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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공부하는 이유 (사이토 다카시

어리석은 질문은 없다.

질문에는 내가 생각하는 과정이 담겨 있으며, 질문에 답을 하는 동안 논리를 점검해 생각하는 힘을 키울 수 있다. 소크라테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아니 그래서 결론이 뭐야?’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일반적인 대화 양상에 비추어 보면, 결론 없이 대화가 끝나버렸고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그대로 남아있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결되지 않고 끝난 문제, 이것을 ’아포리아‘라고 한다. 그리스어로 통로가 없는 뜻이다. 그러나 소크라테스에게 중요한 것은 해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진리를 추구하는 그 과정 자체에 있었다. 즉 우리가 무심코 말하는 생각, 으레 그러려니 하고 넘기는 문제들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질문을 던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답을 구하려는 의지가 더해졌을 때, 거기에서부터 생각하는 힘이 길러진다고 보았다. 질문을 던짐으로써 스스로 생각을 하게 되고, 그게 배움의 시작인 것이다.

 

생각하는 힘을 키우고 싶다면 의식적으로 질문을 던지는 연습을 해보자. 유대인들이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제일 먼저 하는 말이 '오늘 선생님께 무슨 질문을 했니?'라고 한다. 학교에서도 좋은 질문을 하는 학생이 훌륭한 학생으로 평가받는다. 일방적으로 지식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토론과 질문으로 스스로 묻고 스스로 답하며, 공부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생각하는 법과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는 법을 배운다. 미국 명문 사립고등학교 필립스 엑시터 아카데미는 원형탁자에서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 유명하다. 원형탁자에 둘러앉아 모든 사람이 질문을 던지고, 자유롭게 의견을 말하며 수업을 한다. 이 학교는 수학은 물론 과학, 문학 시간에도 토론식 수업을 할 정도로 토론이 수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토론은 질문을 하고 답하는 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데 매우 효과적이며, 여러 사람이 함께 소통하며 지식을 나눌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또한 혼자 공부할 때 빠질 수 있는 함정이나 독단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고, 참여자들이 자극을 주고 받으며 공부에 대한 열정을 키울수 있다. 우리가 TV토론을 보면서 어떤 결론이 이미 자기 안에 있고 자신이 더 옳다는 것을 주장하는 식으로 전개된다. 이런 토론은 일방적인 설명에 불과하다. 상대의 의견을 들으려고 하지도 않는다. 상대로부터 어떤 자극을 받아 자신의 생각이 달라지는 일은 상상도 수 없다. 스스로 탐구하고 생각하는 힘을 키울 수 있게 만드는 토론을 하고 싶다면, 지켜야 할 원칙은 무엇이 있을까?회사에서 토론을 하는 것을 지켜보면 말로는 누구에게나 발언권이 있다라면서도, 나이와 직급을 철저하게 배제하지 못한다. 우리 토론 문화는 매우 소극적이고 폐쇄적이다. 토론에 참여하는 사람은 이성적인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야 한다. 정리된 언어로 논리적으로 주장을 펼치고, 상대방의 주장 역시 철저히 논리적인 면에서 비판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 상대방을 설득하는데 감정이나 편견, 관습적인 생각이 동원되어서는 안된다.

 

제대로 토론을 하기 어려운 이유는 논리가 아닌 감정을 내세우기 때문이다. 우리가 토론을 하는 과정을 자세히 보면, 상대방의 말은 듣지도 않고 오로지 자기 의견만 내세우면서 한마디라도 덜 하면 지는 것처럼 달려드는 경향이 있다. 토론은 승부를 겨루는 게임이 아니다. 토론의 목표는 그것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함께 짚어가며,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누가 옳고 그른 것인지를 따지고 나보다 지적 수준이 더 높은 사람앞에서 항복하는 게 아니라, 오로지 진리인가 아닌가의 영역에서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공부하는 습관을 들여놓으면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공부하는 시점이 온다. 공부할 때 자기나름의 규칙을 만들지 않으면, 계획이 흐지부지 된다.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기거나 공부를 방해하는 일이 생겼을 때, 어떻게 할 것인지 결정할 수 있는 기준이 없어 의지가 흔들리고 공부가 잘되지 않는다. 내가 말하는 규칙은 아주 거청한 것이 아니다. 공부를 재미있게 하기 위해서, 쉽게 포기하지 않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라면 어떤 것이든 좋고, 사소한 것이라도 상관없다. 규칙을 자꾸 반복해야 몸에 배서 습관이 되기 때문에 실천하기 쉬운 것부터 정해서 자꾸자꾸 반복해야 한다. 인생을 변화시키고 싶다면 먼저 공부습관부터 들여놓자. 밥을 먹고 난 뒤에 이를 닦는 것처럼 공부가 자연스러운 습관이 될 때까지 조금만 의식적으로 노력하면, 그 뒤로는 크게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몸이 먼저 움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