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성인.노인 심리학 정옥분 지음 (학지사)

부모자녀 관계

노부모와 성인자녀와의 관계는 '효'라는 규범차원에서가 아니라, 호혜적일 때 갈등이 적게 되고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다. 이러한 호혜성은 갑자기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어린시절부터 부모자녀 간의 애정적 유대에 근거한다고 볼 수 있다. 부모와의 애착이 강할 때 그만큼 부모를 가깝게 느끼고 부모의 어려움이나 상태에 민감해진다. 부모자녀관계는 일생동안 상호간에 영향을 주고 받으며 도움과 의존이라는 역동적인 관계가 된다. 자녀가 성년이 되고 부모가 노년기에 이르게 되면  이들 관계는 역할 역전이 이루어져서 부모자녀 관계에서의 도움과 의존 균형은 뒤바뀌게 된다. 그러나 어느 한쪽이 도움의 제공자 또는 수혜자라고 단정 할 수는 없다. 오히려 여러가지 면에서 호혜적이다.우리나라 노부모와 성인자녀 관계에서 대부분의 노부모들은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한, 자녀에게 물질적인 혜택을 주고 자녀에게 어려운 일이 발생하면 정서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도움을 주고자 한다. 반면 자신의 노후부양을 자녀에게 기대하는 호혜적 관계이다.

 

가족 구성원 간에 이처럼 도움을 주고 받는다는 것은 노년기의 생활 만족도를 증가시키는 중요요인이 된다.  즉 노년기의 삶의 질은 객관적, 물리적 상황보다는 개인의 주관적 차원이 보다 중요한 변수가 되며, 가족으로부터 도움을 받을 것으로 인지할 수록 삶의 만족도는 높아진다. 특히 우리나라는 가족에 대한 가치를 높이 평가하는 문화이기 때문에 가족원의 지지는 어느 문화보다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개인들에게 사회심리적 안전성을 도모하는 기능을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는 형태가 직계가족이라 하였다.우리나라와 같이 외형상으로는 핵가족이지만 직계가족의 이념이 상당히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는 문화에서는 가족원 상호간의 지지는 노년기의 적응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노인 부양이 가족이므로 이를 근거로 현시대에 적절한 가족 부양체계를 계속 발전시켜 나가는 것은 노인세대의 건강과 직결된다. 독립을 중요시하는 서구 사회에서도 성인자녀로부터 경제적, 정서적 도움을 받는 것이 일반적인 경향이다.

 

동거나 별거의 문제와는 별개로 세대간의 관계는 노부모가 건강하고 활기찬 생활 동안에 가장 원만하다. 노인들이 병약해질 때 특히 정신적 쇠퇴나 성격 변화를 겪고 있는 경우, 이들을 돌보는 부담 때문에 양자의 관계가 위축되는 경우가 흔히 있다. 특히 딸이나 며느리들은 일반적으로 이러한 책임을 맡기 때문에 괴로움에 빠진다.  최근 노인들의 의식이 변화하면서 자녀에게 의존하기 보다는, 독립적으로 노후를 보내려고 하는 노인들의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노인들의 자녀와의 별거 희망률은 계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이처럼 독립적인 노년기를 희망하지만 평균수명 증가로, 대부분의 노인에게 의존적인 시기가 온다. 그러므로 모든 세대가 노인 부양문제에 대한 타협점을 찾는 일이 중요한 과제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이 지위를 성취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건이 남아 출산이므로, 모자관계는 가족내에서 가장 밀착된 관계로 형성된다. 결혼후 며느리의 존재는 이처럼 밀착된 모자 관계라는 아성에 대한 침범으로 볼 수 있으며, 그 결과가 고부 갈등으로 표현된다.전통 사회와는 달리 현대사회에서는 획득한 지위의 영향이 감소하였으며, 개인의 능력이 중시되고 있다. 자녀 세대가 경제적으로 독립함으로써, 주부권의 상징이던 광열쇠가 갖는 상징적 의미가 없어졌으며, 그 결과 시어머니의 권력은 감소하게 되었다. 동시에 경로효친 사상의 약화로 인해, 노인은 가정이나 사회에 부양부담을 주는 사회문제의 대상으로 인식되기 시작하였다.

 

우리나라 장남은 분가하여 핵가족을 이루고 살아간다 하더라도, 심리적으로 평생 부모를 떠나지 못한다. 여성은 출가외인 사상으로 인해 출생가족을 떠나,  생식가족에 전적으로 소속되도록 강요받지만, 남성은 생식가족과 출생가족이 분리되지 않은 채 평생 살아가게 된다. 자신의 출생가족과 생식가족 중간에 반쯤 걸쳐있는 상태로 결혼생활을 하는 남편과 , 생식가족에 집착하는 아내의 불협화음이 고부갈등의 심화요인이 된다. 고부관계의 문제는 전통적인 가족 윤리를 통한 해결방식으로는 더 이상 효과를 거두기가 어렵다. 그러나 한국가족의 위계상 며느리상의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일 수 있으며, 며느리 변화를 통해 시어머니의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친정에서는 출가외인, 남편으로부터는 자신의 생식가족에 충성하도록 강요받는 여성의 심리적 허탈감은, 자신이 낳은 자녀에게 집착하는 자궁가족이라는 기형적 가족 형태로 나타난다. 자신의 억울한 경험에 비추어 아들에 대한 집착을 초래하는 문제점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나머지, 우리나라 여성들은 아들에 대한 집착을 끊으려 노력한다. 그러나 대신 딸에게 집착함으로써, 아쉬움을 달래는 부모가 증가하면서 딸을 떠나 보내려 하지 않는 친정 어머니들이 많다. 분리되지 않는 모녀 관계는 여성취업률 증가와 맞물려 굳건한 관계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여성취업으로 인한 가사활동이나 자녀 양육문제, 여권신장으로 인해 처가와는 자발적, 친밀적 관계를, 시가와는 의무적 형식적 관계를 가지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모자와 사위간의 갈등이 증가하면서, 가정법률 상담소는 시가와의 갈등을 포함시켰던 상담항목에 1999년부터 장모와 사위 갈등을 추가했다. 장모와 사위 갈등은 장모의 심한간섭, 의존적 아내, 가부장적 남편의 의식 모두가 총체적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맞벌이 가족이 증가하면서 육아나 살림에 처가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장모의 간섭은 늘어나게 된다. 장모의 도움은 고맙지만, 사위들은 그러한 도움이 궁극적으로는 자신의 딸을 위한 도움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이로 인해 장모의 간섭이 심해지면, 장모와 갈등이 생기고 궁극적으로는 부부갈등으로 발전하게 된다.

 

부모와 성장한 자녀 세대간에 명확한 경계가 설정될 때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진정한 의미의 건강한 관계가 형성된다. 그러므로 부모는 성인자녀의 부부관계에 지나치게 개입하지 않고, 든든한 지원자로서의 역할만을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녀가 독립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건강한 현상이며 이를 계속 출생가족에 묶어두고 싶어하는 것은 또 다른 하나의 노욕이다.  부모가 청년기 자녀에게 줄수있는 두 가지 선물이 '뿌리와 날개'로 표현되듯, 성인이 된 아들 딸이 마음껏 날개짓 하면서 날아가도록 지켜봐 주고, 든든한 지지세력으로 남는 것이 중노년기의 중요한 발달과업이다.

 

손자녀의 출산으로 조부모가 된다는 것은 중요한 변화이다. 조부모는 부모보다 자녀양육경험이 많으므로 손자녀들에게 정서적인 안정감을 제공해줄 수 있으며, 손자녀에 대한 직접적인 의무감이나 책임감이 없기 때문에, 순수하게 애정적인 관계에서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다. 조부모는 지식과 지혜 그리고 관용의 원천으로서 손자녀의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조부모는 손자녀에게 노화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를 심어줄 수 있고, 조부모의 무릎 학교를 통해 문화가 전수되기도 한다. 손자녀에 대한 조부모로서의 역할을 통해, 조부모는 자신의 존재, 가치를 확인하고 상실감을 극복하며, 삶에 대한 의욕적인 자세를 가질 수 있다. 이 처럼 조부모의 존재는 손자들에게 중요하다. 그들은 지혜의 원천이고, 과거와의 연결자이며, 놀이 친구이고, 가족생활의 영속성을 나타내는 상징이다. 그리고 여성취업률의 증가로 점차 대리부모로서 역할이 증가하고 있다. 조부모와 손자녀와의 관계는 손자녀에게만 일방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노인인구 증가로 인한 노인 소외나 고립을 방지하는 긍정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형제 자매와의 관계는 가장 오래 지속되는 관계이며 나이가 들수록 훨씬 더 중요해진다. 어린시절의 경쟁심이 성인까지 지속될 수 도 있지만 대부분 형제 자매들은 서로 친밀감을 느끼며, 상호관계에 상당히 만족감을 얻는다. 일반적으로 노인들은  자녀나 손자녀와 다 가깝게 느끼고 도움을 많이 받지만 ,앞으로 점점 자녀를 적게 갖는 경향이 있으므로 노년기의 형제 자매관계는 정서적 지원과 실제적 도움의 원천으로서 보다 의미있는 역할을 할 것이다.

 

'성인.노인 심리학 정옥분 지음 (학지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죽음의 단계, 자살  (0) 2009.07.31
제 5부 인생의 마무리-죽음과 임종  (0) 2009.07.31
노년기- 부부관계  (0) 2009.07.30
노인의 심리적 문제  (0) 2009.07.30
성공적인 노화  (0) 2009.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