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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지리학 (하름 데 블레이, 유

아프리카에 희망은 있는가? (1)

아프리카란 광활한 사하라 이남에 놓인 진짜 아프리카를 말한다. 아프리카의 다양한 민족과 변화무쌍한 문화, 인류의 거울인 멸종 위기의 영장류들, 신생대 제3기 초기와의 연결고리인 사라져가는 야생동물에 비길만한 것은 전세계 어디에도 없다. 아프리카가 미국의 주목을 받는 것은 주로 내전, 보건상의 위기, 자연재해, 테러공격이 일어날 때이며, 다른 지역처럼 긍정적인 발전으로 주목받는 경우는 흔치 않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는 호미니드의 고향이자 인류의 요람이며, 인류최초의 공동체가 출현한 무대이자 최초의 문화가 꽃핀 현장이다. 또 인류가 최초의 도구를 만들고 최초의 언어를 말한 장소이며, 인류 최초의 예술적 표현이 공연된 극장이기도 하다. 바로 이곳에서 플라이스토세의 변이가 일어나 우리 조상들이 유라시아와 세계로 퍼져나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의미의 아프리카는 대중의 뇌리에서 대부분 잊혀져 있다. 이상적인 자연경관은 동아프리카를 떠났을지 몰라도 아프리카는 우리를 떠나지 않은 것이다.

 

우리는 극단적인 빈곤이 인간의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알고 있다. 너무 가난해서 잃을 것 조차 없는 사람들에게 자기 운명을 무제한 수용하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아프리카의 농부, 가구장인, 다이아몬드 연마기술자, 의사들이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지만,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세계에서 자신의 능력을 입증할 기회 뿐인데, 세계는 그들과 아프리카에 여러모로 등을 돌리고 있다. 소득 수준부터 식생활, 영아사망률, 기대수명, 보건, 문맹률까지 여러 기준을 조합해 보았을 때,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는 세계에서 가장 궁핍한 지리영역이다.  오늘날 아프리카와 아프리카인들은 지구 다른 곳에 닥친 재난과는 달리, 수천년전부터 시작된 재난이 장기간 업치고 겹치면서, 그 여파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 비아프리카인들이 이 지역에서 눈길을 돌리는 이유는 희망을 볼 수가 없으며, 미래가 좋아지기는 커녕 더욱 나빠질 것으로 추측하기 때문이다. 자유무역의 승자들은 세계시장에서 아프리카 농부들의 기회를 차단 하고 있다. 만약 그들이 자국 농민에게 지급하는 보조금을 끊는다면, 아프리카 경작민들에게 수천억 달러가 돌아갈 수 있다.

 

약 1만 8000년전부터 시작된 위스콘신빙기 후반의 극단적인 추위에서 풀려나, 다시 1만 2000년전에 시작된 신 드리아스기의 짧고 혹독한 추위를 거친 후 비로소 홀로세에 접어들었을 때, 빙하의 바깥쪽 가장자리와 열대 위도 사이에 몰려있던 기후, 식생지대가 극지대 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이 이동은 아프리카에 중대한 영향을 끼쳤다. 유럽이 꽁꽁 얼어 있는 동안 온난습윤한 기후가 오늘날의 사하라 지역으로 내려와 이 지역에 우거지고 개울이 흘렀기 때문이다. 적도 아프리카는 지금보다 상당히 서늘했고 적도 열대우림 대신에 사바나가 펼쳐져 있었지만, 이제 기후가 온난해지면서 열대우림이 팽창하기 시작했다. 세월이 흘러 나일강 하류의 분지에서 이집트문명이 발생했고, 사하라지역은 점점 건조해져 지금부터 5000년전에는 지중해와 열대 아프리카 사이에 광활한 자연장벽을 형성하기에 이른다. 결국 이집트와 에티오피아, 모로코와 가나는 수천마일에 걸쳐 사람이 살 수 없는 바위와 모래로 분리된 별개의 세계가 되었다. 가공할 사하라 사막이 장벽을 이루고, 그 변두리의 사헬지역이 인접한 허약한 생태계로 주기적으로 침투해 들어오면서 아프리카는 지역적으로 파편화되고, 인구위기에 취약해졌다. 그리고 북부 아프리카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로 분리되었다.

 

호모사피엔스는 9만년전에서 8만5000년전 사이에 홍해 남단을 거쳐 아프리카로 이주하기 시작했다. 중동과 유라시아에서는 소와 염소와 기타 동물들을 가축화 했지만, 아프리카의 동물상은 가축으로 길들이기에 너무 사나웠던 것이다. 아프리카 적도 저지대의 열기와 습기는 아프리카인의 삶에 또 다른 위협을 제기하였다. 바로 말라리아, 황열병, 수면병 같은 수많은 질병들이었다. 2004년 현재 전세계에서 보고된 에이즈 사례의 70%, 그리고 사망자의 75%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 존재한다. 기대수명이 떨어지고 있으며, 에이즈로 인해 아프리카에서 2000만명의 고아가 발생할 것이다. 아프라카 주민들의 건강상태가 세계 다른 지역에 비해 떨어지는 현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 과거 무수한 세대동안 죽 그랬다. 아프리카의 경우 무슬림 신앙은 통일을 이루고 국지적 신앙체계를 일소하며, 아프리카인의 시선을 메카로 돌려놓았다. 하지만 이슬람 침투가 부분적으로 불완전 했기에 아프리카를 분열시키는 결과도 초래했다.

 

서아프리카의 기니에서 부터 동아프리카의 에티오피아와 소말리아-케냐 국경까지 뻗어있다. 이 선은 아이보리코스트의 한 가운데를 둘로 나누고, 나이지리아를 거의 절반으로 분리하며, 차드와 수단을 파편내고, 에티오피아의 오가덴 지방을 가로질러 잘라버린다. 이런 상황은 사회, 정치적으로 중대한 함의를 띤다. 이 선은 아랍과 아프리카 사이, 아랍화된 아프리카와 기독교 혹은 애니미즘을 믿는 아프리카 사이를 전쟁으로 몰아넣어 수백만의 인명을 희생시켰다이슬람은 대상을 통해 서아프리카에, 배를 통해 동아프리카에 도래했다. 많은 이들이 메카로 가는 길 혹은 돌아오는 길에 주저앉아 정착했고, 나이지리아부터 수단에 이르는 넓은 지역에 자신들의 문화를 심었다. 남쪽으로 진군하던 이슬람은 아프리카인의 저항과 기독교 유럽의 간섭으로 주춤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