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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노인 심리학 정옥분 지음 (학지사)

직업과 은퇴

 일은 사람에게 정체감과 자아존중감을 부여해주므로  일생동안 종사했던 일로부터 떠난다는 것은 개인의 정체감이나 역할상실 측면에서 상당히 적응을 필요로 하는 사건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오늘날과 같이 일에 높은 가치를 두는 사회에서, 자신이 원하지 않는 시기에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직업으로부터 물러난다는 것은 하나의 위기라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은퇴에 적응해 나가는 것은 노년기의 또하나의 발달 과업이라 볼 수 있다. 프로이드는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두가지는 '일하고, 사랑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그만큼 일이라는 것은 인간의 삶에 의미를 부여해 주는 중요한 사건이므로, 일로부터 떠나게 되는 은퇴는 누구에게나 상당한 적응을 필요로하는 사건이라 볼 수 있다.

 

현대화 이론에 의하면 사회가 현대화 될수록 노인의 지위는 낮아지는데, 이는 노인은 기술이 시대에 뒤지고 전반적인 교육, 업무능률이젊은 세대에 비해 떨어지기 때문에, 생산활동에서 자리 지키기가 어려워지고 이로인해 노인의 사회적 지위가 약화된다는 것이다. 사회가 산업화되면서 기계화나 자동화 비율이 높아지게 되고, 그 결과 종전에 사람이 하던 일을 기계가 대신하게 됨으로써 종전에 비해 노동인구의 필요성이 감소하게 된 것이다. 이로인해 경쟁이 심화되고 작업의 효울성이 떨어지는 고령자들이 작업현장에서 밀려나게된 것이다.

 

Havighurst는 개인의 삶에 있어서 일이 수행하는 다섯가지 기능을 다음과 같이 지적하였다. 첫째 일은 개인의 생존에 필요한 수입, 경제적 보상을 제공해 준다. 둘째 일은 개인에게 특정 시간동안  특정 장소에 있을 것을 요구하기 때문에 생활에 규제를 가한다.  즉 일은 사람들로 하여금 언제, 어디서, 어떻게 시간을 보낼 것인지 결정하게 한다. 셋째 일은 개인에게 정체감을 갖게 해준다. 일을 통해서 자신을 발견하게 해준다. 넷째 일은 사회적 관계의 기반이 된다. 사람은 일을 통해서 인간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다섯째 일은 의미있는 생활경험을 제공한다. 개인은 일을 통해서 외부세계와 상호작용을 하게 되며,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받아들이게 되어 생활경험을 더욱 확장한다.

 

현대사회에서 은퇴는 그 시기에서 차이가 있으나 누구나 경험하게 되는 일종의 통과의례라 볼 수 있다. 은퇴는 단순히 경제적인 차원 뿐만 아니라, 대부분 산업사회에서는 은퇴의 시점을 노년기의 시작으로 보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그러므로 은퇴 이후의 적응을 돕고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 하기 위하여, 개인적 차원의 준비와 사회적 차원에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은퇴는 한평생 일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휴식기간이며, 자신의 내면 세계를 풍요롭게 하고 자신이나 가족 이외의 여러곳에 관심을 쏟을수 있는 긍정적인 시기로 볼 수 있다. 일생동안 가족을 위해 부양자로서 역할을 충실하게 하기 위하여 일에 몰두해왔던 사람들은 은퇴 이후 많은 시간들을 자원 봉사와 같은 사회활동으로 전환 할 수 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한 개인의 생산성 개념을 보다 확대시켜 나가며 생의 의미를 찾게 된다.

 

은퇴 이후 4고를 가난, 질병, 고독, 역할상실이라고 한다. 은퇴로 인해 노인들이 직면하는 가장 어려운 문제는 경제적인 문제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까지 사회보장 정책이 정착되지 못한 실정이어서, 은퇴로 인한 심각한 경제적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정년으로 인한 수입감소, 사회보장제도의 미흡, 자녀에 대한 과다한 지원, 재취업의 어려움 등이다. 경제적 문제 이외에도 당장 할 일이 없다는 것은 노년기의 심리적 적응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된다. 남성은 여성에 비해 역할 상실에서 보다 심각한 문제를 경험하게 되는데 이는 사회적 역할 상실이 가족이나 친지에 대한 역할 상실에 비해 그 정도가 훨씬 강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중년이후의 남성들은 자신의 직장을 한낱 생계를 위한 수단으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모든 것으로 생각한 나머지 심지어는 개인의 사생활도 포기한 채 직업에만 전념하는 문화에서 생활해 왔기 때문에, 직장을 떠난다는 것은 일생 일대의 크나큰 사건이 아닐 수 없다. 그러므로 은퇴는 단순히 경제활동 인구에서 부양인구로의 전환보다도 더 큰 존재 의미의 상실을 유발한다고 볼 수 있다.

 

일생을 통해 인간에게는 역할상의 변화는 있을지 모르지만 역할은 지속된다. 학창시절 학생으로서 역할이 있다면,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을 하게되면 사회인 혹은 직장인으로서의 역할이 존재하게 된다. 그러나 노년기에는 직업에서 은퇴하였기 때문에 기대되는 사회적인 역할이 없으며, 역할의 단절이 일어나게 된다. 직업세계를 떠나 자신의 정체감의 중요한 부분을 포기한다는 것은 심리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다. 직업역할의 상실은 개인의 심리적 적응에서 문제를 초래하기도 하지만, 가족내의 또다른 역할 갈등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은퇴 이후 부부가 함께하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서로 친밀감을 나누고, 공통의 관심사나 취미생활을 하면서 즐거움을 느끼고, 위안이 되기도 하지만, 하루종일 나가 있던 남편이 이제 매일 집에 있음으로서 아내가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부부간의 긴장을 초래하기도 한다. 은퇴는 신체적, 정신적인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은퇴 자체로 인해 건강이 악화되는 것은 아니지만 은퇴 이후의 불규칙한 생활습관이나 역할의 단절, 수입의 감소는 신체적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적 건강에도 문제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은퇴생활 준비

1.     경제문제, 건강문제, 여가문제, 주거문제 등과 같은 문제에 대해 다양한 정보를 수집한다.

2.     은퇴후 생활에 대해 주위 사람들의 경험을 들어보고, 자신이 결정하고자하는 상황에 대해 자세히 털어놓고 자문을 구한다.  그리고 주거문제, 연금관리, 부동산관리 등 전문분야는 전문가와 상담한다.

3.     은퇴후 소득,  건강관리 등에 대해 목표를 설정한다.

4.       은퇴후 계획을 은퇴 전부터 조금씩 시도해 본다.

5.       이러한 계획들을 그때그때 변하는 주변환경, 경제적 여유, 가족사항에 비추어 종합적으로 검토해 보고 수정보완하여 은퇴생활에 대한 준비를 완료한다.

 

통계층의 2006년 가계시장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가구당 평균 총자산은 2억 8112만원으로 나타났는데, 문제는 이들 자산의 60% 이상이 부동산이라는 점이다. 우리나라 국민의 상당수가 집 한채에 노후생활을 의존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택가격이 급격하게 하락할 경우 심각한 문제가 예상되므로 퇴직을 재도약이나 인생 후반부의 시작으로 인식하고 은퇴생활에 대한 준비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여가활동은 건강증진, 사회적 접촉과 사귐의 기회증진, 사기와 생활 만족감 증진, 신체적.정신적 생활 만족감 증진, 자기 가치성과 자기 유용성 확대, 자립성 향상이 이루어지고 특히 의미 있고 즐거운 삶을 얻을수 있도록 노년기의 여가활동이 계획되어야 한다.노인들의 취미활동은 TV시청(69.9%), 라디오 청취(52.3%), 바둑. 장기. 화투 등 놀이(27.1%) , 산책 ( 20.1%)및 여행(18.8%), 독서(12.8%)순이며 그 밖의 취미활동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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