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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공부하는 이유 (사이토 다카시

책은 모든 공부의 시작이다.

나는 당신이 도서관에 자주 가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반드시 공부를하지 않아도 좋다. 눈길을 끄는 책이 있으면 구경하고, 다른 사람들은 어떤 공부하는지 엿보기만 해도 괜찬다. 그것만으로도 막연하게 '나도 공부해야 할텐데'라고 생각하는 것보다 더 자극받을 수 있다. 서점도 다양한 책을 직접 만져보고, 어떤 내용인지 살펴볼 수 있기 때문에 구경을 한 번 하는 것만으로도 좋은 자극이 된다. 책이 있는 공간, 공부가 있는 공간에서 잠깐 쉬는 것만으로도 공부 에너지가 충전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시간이 갈수록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이 많아진다. 책을 읽지 않아도 인터넷이나 뉴스를 통해 새로운 지식을 접할 수 있기 때문에, 사는 데 문제가 없다라고 말한다. 단지 새로운 정보를 접하는 것은 공부와 완전히 다르다. 정보를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생각하고 논리적으로 따져봐야 하는데, 인터넷 검색이나 뉴스로 접하는 정보들은 그런 과정이 없이 흘러가버린다. 어떤 새로운 사실을 접했을 때, 내 생각을 변화 시키거나 자극하지 않고 그냥 스쳐 지나간다면, 그것은 정보를 소비하는 것이다.

 

독서가 재미없고 딱딱하게 느껴지는 것은 자기와의 연결점을 찾지 못하게 때문이다. 좁게는 나와 관계가 있는 부분, 흥미를 유발하는 부분부터 찾아읽고, 그것과 연관되어 있는 책을 찾아 읽으며 영역을 넓히는 것이 좋다. 나를 중심으로 여러가지 책과 관계를 맺고, 다시 그 책들이 스스로 가지를 뻗어 넓혀간다. 이렇게 관계지도를 만드는 것은 나의 흥미, 고민, 생각과 연결점을 잇는다는 의미로, 그 만큼 독서의 재미가 극대화 되고 공부 효과도 커진다. 어떤 책을 읽고, 그 책의 가치에 대한 의문이 생기는 것은 작품과 나 사이의 거리가 너무 멀기 때문이다. 내가 공감할 부분을 찾기보다 평가하고 판단하려는 눈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작품의 진면목을 직접 느낄수가 없다는 것이다. 고전을 읽다보면 저자와 함께 세계관에 대해 깊이 고민해 보았다는 자부심과 나와 작품이 통하는 부분이 있다는 연대감을 느끼게 된다.

 

책을 읽을 때도 내 마음과 생각을 대변해 주는 것 같은 책이 있다. 먼저 현재 내 관심사와 관련이 있는 분야의 책을 다양하게 읽어본다. 책읽기에 재미를 붙이게 되면, 마치 감자를 캘 때 뿌리를 당기면 감자가 줄줄이 딸려 나오는 것처럼 읽고 싶은 책, 읽어야 할 책이 풍성해진다.  깊이 있는 독서를 하고 지적 호기심을 잃지 않고, 계속해서 자극할 수 있다.  처음에는 흥미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분야도 나의 관계지도와 연결이 되는 순간 적극적으로 알고 싶어진다. 고전에는 인간에 대한 통찰과 삶의 지혜가 담겨 있어서 인생의 조언자로 삼을 수 있고, 한 시대를 변화하게 했던 위대한 사상들이 어떤 맥락들을 바탕으로 나타났다가 시리졌는지, 어떻게 새상을 변하게 했는지를 배울수 있게 해준다. 고전을 읽을 때마다 읽는 사람의 상황과 조건에 따라 다시 새롭게 해석하고, 감동을 얻을 수 있다. 고전은 한두번으로는 다 알 수 없는 깊이를 가지고 있고, 몇 번이고 곱씹어 공부하고 음미할 수 있다.

 

고전은 어렵다. 원서 자체가 난해한 경우 번역이 매끄럽지 않아서 더 이해가 가지 않는 경우 배경지식이 부족한 경우 등등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좋은 해설서를 만나 내가 공부하기에는 너무 어려울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허물고 해설서가 아닌 원서를 읽고 싶다는 욕구가 셍긴다면, 그 독서는 성공인 셈이다. 우리는 작가와 그가 쓴 책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존경심을 가지고 있어서 비판적으로 책을 읽는데 취약하다. 그렇지만 세상에는 영원한 진리는 없으며, 저자 역시 얼마든지 논리적인 오류가 있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어떤 위대한 사람의 책이든 파고들어 비판적으로 보아야 한다. 무비판적으로 책을 읽어서는 공부가 되지 않고 재미가 없다. 중요한 가치를 실천하거나 진리를 탐구할 때는 나보다 뛰어난 사람이라고 눈치 보거나 우대할 필요가 없다.

 

배운다는 것은 타인을 만나 내 세계를 넓혀가고, 더 나은 자신으로 성장하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면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배움의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어떤 대화를 하느냐에 따라 배움이 될 수 있고, 의미없는 수다만 떨수도 있다. 두 명 이상의 사람이 대화를 나눈다는 것은 일방적으로 자기 생각만 이야기 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대화는 상호작용하기 때문에 상대방의 의견을 듣고 질문을 던지거나, 내 생각을 덧붙여 이야기하면서 내가 가졌던 생각이 변하기도 하고 갑자기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한다. 서로의 의견을 주고 받으며 생각을 자극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공부가 되는 대화다. 누구를 만나든 내가 상대방에게 혹은 상대방이 나에게 어떤 지적자극을 줄 수 있을지 호기심과 기대를 가지고 대화를 시작하면, 대화의 양상이 많이 달라질 것이다. 사람을 사귀는 동안에도 우리는 배우고 발전한다. 창조적인 자극을 줄 수 있는 관계를 많이 만들면, 나도 모르게 발전해 있을 것이다. 효율적으로 토론을 마치는 것보다 어디에도 생각할 수 없었던 창의적인 생각들을 이끌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어디서 어떤 대화를 나누든, 이 사람과의 짧은 만남이 내 인생을 바꾸는 공부가 될지도 모른다는 마음으로 살아가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