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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흔에 생의 걸음마를 배웠다.

다시 새로운 출발

돈이 뭔지 모르는 멍청이인 대가로 세상의 손에 따귀를 맞았다. 돈이란 늘 어떻게 되겠지 하고 생각한 나에게 그것은 당연한 일 아니겠니. 너는 왜 소설을 쓰고 있으며 왜 소설가가 되려고 하니? 그것은 적어도 돈과 무관한 일인지도 모른다.명예에 대한 유혹은 있을지 몰라도, 글로 부자가 되려고는 누구도 생각지 않을 것이다. 마흔에 가까운 시간까지 시를 위해 사랑과 노력을 바쳤는데, 내 인생이 쓰러지고 있는데 시는 나에게 아무것도 해주는 것이 없었다. 나는 그것이 억울했다.

 

이제 나의 어깨는 가벼웠다. 이세상에 내게 기대하는 사람은 그 누구도 없었으므로 홀가분하기도 했다막살아도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어찌 막살겠니? 죽어도 어머니는 내 가슴에 살아 있는데.. 나는 내 인생의 중대한 시점에 서 있다. 무엇인가를 새롭게 선택하지 않으면 나의 인생은 무너지고 마는 것이다. 내 인생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하겠니, 그것은 가족이었다. 내 아이들은 내가 무엇을 하더라도 그 어떤 발판을 만들어 주어야 하는 것이다. 누가 무엇을 양손에 쥐어주고 선택하라는 것이 아니었다. 아무도 없는 빈 허공 속에서 나의 선택은 이루어져야 했다. 그만큼 어렵고, 그만큼 외로웠고, 그만큼 두려웠다겸손 같은 건 내게 사치였다. 나는 매달려야 했고 달라고, 나에게 뭔가를 달라고, 애원하는 수밖에 다른 구원이 없었던 것이다.

 

주님 저에게 일을 주십시오. 저를 이 세상 필요한 인물로 만들어 주십시오. 그리하여 내 아이들이 아빠 엄마를 부끄럽게 생각하지 말게 하시고, 제가 능력껏 일해서 그들에게 꿈을 실현시켜 줄 수 있는 밑받침이 되도록 하여 주소서. 내 아이들이 돈이 없어 그들의 꿈을 중단하는 일이 없도록 간절히 빕니다. 제발 그 남자에게 새로운 터전을 만들어 주실 것을 믿습니다. 다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다시 한 남자가 될 수 있도록  제발 그 옛날의 든든한 아빠가 될수 있도록...

 

마흔이란 숫자는 도전보다 포기가 앞서는 그런 나이다. 나는 세상에 관심이 없었고 세상에서 무슨일이 일어나는지 모르고 살았다. 내가 언제 대학을 다녔으며 내가 언제 시인이었던가? 내가 언제 꿈이 있었으며, 내가 언제 인간에 대한 이상이 있었던가? 내 머리 위에 언제 푸른 하늘이 있었으며, 해는 정녕 날마다 떠오르는 것인지 나는 몰랐다. 그래서 길도 두려웠다. 모든게 낯설었다. 내집의 공간만이 편하고 불끄고 누운 내 방만이 내가 날 잊을 수 있는 곳이었다나의 무기는 이 믿음 하나 뿐이다. 입을 가진 모든 것에게 먹을 것을 주신다. 나는 궁핍하고 남루한 생의 새로운 발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마흔에 생의 걸음마를 배운 나의 새 생의  출발이었다.

 

아는 사람은 안다. 같이 사는 며느리가 가장 시어머니를 미워하지만 가장 사랑하기도 하는 것이다. 미움은 미움만이 아니다. 그 미움속에 사랑도 같이 자라는 끈질긴 식물. 그것이 인간의 감정이다나는 오래 침묵하고 있었다. 그냥 앉아 있는 것이 좋았다.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내가 보이기 시작했다. 나를 생각하는 푸른 시간의 명상이 나를 행복하게 했다.

 

그때 나는 쉰이었다. 어린 날에는 쉰은 성욕과 전혀 무관한 나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나에게 놀랐다. 남자라면 누구나 상대가 될 수 있다는 비릿한 생각이 한동안 나를 괴롭혔다. 어떤 생각이든 키우지 않으면 사라진다는 것을 알았다. 곧 그런 감정은 내 바쁘고 정신없는 생활속에 묻혀들고 말았다.  그러나 그것은 아주 중요한 감정이라는 것을 나는 안다. 살아있는 증거이며, 내가 다시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살아나기 시작했다는 불꽃이라 생각했다.

 

 

지금 내가 늙어 있다는 것이 좋아. 늙어 포기 할 줄도 알고 혼자 있는 시간을 데리고 살 줄도 알고, 누군가를 너그럽게 용서할 줄도 알고 늙은 것이 편할 때가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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