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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노인 심리학 정옥분 지음 (학지사)

사별 /비탄/ 애도

 상실은 우리 삶에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그 중에서 가장 큰 상실은 사랑하는 사람과 사별하는 것이다. 죽음은 죽는 사람뿐만 아니라 남게 되는 사람에게도 큰 고통을 안겨준다. 어쩌면 죽는 사람에게는 죽음이 고통의 끝이겠지만 남아있는 사람에게는 고통의 시작이 될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게될 때 우리는 사별 ,비탄, 애도를 경험하게 된다. 사별은 상실이라는 객관적인 사실로서 유족의 신분상의 변화를 뜻한다. 예를 들어 아내에서 미망인으로, 자녀에서 고아로의 변화를 뜻한다.  비탄은 사별에 대한 정서적 반응으로 충격, 무감각, 분노, 우울, 공허감 등 다양하게 표현될 수 있다. 애도는 사회 문화적, 종교적 관습에 의해 유가족들이 슬픔을 표현하는 행위를 말한다. 예를 들어 상복을 입고, 장례식에 참여하고, 삼우제 또는 사십구제 등의 애도기간을 지키는 등의 장례관습의 행위다.비탄과 애도의 차이는 비탄은 죽음에 따르는 정서적 반응이고, 애도는 문화적으로 승인된 표현이다. 전통적으로 애도 형식을 통해서 구조화된 방식으로, 사별과 비탄을 극복하도록 도움을 주었다. 그러나 오늘날  전통적 관습들이 많이 사라지면서, 유족들이 비탄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가치들을 많이 잃어버렸다.

 

배우자의 죽음은 스트레스 지수가 가장 높은 생활사건이다. 배우자 사별은 부부간에 강하고 오래된 유대관계를 가졌던 경우라면 더 큰 슬픔으로 다가온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음에 직면하면, 처음 얼마동안은 격렬한 슬픔에 압도되어 충격과 의혹의 상태에 빠진다. 종종 당황하고 넋을 잃으며, 혼란을 겪고 숨이 가쁘며, 가슴이나 목이 답답하고, 메스껍고, 공복감 등의 신체적 증상도 나타난다. 그리고 상실에 대한 분노와 고인의 생존시 더 잘 해 주지 못한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고인에 대한 그리움으로 고인이 살아있다는 느낌에 사로잡힌다. 고인과 대화하고, 신체적으로 접촉하고, 목소리를 들으며 한방에 있음을 느끼고, 심지어 눈앞에 고인의 얼굴이 보이기 까지한다. 고인에 관한 생생한 꿈을 꾸다가 갑자기 깨어나 그가 죽었음을 다시 느낀다.

 

시간이 지나면서 고인에 대한 강렬한 그리움과 슬픔의 감정은 약해지지만, 이제 고인과 다시 만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우울증, 절망감에 빠진다. 매사에 무관심하고 냉담한 반응을 보이며, 심지어 패배감마저 느끼기도 한다. 고인의 유품을 정리하면서 심한 고통과 그리움보다는 평온한 감정으로 고인을 회상할 수 있게 되고, 따라서 사람들을 만나면서 인간관계를 회복하고, 새로운 취미활동을 하거나 사회적 관계를 형성한다.

 

죽음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없는 어린이, 아동들도 비탄을 경험한다. 그들은 심리적으로 신체적으로 비탄을 표현한다. 잠자다가 오줌을 싸거나 손가락을 빠는 등의 퇴행적 행동을 보이며, 공격적 행동 떼쓰기 등이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반응이다. 학동기 아동이 부모와 사별하는 경우, 그에 대한 죄책감 또는 혼자된 부모를 보호하려는 욕구 등으로 표현된다.의존적인 성격을 지닌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불안 수준이 높고 좌절감을 잘 견디지 못한다. 이런 사람들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게 되면 심각한 우울증, 병적인 비탄에 빠지고, 그로부터 회복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비탄을 극복하도록 돕는 정신치료로서 사별한 사람이 슬픔과 상실감, 죄책감, 적대감 및 분노를 표현하도록 돕는데 초점을 맞춘다. 고인의 관계를 돌이켜 보고 그가 죽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며, 새로운 관계를 맺을수 있도록 격려해준다. 우리는 우리 자신이 이세상에서 살 날이 한정되어 있음을 깨달아야 하듯이, 우리가 사랑하는 이들에게도 언젠가는 죽음이 찾아온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장례는 고인과 가깝게 재내던 사람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고인의 명복을 빌어주고, 고인의 죽음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의식이다. 이 의식은 슬픔을 자유롭게 표현하도록 함으로서 비탄 과정을 용이하게 해준다. 장례의식 역할을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1.       사회적 역할: 사람이 죽으면 그 죽음을 통지하고, 관청에 사망신고를 하고, 호적에서 말소시키며 , 상속 등의 수속이 필요한데 이것이 사회적 역할이다.

2.       물리적 역할: 사자의 신체는 생명을 잃음에 따라 부패가 시작된다. 그러므로 시신을 땅에 묻거나 화장을 해야 하는데 이것이 물리적 역할이다.

3.       문화 종교적 역할: 사자의 영혼을 위로하고, 저승에서의 평안을 빌면서 사람의 영혼을 이승에서 저승으로 보내 주어야 한다.  이것은 이승에서 삶을 초월한 것으로 여러가지 종교의식이 이루어진다.

4.       심리적 역할: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은 주위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고 비탄에 빠지게 한다. 비통한 심정은 표출을 해야 치유되는데, 이러한 감정을 표출하는 수단이 장례인 것이다.

 

l       임종: 가족이나 가까운 혈족이 운명 했을 때 곁에서 지켜 보는 것을 말한다.

l       수시: 숨이 끊어지면 먼저 눈을 곱게 감도록 쓸어내리고, 몸을 반듯하게 한 다음 손과 발을 매만져 가지런히 한다.

l       발상: 초상을 알리고 상례를 시작하는 절차다.

l       부고: 호상은 상주와 의논하여 고인이나 상제와 가까운 친척과 친지에게 부고를 낸다. 부고에는 장일과 장지를 기록한다.

l       염습: 운명한지 하루가 지나면 시신을 깨끗이 닦고 수의를 입힌다.

l       입관: 염습이 끝나면 곧 입관한다.

l       성복: 입관이 끝나고 영좌를 마련한 뒤 상제와 복인은 성제를 한다. 성복이란 정식으로 상복을 입는다는 뜻이다.

l       발인: 영구가 집을 떠나는 절차다.

l       운구: 발인제가 끝난 뒤 영구를  장지나 화장장까지 장의차나 상여로 운반하는 절차다.

l       하관: 장지에 도착하면 관을 내려 관중에 넣는다. 하관 때 상주와 복인이 참여하되 곡을 하지 않는다.

l       성분: 상주의 취토가 끝나면 석회와 흙을 섞어서 관을 완전히 덮는다.

l       위령제: 성분이 끝나면 묘수 앞에 여좌를 옮기고 간소하게 제수를 차린뒤 고인의 명복을 비는 제사를 지낸다.

l       삼우: 장례후 삼일째 되는 날 첫 성묘를 하고 봉분이 잘되었는지 살피고 간단히 제를 올린다.

l       탈상: 상기가 끝나 복을 벗는 절차다. 탈상은 부모, 조부모, 배우자의 경우 별세한 날 로부터 100일 까지이고, 그 밖의 경우는 장례일 까지이다.

 

인생의 회고

 

죽음이 언제 어디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지 우리는 전혀 알 수 없다. 우리들 대부분에게 죽음은 우리가 선택하지 않은 시간에 그리고 선택하지 않은 방법으로 찾아온다. 죽음의 도래는 수태의 순간부터 시작되어 여로의 피할 수 없는 결말이다. 죽음이 다가올 때 사람들은 인생을 되돌아 보게 된다.

 

톨스토이 중편소설 이반 일리치의 죽음의 주인공은 자신이 죽을 병에 걸렸음을 알고 고통스러워 한다. 절망속에서 그는 자신의 고통에 어떤 의미가 있는가를 스스로 묻고 또 묻는다. 육체적 고통보다 더 괴로운 것은 자신이 죽어가고 있고 인생을 헛되이 보냈다는 것, 즉 아무런 목적 없이 살아왔으며 따라서 그의 죽음도 똑같이 무의미하다는 것이 점점 더 확실해 짐에 따라 느껴지는 정신적 고통이었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에 그는 자아 통합감을 이룰 수 있는 마지막 기회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게 해주는 영적 계시를 경험한다. 그는 죽음에 대한 막연한 공포에서 벗어나 원래 이런 것이구나.. 얼마나 즐거운가!라고 외치며 세상을 떠난다. 톨스토이가 문학 속에서 극화한  것은 현실에서 속에서도 사실임이 현대 사회과학자들에 의해 밝혀지고 있다. Victor Frankl은 제 2차 세계 대전 동안 숭요소에서 살아남은 정신분석가로 , 사람들이 인생을 의미 있는 것으로 느끼려면 자기 자신의 죽음에서 의미를 찾아야 된다고 보았다.

 

퀴블러 로스는 '죽음에 대한 인식은 개인의 성장과 인간 잠재력의 발달에 대한 열쇠'라고 하면서,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다음과 같이 말한다.

 

사람들의 삶이 공허하고 무의미한 삶이 되는 것은 부분적으로 죽음에 대한 부정때문이다. 만약 영원히 살 것처럼 살아간다면, 당연히 해야 할 일들을 미루기가 쉬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자리에서 일어나는 매일 아침이 마지막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이해할 때, 하루하루를 진실로 자기자신이 되고 다른 사람에게로 가까이 다가가는 그런 시간을 만들게 된다.. 인간의 존재에 대한 죽음의 의미를 이해할 때에야 비로소 정해진 운명에 따를 용기를 갖게 된다.

 

노인들이 지난 날의 사람들, 사건 및 감정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연스러운 경향은 인생회고 과정의 중요한 부분이다.인생을 되돌아 봄으로써 사람들은 새로운 시각으로 자신의 경험과 행동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소원했던 가족이나 친구와의 화해와 같은 미결의 과제를 끝낼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이러한 과제를 완수한 후의 완성감이 남은 여생을 마음 편하게 살아가도록해 줄수 있다.

 

노년기에 수행해야 할 발달 과업중에서 자신이 살아온 인생을 회고하면서, 나름대로 정리해 보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여겼다. 지금까지 살아온 자신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 지난 날 갈등과 죄책감을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갈등은 지금까지의 인생경험을 모두 통합하여 인정할 것인가 아니면 비참한 심정으로 노여워 하고, 절망감으로 삐질것인가 하는 것 사이에 있다. 자아통합을 이룬 사람은 노년을 동요없이 평온하게 보낼 수 있으며, 다가오는 죽음에 대해서도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반면 자아통합을 이루지 못하게 되면 인생을 낭비했다는 느낌, 이제 모든 것이 다 끝났다는 절망감을 경험하며,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불안한 죽음을 맞게된다.

 

인생회고 기법: 자서전 저술 및 녹음,  순례여행, 재회, 족보, 사진편지 및 기억할 만한 중요한 것들, 일생 사업정리(책,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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