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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흔에 생의 걸음마를 배웠다.

결혼

세 살짜리 아이에게 아버지가 없어지고, 여든을 바라보는 어머니가 아들을 잃고 , 서른 다섯의 여자가 미망인이 된다는 것은 두려운 일이었다나는 자존심이 상했다.  누군가는 말하고 있을 것 같았다. '너는 망했다. 너는 끝장이다. 그래 너는 완전히 실패했다'. 그리고 놀랐다. 내게 자존심이 남아 있었단 말인가그렇게 거친 들길을 걸어오면서 자존심이 남아 꿈틀거린다는 것이 눈물겨웠다.

 

생각하면 인간은 참 어리석다. 나는 아직도 결혼이야말로 인생의 최대 성공이었다는 사람을 만난 적이 없다. 그래도 어제도 결혼을 하고,  오늘도 결혼을 하고, 내일도 결혼을 하며,  결혼의 주인공들은 모두 미래의 꿈에 부풀어 있을 것이다사람들은 결혼에 대해서 말하려 하지 않는다그것은 너무나 무겁고, 은밀한 생의 깊은 비밀이고 상처이므로 자신의 결혼에 대해 말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그러나 누군가가 말을 꺼내면 모두  '그래그래'하면서 정말 하지 못할 말들은 꼭꼭 숨긴채, 말해도 될 것들만 골라서 말하게 되는 것이다. 아니, 밀해도 될 것을 하기보다  남들과 비슷한 것들만 골라서 말하게 되는 것이다. 적어도 결혼에 대해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망측한 것들은, 말 못해 가슴막혀 죽거나, 아니면 피를 토하며, 겨우 말하는 것들은 빅뉴스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정말 결혼은 왜들 그렇게 비슷한지. 싸우고 어르고, 달래고 삐치고, 미워하고 안쓰러워하고, 꼴도 보기 싫다가 불쌍해지는 것은,  그것이 왜들 그렇게 비슷한지그러면서도 확실한 건 결혼에 대해 부정적인 결과론을 펴고, 또한 거의 후회하고 있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해야 하는 것이고, 만약 하지 않으면 집안의 불명예요, 개인의 엄청난 수치이기도 했다.

  

인생이란 너무 눈 부시게 살 필요는 없다오히려 눈에 잘 뜨이지는 않지만, 내용이 들어있는 삶을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그것은 결단코 남과의 비교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느끼고, 자신이 만들어 가는 것이다그렇게 스스로를 만들며 살아가고, 어딘가에서 빛을 만들며 사는 일, 그것이 아름다운 삶이라 수 있다튀고, 번뜩이고, 남들의 시선을 끌며 빛나는 총천연색의 인생은 좋은 삶이 아니다. 아주 평범하고 상식적인 삶이 가장 성공적인 삶이다. 결혼은 그냥 에 있는 것,  '우리'라는 말을 같이 사용하는 사람, 그 정도로만 생각하면 어떨까옆에 있는 사람이 목마르면 물 한잔 가져다주고, 몸이 아프면 같이 병원 가주고, 그런 정도. 사랑이란 단어보다 그냥 함께 하는 존재로 그냥 그렇게 말이다.

 

 세상에는 '죽음이 더 안식이겠구나' 하는 괴로운 시간들이 있다. 그러나 그런 시간도 다 흘러간다시간은 재촉할 필요가 없는  말 잘 듣는 아이 같이 시키지 않아도, 명령하지 않아도,  제 속도로 잘 가는 것이다. 행복한 시간도 흘러간다. 이 세상에 영원히 머무는 것은 없다살아있는 것도, 죽어있는 것도, 모든 것이 다 사라져 간다. 그토록 잽싸게 지나가기를 열망하던 그 시간들은 무표정하게 다 지나가 버리지 않았는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 이 또한 쉽게 지나가리라’   행복할 때는 오만을 잠재우기 위해 이 말이 필요하고, 불행할 때 견디기 위해 필요하다결혼의 꽃은 결혼식이 아니라,  신혼여행이라는 그 황홀한 그 며칠 간이 아닐까.  진부한 이야기지만 '사랑이란 쉽게 부식되는 빵이니 적절한 소금이 필요하고, 부식하지 않는 방법을 서로 찾는 것이 결혼'이라했던가.  소금은 결국 인내와 양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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