 분명 이 모든 문제가 구글에만 있는 것이 아님을 알 것이다. 컴퓨터, 스마트폰, 비디오 게임, 텔레비전과 같은 디지털 미디어는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고 있다. 현재 미국 청소년들이 디지털 미디어 일일 사용시간은 약 7시간 30분으로 평균 수면시간보다 더 길다. 이는 8세에서 18세 사이에서 어린이와 청소년 2000여명을 조사한 결과이다. 나도 자식이 있는 부모이고 20년후에 '아빠는 모든 것을 알고 있으면서 왜 아무것도 않아셨어요?'라는 자식들의 원망을 듣고 싶지는 않다. 나는 몇 십년간 인간과 뇌, 학습과정 및 미디어에 대해 연구해 왔고 이러한 발전 과정을 아버지의 시각에서 뿐만 아니라, 뇌과학자의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다. 학문은 우리가 가진 최고의 자산이다. 우리 자신을 포함한 이 모든 세상에 관한 가장 진실하고 신뢰할 수 있는 지식을 향한 공동의 모색이다.
컴퓨터로만 학습한다는 것은 결코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왜 그런 것일까? 그리고 끊임없이 컴퓨터와 인터넷을 사용하는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네트워크가 내 집중력과 사고력을 무너뜨리고 있다. 내 머릿속은 이제 정보가 네트워크를 통해 전달되는 방법 그대로 적용되기를 기대한다. 신경세포들 사이의 변화하는 집합체로서 전기적 시그널을 뇌에 전달하여 뇌가 활동하도록 하는 시냅스는, 이제 사진촬영은 물론 영상촬영까지 가능하다. 지금은 학습과정을 통해 시냅스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직접 관찰할 수도 있다. 이렇게 뇌가 항상 학습한다면 디지털미디어를 사용하는 시간 역시 그 흔적을 남기게 마련이다. 뇌는 진화의 산물로서 오랜 세월을 거쳐 특정한 환경조건에 적응해 왔다. 오늘날 많은 문명화 질병이 과거의 생활방식과 현대의 생활방식 사이의 부조화 때문에 나타나고 있는 것처럼, 디지털미디어가 진화와 신경생물학적 부분에서 우리의 정신적 프로세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 또한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친척이나 친구, 지인들의 전화번호가 휴대전화기에 저장되어 있다. 이들과의 약속장소로 가는 길은 내비게이션이 알려준다. 공적, 사적 일정도 마찬가지로 휴대전화기나 PDA에 저장되어 있다. 뭔가 궁금한 것이 있으면,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된다. 그러면 사진이나 편지, 메일, 책, 음악 등 원하는 정보가 뜬다. 스스로 생각하고, 저장하고, 고민하는 것은 뭔가 뒤떨어진 것 같고, 오류처럼 보인다.어떤 주제애 대해 본인에게 직접 조사하는 대신, 네트워크를 통해 누군가에게 그냥 물어보기만 하는 사람은 자기가 왜 그 일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 것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직접 생각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우려 하는 것은 상당수 교사와 교수 조차 배운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학생이 전문가의 생각을 묻는 것만으로 전문가가 될 수는 없다. 지식의 본질을 자기 것으로 하고 비판적인 시각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의문을 제기하면서 파고들고, 퍼즐의 작은 조각들을 의미있는 하나로 완상해 나가는 것, 이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기 위해서는 반드시 직접 해봐야만 한다. 산이나 등정루트의 이름을 외운다고 해서 등반가가 될 수는 없다. 등반가도 필요한 지식이 있지만, 이 지식이 전부가 아니며, 이는 부차적으로 습득되는 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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