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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란 무엇인가? (E.H. Carr, 김택)

역사에서의 인과관계(1)

 누구든지 과거의 사건이 왜 일어났는지 알려고 하지 않으면서도 그것에 관해서 읽거나, 심지어 쓸 수 있고 혹은 제2차 세계대전은 히틀러가 전쟁을 원했기 때문에 발생했다고 말하고는  만족스러워할 수도 있는데, 그  말도 만큼은 사실이기는 하나 아무것도 설명하지 못한다. 역사의 연구는 원인에 관한 연구이다. 역사가는 끊임없이 '왜'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렇기에 어떤 대답을 바라는 한 그는 쉴 수가 없다. 몽테스키외는  ‘로마인의 위대함과 성쇠의 원인에 관한 고찰’이라는 책에서 ‘ 모든 군주정에 작용하여 그것을 우고, 유지하고,  전복하는 도덕적인 또는 물질적인 일반 원인들이 있다’는 원칙,  그리고  '발생하는 모든 것은 이 원인들에 좌우된다‘는 원칙을 자신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그는 몇년뒤 법의 정신에서 ’우리가 이 세계에서 보고 있는 모든 결과들이 맹목적인 운명의 산물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는 것이었다. 인간의 행동은 사물의 본성에서 유래하는 어떤 법칙이나 원리를 따른다'는 것이었다.  그로부터 200년동안 역사가들과 역사철학자들은 역사적 사건의 원인과 그것을 지배하는 법칙을 발견함으로써, 인류의 과거의 경험을 체계화하려는 일에 열심히 매달렸다.

 

어떤 사람들은 역사에서의 원인이라 하지 않고, 설명이나 해석, 상황논리나 사건의 내적논리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사건의 원인을 제시하지 않을 수 없을 때,  역사가 실제 어떤 일을 하는가?  원인의 문제에 대한 역사가의 연구방법의 첫 번째 특징은 대체로 동일한 사건에 대해서 여러가지 원인들을 제시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진정한 역사가라면 자신이 수집한 원인들의 목록을 앞에다 놓고서 그것을 정리해야 한다든가, 그들 간의 상호관계를 정립한다든가. 아니면 어떤 원인이나 범주의 원인들이 결국에 가서는 즉 모든 원인들의 원인으로 간주 되어야 하는지를 결정해야 한다는 직업적인 강박감을 느낄 것이다.  역사가가 어떤 사람인지는 그가 이끌어내는 원인을 통해서 알려지게 된다. 역사가는 자신의 연구를 확장하고 심화시킴으로써 '왜?'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점점 더 많이 끊임없이 축적한다.

 

나는 결정론이란 모든 사건에 하나 또는 여러가지 원인들이 있고, 그 하나 또는 여러가지의 원인들중에서  무엇인가 달라진 것이 없다면,  그 사건은 다른 식으로 발생할 수 없을 것이라는 신념이라고 정의한다.  세계가 우리에게 인과법칙을 부여한 것은 아니지만, 그러나 그 법칙은 어쩌면 우리가 우리 자신을 세계에 적응시키기 가장 편리한 방법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 법칙은 옛날에는 자연현상이 분명히 신의 의지의 지배를 받는다고 보았기 때문에, 그 현상의 원인을 탐구하는 것을 불경스럽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있었다.인간의 모든 행동은 그것을 고찰하는 관점에 따라 자유롭기도 하고, 동시에 결정되어 있기도 하다는 사실이다. 정상적인 성인이 자신의 인격에 도덕적으로 책임을 지는 것은 사회생활의 한 조건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특수한 경우에 그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지 묻지 말아야 하는지는 여러분이 실제적으로 판단해야 할 문제이다.

 

보통사람과 마찬가지로 역사가도 인간의 행동에는 원칙적으로 확인될 수 있는 원인이 있다고 믿고 있다.  이러한 전제가 성립되지 않으면, 일상생활과 마찬가지로 역사도 불가능할 것이다.  이러한 원인을 연구하는 것이야말로 역사가의 특별한 기능이다역사가들은 때때로 어떤 사건을 필연적이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그럴때 그 말은 사람들이 그 사건에 대해서 기대하도록 이끄는 여러 요인들의 결합이  엄청나게 강력했다는 뜻일 뿐이다.  사건이 다르게 발생했다면 그것에 선행하는 원인도 달랐어야만 했을 것이라는 형식논리적인 의미에서가 아니라면,  역사에서 필연적인 것이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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